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 광우병 그리고 일용할 양식

 올해는 또 무슨 병이 번질까? 과학의 힘으로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던 것과는 달리 가축과 사람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 남부와 홍콩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사스를 비롯하여, 0157 장출혈성 대장균, 푸젠A형 독감, H5N1 조류독감, 광우병 등의 병들은 현대의학으로 중무장한 현대인들을 공포로 내몰았다.

끝없는 인간의 탐욕

 모두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을 갖고 있는 이 병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국을 엄청난 충격에 빠뜨렸던 광우병의 원인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류가 들어간 사료를 먹인 결과라는 것이 정설이다. 소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욕심에서 `스크레이피'라는 질병에 걸린 양의 성분을 사료에 첨가했다는 것이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하여 자연의 원리를 교란시킨 결과이다.
 최근 우리 축산농가를 강타한 조류독감이나 작년에 중국을 혼수상태에 빠뜨린 사스는 가축의 바이러스가 종간 벽을 뛰어넘어 인간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큰 것이다.
 그 원인은 한마디로 인간의 탐욕이다. 저비용 고이윤이라는 허울에 눈이 어두워 가축들의 생태를 교란시키고 이들을 착취하고 학대한 결과이다.

식량자급도 불과 27.6%

 이러한 인간의 탐욕은 오늘날 초국적 자본이라는 형태로 집약되어 농촌과 농민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들에게 FTA라는 생소한 말은 WTO, UR, IMF 등의 단어들과 함께 이 우리 농민들을 매우 힘들게 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이란 세계무역의 자유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 국가와 국가간, 혹은 특정지역의 무역장벽을 완화, 철폐하기 위한 양국간, 혹은 지역간의 협정을 말한다. 이는 결국 초국적자본이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가난한 나라와 농업이 더욱 피해를 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의 조사에 따르면 WTO 출범 이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농산물 무역 흑자는 각각 32.3%, 96.8%, 34%가 증가했고, 유럽연합은 적자폭이 66.8%나 줄었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농산물 무역적자가 39.2%나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저소득 식량부족국가들은 94년 이후까지 농산물 무역흑자를 기록했으나, 95년 WTO 출범 이후 곧바로 무역적자로 전환됐다. 우리나라는 WTO 출범이후 농산물 수입액이 단 2년 동안 61.6% 증가했는데, 이는 세계 평균 32%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도는 27.6%인데 100% 자급되는 쌀을 제외하면 5% 정도이니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도는 미국 133.5%, 영국 99.6%, 캐나다 162.8%, 프랑스 194.5%에 비하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우리의 농촌은 더욱 타격을 받게 되며, 향후 쌀수입이 본격화되면 우리의 농민은 낭떠러지에 내몰리게 되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그리고 농촌의 피폐는 곧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 `일용할 양식'에 대한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며'는 우리 기독인들이 쉬지 않고 간구해야할 기도 제목이다. 이 일용할 양식은 개인에게 있어서는 하루 먹을 최소한의 양식이지만, 더 넓은 안목으로 보면 한 사회를 유지시키는 기본적인 식량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한 사회, 혹은 국가가 식량을 스스로 자급하는 일은 단지 정치, 경제, 사회적인 필요성에서만이 아니라 신앙적 차원에서도 절대적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통일 이후를 생각하면 식량자급을 하는 일은 국가안보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초국적자본 배후에는 물신주의가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의 초국적 자본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제3세계의 식량자급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계곡물시장은 다음 세기에 이르러 인구의 급증을 비롯해 온난화 등 기후의 변화, 토지 침식, 수자원의 부족 등의 생태적 요인과 자본의 독점현상에 따른 분배의 불공정의 문제로 더욱 불안해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가 식량이 필요한 때 해외에서 필요한 만큼 구입할 수 있는 조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 광우병, 일용할 양식 기반 파괴는 이 시대에 있어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초국적자본이라는 형식을 빌고 있는 물신주의가 그 배후에 있다는 것이다. 물신주의 앞에 농업이 최우선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고, 그로 인해 온 생태계가 신음을 하고 있다. 이 물신주의는 대단히 강해보이는 것에는 틀림없다. 오늘날 초국적자본은 원하는 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유무역질서 구축이라는 미명하에 빈익빈부익부의 현상을 심화시키는 한편, 제3세계의 농업과 미국내의 소농마저 탈농으로 내몰고 있다.
 어쩌면 인류와 지구생태계는 초국적자본의 세계화 현상으로 인해 큰 위기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에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각종 질병이 그 예고편일 수도 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우리 농촌 형편이 어렵고 이농이 가속화되며, 폐교되는 농촌초등학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농촌의 문제로만 이해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농촌문제는 곧 내 문제

 신앙인들이 이 문제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만들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가야 한다. 도시가 농촌을 `위하여' 쌀 사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농촌돕기 운동을 한다면 일시적인 도움은 될지 모르나 항구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도시교회 교인들이 `농촌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라고 인식을 해야 한다. 일용할 양식의 신앙에 입각하여 식량자립도 100%에 접근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교회의 장을 열어서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시도들이 철저한 믿음 가운데 이루어진다면 오늘의 골리앗인 초국적 자본이 하나님 앞에서 손들고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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