지난 4월 17일 입양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에서는 입양아와 친모가 15년만에 상봉하는 감격적인 만남이 있었다. 호주로 입양되어 간 차연희 양(15, 파슨스 케이트)이 양부모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이미 오기 전에 친모와의 만남을 요청해 놓은 양부모의 배려가 있었다. 양부모가 준비한 케이트의 성장모습을 담은 사진을 살피면서 대화가 이어졌고 당시 미혼모로 아이를 포기해야만 했던 생모는 미안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딸의 손을 꼭 쥐고 있을 뿐이었다. 10시부터 인터뷰가 계속되던 약 2시간 동안 케이트는 묻는 말에 대답도 시큰둥하고 간간이 미소만 띨 뿐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대화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오열을 터뜨리더니 그칠 줄 몰랐다. 양모의 어깨에 기대어 복받치는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약속됐던 점심식사도 취소해야 했고, 오후에 다시 만남을 가지려던 것도 아이의 거부로 이뤄지지 못했다. 케이트의 마음속에 자신의 정체감에 대한 의문이 한꺼번에 밀려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2시간 동안의 대화로 15년의 세월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듯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해외입양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입양 비율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입양아 수출은 세계에서 상위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외 입양 수치는 ‘80년대에는 한 해 5∼6천명에 육박했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서서야 2천여 명 수준으로 줄었고 국내 입양비율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설명한다. 그러나 그 수치는 여전히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 50∼60년대에는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고아들이 해외입양의 주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성장도 이뤘고 어느 정도 먹고 살 만 한데 왜 높은 입양아 수치는 여전한 것일까. 80∼90년대를 거치면서 입양아 양태는 큰 변화를 보였다.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전쟁고아들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법이 바뀌면서 친부모의 친권포기 시에만 입양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수치를 봤을 때 미혼모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미혼모의 대다수가 10대이며 저 연령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을 더한다. 한국 여성개발원에서 1984년 조사한 미혼모 통계와 미혼모 보호시설인 애란원에서 1998년 전국의 보호시설에 입소한 1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비교해보면 미혼모는 1984년 24.9%에서 1998년 50%로 크게 늘었으며, 10대에 첫 성경험 비율도 47.4%에서 76.4%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성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서정애 씨는 10대 미혼모의 경우 원치 않는 임신일 경우가 많지만 20대의 경우는 아이를 키우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그는 10대의 성문제는 사회적인 환경의 부분이 크다고 지적, “아이들은 인터넷 등 성과 관련된 문화에 노출돼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전무한 상태”라면서 “현재 청소년들의 성 경험 비율은 계속 늘어나는데 실제로 피임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 등 실제적인 성교육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청소년들의 성을 부정하고 무조건 금기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금기시키기보다는 청소년들의 상황과 특성에 맞는 개별프로그램을 마련해 막연하게 예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처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사회적인 시각은 이미 존재하는 미혼모나 청소년 성문제에 대해서 사회의 어두운 부분으로 간주하고 애써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다. 서 씨는 “학교의 의례적인 성교육보다는 아이들이 책임질 성행동을 하도록 실제적인 성교육이 필요하지만 교육부에서도 의무화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이와같이 줄지 않은 입양아 수치는 미혼모문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입양아 수치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혼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미혼모들이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속박 속에서 미혼모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아이를 임신한 순간부터 집안에서는 `수치스러운 존재'로 치부되고 사회적으로는 냉대 받는 처지에서 마음 놓고 상의할 상대조차 없다. 국내외 입양단체인 동방사회복지회 김태옥 부장은 “미혼모와 입양아 문제는 사회적 의식의 변화가 우선되어져야 해결 가능하다”고 말하고 “미혼 모자를 위한 시설이나 미혼모 양육시설 등 이들을 잘 돌보기 위한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생겨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진흥문화사(대표 박경진)에서 매년 진행해 오던 해외입양아 초청 행사에 양부모들까지 함께 초청했다. 양부모들은 아이가 자신의 친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등 비밀입양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나와는 많은 부분 달랐다. 행사에 참석한 입양아들은 낯설지만 분명히 자신의 나라임을 알기에 동경해 왔던 한국, 자신을 버린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을 사랑한다고 했다. 지금의 생활도 만족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부모를 찾아 한국에서 살고 싶다며 자신을 낳아준 한국에서 자신의 존재의 근거를 찾고 싶어 했다. 정찬양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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