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 금식기도 첫 날

수원교회는 여러 군데 비가 새고 너무 낡은 건물이어서 수원교회에서의 목회가 정착되기도 전에 예배당 개축공사를 하게 되었다. 이름만 개축이지 60평이던 예배당을, 전면 종탑과 전체 벽과 15평의 중2층과 후면 25평을 합하여 100평으로 증축하는 공사여서 신축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개축공사를 할 때 담임목사 사택까지 신축해서 수원교회로서는 큰 공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공사를 마치고 나자 의외로 성도들이 흐뭇해하고 만족스러워 했다. 당시로서는 수원교회 목사관이 수원시나 경기도에서 제일 좋은 목사관으로 소문날 정도로 양옥집으로 잘 건축했다. 그러기에 신자들은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새로 건축한 예배당도 좋아하고, 주일에 예배드리러 오면 사택까지 한바퀴 돌고 가는 관심 있는 직원들이 있어서 나는 고맙게 여겼다. 상처를 입고 분열된 교회가 안정을 찾고 예배당과 교역자 사택까지 갖추게 된 그들의 느낌을 짐작할 만 했다. 이제는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었고, 교회를 부흥시키는 일에만 전체 교회가 힘을 모으고 기도하며 단합하는 분위기였다. 더 귀한 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겉으로 드러날 만큼 서로를 섬기는 모습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 여기에 집중적인 기도만 모아진다면 교회가 부흥되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일이었다.
 개축한 100평 예배당에 당시 모이는 신자는 90명에서 110명 안팎이어서 예배를 드리려면 너무 힘이 빠지곤 하였다. 신자들이 한 평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도 중에 결단한 것이 38일 금식기도였다. 나 자신의 영성이나 내면적인 부흥을 위한 것이 첫째 조건이었고, 교회부흥을 위한 목표가 두 번째 조건이었다. 또한 성도들에게 기도의 열기를 불어넣어 본인들의 신앙을 새롭게 부흥시켜 교회 자체를 영적으로 갱신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38일 금식기도로 나를 내몰았다. 40일 금식기도를 처음부터 원치 않았고 38일로 작정하여 신자들에게 발표했다. 그것은 예수님이 40일 금식기도를 하셨는데, ‘나도 40일 금식기도를 했다’고 하는 표현 자체가 송구하게 생각이 되어 내 마음이 허락지 않아서였다. 나는 한 달간 성도들과 함께 준비기도를 드렸다. 38일 금식기도도 내 결단으로만 시작하지 않고 하나님의 허락을 기다리는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금식기도로 들어가기 직전 주일에, 내일부터 칠보산의 여러 기도 굴 중 하나에 들어가서 기도할 것임을 성도들에게 알렸다. 나 자신과 교회가 함께 영적 부흥을 받기 위한 금식기도였기 때문에 새벽기도도 배나 모여주고, 저녁마다 모여 기도해주기를 부탁하였다. 또한 기도하는 산에 성도들이 왕래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8월 17일에 시작하는 금식기도였기 때문에 얇은 여름이불 하나와 성경과 필기도구 밖에는 다른 것이 필요치 않은 정말 간편한 출발이었다. 나는 평소에 존경하는 어머니의 기도를 받고 나 혼자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신 어머니는 38일 동안 머물 기도굴을 확인하고 오시겠다고 기어이 나를 따라나섰다. 같이 택시를 타고 칠보산으로 가는 도중에 어머니는 몇 차례나 내 손을 잡으시고,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셨다. “하나님이 이 목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시기 때문에 은혜 중에 순조롭게 끝낼 것이니 많은 은혜를 체험하고 내려오라”고 권하셨다. 어머니는 양같이 유순하시고 부드러우시며 여린 부분이 많은데도, 나를 동정하거나 걱정하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하시고 격려하고 힘을 주는 말씀으로 나를 밀어주셨던 것이 내게 큰 힘이 되었다. 하나님과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하신 분이시고 목회에 대해서도 언제나 긍정적으로만 협력하셨기 때문에 동정보다는 하나님의 편에 서시는 데 영적인 위엄을 갖추신 분이었다. 나는 그날처럼 어머니와 대화를 많이 나눈 적이 드물었다.
도착하여 어머니와 함께 금식기도가 시작되었다. 나는 첫 날이기 때문에 먼저 예배를 드렸고, 도착예배가 끝나자마자 어머니는 굴에서 기도하시라고 하고 나는 밖에서 9시가 넘도록 기도했다. 기도 후에 굴에 돌아온 나는 내일 아침이면 집으로 돌아가실 어머니와 함께 깊은 정담을 나누며 하룻밤을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바로 나를 굴에 두고 가까운 산기슭으로 나가 계속 기도하셨다. 아무리 만류해도 끝내 굽히지 않으시고 계속 기도하셔서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나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승리하고 더 큰 하나님의 일꾼이 되라”는 말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시고 총총히 내려가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나는 아침에 냉수 한 컵, 점심에 냉수 한 컵, 저녁에 냉수 한 컵을 마시면서 금식기도를 이어갔다. 준비기도와 마음의 결단으로 금식기도의 실천이 당연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전혀 어려운 줄 몰랐다. 두 시간 전후로 기도하고 또 두 시간 전후로 성경을 읽으면서 금식기도는 계속 되었다.
 상처를 입고 분열된 교회가 안정을 찾고 예배당과 교역자 사택까지 갖추게 된 그들의 느낌을 짐작할 만 했다. 이제는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었고, 교회를 부흥시키는 일에만 전체 교회가 힘을 모으고 기도하며 단합하는 분위기였다. 더 귀한 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겉으로 드러날 만큼 서로를 섬기는 모습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 여기에 집중적인 기도만 모아진다면 교회가 부흥되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일이었다.                      /은평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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