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860만 신자 적지 않다, 내실을 기하자 〈1〉

  최근 통계청이 기독교의 신자 숫자를 860만 명으로 집계, 밝혔다. 기독교 자체적으로 1200만 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거 뭐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이나 별로 하지 않은 듯하다. 1200만명이 좀 과하다 생각했지, 침체된다고 하는데도 기독교에서 내놓는 통계는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그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거야… 등등의 반응이다. 만약 현실적으로 기독교인구가 1200만 명이라고 자신한다면, 정확하게 기독교 내부에서 통계를 내놓을 수도 있고, 통계청의 정확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건만 그런 움직임은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제껏 기독교는 제 신자의 숫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우리 기독교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아니 신자 한 영혼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고 계시는 주님의 말씀을 의지해서라도 철저하게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교적부 갖기를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될 때다.〈편집자 주〉

교적부가 뭔가요?

실제로 여러 교회 담당자들과 대화하는 중에 “교적부가 뭡니까?”라는 물음이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교적부에 대해 설명하니 그 담당자는 “아, 그거요? 그럼 신자 관리 프로그램이라고 해야지요”라며 당황해 한다.
교적부란 쉽게 말하면 ‘신앙생활 기록표’를 말한다. 기독교 초창기에는 가장 기본적인 성명, 생년월일, 거주지, 직업, 세례일, 신급 및 유입, 특별사건, 비고 등을 손으로 직접 기입했다면, 지금의 교회들은 전산화 작업으로 일명 ‘신자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추세이며, 좀더 세분화해서 다양한 것들을 더 많이 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수작업으로 교적부를 관리해 왔던 한국기독교는 ’90년대 이후 전산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기(手記)로 하고 있는 교회들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다.
그러나 문제는 타교회에서 오는 경우다. 본 교회의 교적부의 내용까지 가져오는 경우가 그리 일반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위 ‘이명(移名)증서’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인관리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에 의하면 “집사 이하의 신자들이 이명증서를 떼오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다만, 집사, 권사, 장로 등은 타교회에서의 직분이 인정되는만큼 떼오는 경우, 떼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직분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아예 말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교회답게 새문안교회는 ‘역사자료실’을 교회 한 켠에 마련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초창기(1930년대까지)의 교적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표지를 넘기면 가로 약 3cm, 세로 약 18cm의 규격화된 종이에 개인의 신상명세를 기록했는데, “이 자료를 접하면 초기 교회는 교인 개개인을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게 다루었는가를 느끼게 해준다”고 문헌사료 집필자는 밝히고 있다.
이 교적부에 보면, 개인별 카드 이름 위에 빨강색으로 ‘●, <&27827>, +, ㅏ, △’ 등의 표시를 해놓고 있는데, 이것은 원입, 학습, 입교, 유아세례, 이명 등을 표기해 놓고 있다. 특히 타 교회에서 이명해 온 연월일을 확실히 밝히도록 한 점과 세례 입교의 주례목사를 기재하게 한 것이 특색으로 나타나 있다.

왜 만들어야 하나

사실 편집국에서 ‘교적부’ 얘기가 나온 것은 한국교회의 통계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것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재를 하다보니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투명하지 못한 부분을 극복하는 것이지만 ‘하나’의 시스템을 확보하는게 시급하다는 결론에까지 도달하게 됐다.
예수님의 가르침, 성경의 가르침인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라’고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부분을 더 이상 방관하거나 무감각하게 반응해서는 안됨을 인식하게 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함이니이다”(요 17:21~), “성령이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몸이 하나요 성령도 한 분이시니 이와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았느니라”,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7~28).
이 말씀들은 한국교회가 연합과 일치를 지향해야 함을 강조할 때 늘 인용하는 구절들이다. 그러나 이 말씀들처럼 교회가 ‘하나’의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를 짚어보면 한국교회는 사실 자신있는 대답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860만 명 개개인의 교적부를 갖고 있는가를 파악해 보면 상당수 신자들이 여러 교적부에 등재돼 있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예를 들면 김 모 신자가 이사해서 원래 다니던 A 교회에서 다른 교회인 B 교회로 옮겼으나 원래 다니던 A 교회에 제대로 이명신청을 하지 않으면, 최소한 A 교회에 김 모 신자는 1년 동안 등재돼 있는 것이다. 또 그 신자가 B 교회에 등록을 하고도 정착하지 못하고 또다시 옮길 경우 김 모 신자의 ‘교인 명부’는 최소한 2~3개가 되는 것이다. 교회 내에서 목회자 혹은 신자들과 불화를 일으키고 옮기는 신자들의 경우, 자신의 신상명세를 제대로 밝히기를 꺼려하는 이들이 상당수가 있다.
많은 교회들이 처음부터 아예 ‘교적’의 개념 없이 개 교회별로 ‘신자’들만 관리하는 ‘신자관리명부’에만 신경쓰다 보니 기독교 전체를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렵고, 그렇게 되니 제 역할도 어려워지는 결과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 신자가 언제 어디서 세례를 받았는지 정도는 그 어디엔가 정확히 기재돼 있어야 할 법한데도, 그렇지 못한 것이다.
 “당신의 교적부가 어디에 있느냐”라는 질문이 오히려 이상하고 터부시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한 교회에 등록한 신자들 개개인이 자신의 개인 명부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정확하게 기입하고, 관리가 되도록 협조하지 않으면 개 교회들이 인위적으로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다가 요즘은 주일만 교회에 나오는 ‘선데이 크리스찬’, 교회 봉사나 활동 없이 그저 조용히 교회에 다니길 원하는 신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등록하지도 않는 신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교적부 갖기 운동’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신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교회에 대한 소속감, 책임감을 점점 회피한다는 점에서도 심각성을 갖게 한다. 신자 개개인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함께 교회 공동체를 이뤄나가야 하는데, ‘유령 신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교회는 그 힘을 결집하는 데 빈틈이 많이 생기게 될 것이며, 제 역할을 해나가는데도 힘이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적부’의 필요성을 신자 개개인, 교회를 관리해 나가는 구성원들, 리드해 나가는 목회자가 ‘인식’하는 것이다. 필요성의 인식에서 시작해 한국교회 전체가 국가에서 호적등본을 관리하듯이 한국교회 전체의 교적부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교회 신자를 어떻게 공개하며 공유하는가” 하는 우려가 한동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극복해야 한다. 모든 교회와 모든 신자, 모든 목회자들이 바로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는 인식을 높여야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 한국기독교의 수준향상이 어려울 것 같다.
교적부 갖기운동의 인식이 어느 정도 돼간다면, 철저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각 교회마다 조직돼 있는 각 구역별 모임을 통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씩 갖는 구역예배나 모임을 통해 구역장들은 구역 신자들의 이동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움직임이 예상되는 신자에게 이명증서를 떼어 이동할 교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장 한영제 장로는 “교적부는 왜정 때 만들어졌는데 양식이 따로 없어 경찰서에서 호구조사 하던 양식을 가져다 쓰기도 했다”면서 “교적부가 확실하던 때는 교인 숫자가 잘못될 수가 없었으며, 이명증서도 양식이 따로 없이 일일이 손으로 써서 도장을 찍어 봉투에 넣어서 주었다”고 설명했다. 한 장로는 또 “사람이 어디서 났으며, 언제부터 교회에 출석했고, 세례는 언제 받았는지, 직분은 무엇인지 등 호적등본에 그 사람의 신상이 적혀있듯이 한 사람의 신앙생활을 파악할 수 있도록 기록했으며, 이명증서를 떼어 주면 그 교회의 신자 명부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에, 교회를 몇 번 옮겼는지까지 다 드러났다”고 설명하면서 “그런데 요즘은 마음대로 옮겨다니니 질서도 없고, 신자 쟁탈전까지 벌이는 사태까지 오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산영광교회 정덕훈 목사는 “물량주의가 들어오면서부터 교적부가 흐지부지 된 것 같다”며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교회를 키우기 위한 물질주의의 개념으로, 교회 성장의 디딤돌로 보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인 만큼, 이제라도 신자들의 존엄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지역교회연합회 회장 리요한 목사도 “교회를 옮길 경우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이명증서를 받아오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대부분 정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는 경우”라면서 “이명증서를 요구하는 이면에는 이웃교회간에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습관적으로 옮겨다니는 신자들에게 거절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각 교단이나 개 교회들마다 원칙을 지켜, 질서를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고 리 목사는 강조했다.
기독교 내 ‘허수(虛數)’를 지금이라도 내실있게 다져야 한다. 한국기독교 전체의 교적부 관리가 제대로 되는 날 기독교는 그때서야 ‘주님의 지체’로서의 제 기능을 회복할 것이다.
 하지만, 법에도 예외가 있다 하듯이 유행따라 흐르는 일부 유랑신자가 있다면 그것 또한 한국교회 전체의 기도 제목인 줄 믿으면서 한국교회는 이스라엘 민족 못지 않은 정확한 시대를 열어 가기로 하자.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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