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은 무엇을 하며 보낼까? 많은 사람들의 대답은 십중팔구 “공부하느라 바쁘겠지”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암기위주의 공부, `머리로만 익히는 공부'를 잠시 뒤로 하고 `가슴으로 익히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달 군포시의 한 교회에서는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에 대해 배우는 시간인 `복지학교'를 열고 있었다. 군포제일교회가 이끌고 있는 사단법인 성민원(이사장 권태진 목사·사진) 주최로 동 교회에서 지난 15∼17일 개최한 제9회 청소년 복지학교에는 중·고등학교 남녀 학생 150여 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경기도 일대에서 참석한 학생들은 처음 만난 친구, 혹은 선후배간이어서 첫날에는 다소 서먹했지만 2∼3일간 자원봉사에 대한 강의도 듣고, 비디오도 함께 감상하고, 수화배우기 실습도 하면서 친해졌다. 특히 둘쨋날 오전부터 오후 2∼3시까지 가진 `시설(노인복지 및 장애인복지시설) 현장 실습' 시간은 그 어느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이어서 생소했지만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 날 가진 각 조별 토의 및 최종 평가 시간, 8명이 함께 하고 있는 6조(담당교사 김희숙·성민원 복지사)의 청소년들은 전체적으로 만족했다는 표정이다. 복지학교에 두 번째로 참석한 학생들이 몇 명 있었다. 채현준 군(금정중 3년)은 “처음에 이 학교에 참여하게 된 것은 학교에서 1년에 20시간 봉사활동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면서 “그러나 직접 혼자 사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고, 직접 눈으로 보니까 불쌍한 느낌이 들도,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은옥 양(흥진고 2년)은 “중 1때 처음 와서 체험 학습을 나갔을 때는 도망다니기만 해서 계속 마음이 좋지 않아 이번에 다시 왔다”면서 “강의를 통해서는 잘 몰랐던 부분을 직접 체험하면서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같은 학교 친구인 이세희 양도 “불독거노인들을 보니 쌍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처음 이 학교에 참석한 김만제 군(흥진중 3년)은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차차 나아졌다”고 했고, 진상민 군(군포중 2년)은 “혼자 계시니까 너무 외로워 보였다, 우리 부모님은 저렇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자 너나 할 것 없이 자연스러운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권인섭 군(군포중 2년)은 “대구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는데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혼자 사시는 어른들도 자식이 있을텐데 왜 버리고 갔을까”하는 생각에 슬펐다고 말했다. 박난영 양(수리중 3년)은 “이렇게 봉사하며 배우는 기간이 길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충 수업기간인데 엄마의 강력한 권유로 참여하게 됐다는 이 학생은 “오길 참 잘했다”고 말했다. 6조를 이끌고 있는 김희숙 선생은 처음 이 학교가 시작될 때부터 지도하고 있는데, 학생들과 부모들이 `봉사'에 대해 점점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기간이 길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는 뿌듯한 마음으로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했다. 김 선생은 독거노인을 방문한 후 돌아오는 길에 학생들에게 나중에 커서 자기의 아내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뜨면 아내의 부모나 남편의 부모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을 했었다. 그때 “양쪽 부모 모두를 모시고 살겠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었다며, 이것이 직접 체험하고 난 이후 변화된 아름다운 마음일 것이라고 전해주었다. 한편 5번째로 이 학교에 꾸준히 출석하고 있는 박고은 양(홍익대 부속 여고 1년)은 “이곳에 와서 여러 장애인과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고 얘기하고, 돕고 하기 전에는 지하철에서 장애인을 만나면 무서웠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어지고 그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됐다”며 “강의도 처음엔 지루하게만 여겨졌는데, 몇 번 참석하다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만난 6조의 학생들은 이것을 계기로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갖기로 약속했는데, 김 선생은 이것 또한 큰 수확이라고 흐뭇해 했다. 그는 또 “요즘 어린이들은 조부모와 함께 사는 경험이 예전과 비교해 볼 때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성민원에서 `1·3세대 통합을 위한 한 세대 만들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것을 통해 어르신들은 민속놀이나 전통문화, 전래동화 등을 가르치고 들려주는데 어른은 물론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오늘날 부모와도 시간을 갖기 어려운 아이들이 조부모와 이런 문화를 갖는다는 것은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훨씬 넓어지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민원에서 5년째 1년에 두 차례 청소년 복지학교를 갖기 시작한 것은 관할 시에서의 요청이었다고 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제안을 받고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김성수 관장(군포제일교회 부목사)은 설명하면서 “청소년과 부모들이 함께 참여해서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함께 느꼈으면 하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을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복지학교의 폐회식에서 이사장 권태진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성경 말씀에 `믿음 소망 사랑은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니라'하는 말씀이 있는데 여러분들이 이번에 체험하고 배운 사랑을 키워나가서 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며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공경하는 마음도 생기고, 봉사하고픈 마음도 생기게 되는 만큼 사랑을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목사는 많은 학생들을 향해 “사랑을 배우고 키워나가기 위해 가까이에 있는 교회 어디든지, 부모님과 혹은 친구들과 꼭 같이 다니며 여러분의 인생을 설계하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이번에 참석한 학생들 대다수가 아직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는 상태지만 그것과 상관 없이 올바르고 건강한 청소년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장(場)'을 열게 되어서 관계자들은 만족하고 있었다.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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