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돈 목사 `회고록'〈38〉 나의 삶, 나의 목회

교단분열로 인한 상처가 15년 가까이 지속된 교회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러나 수원교회는 내가 부임하던 해까지 같은 교단 안에서의 분립개척이 아니라, 교회 절반 이상의 성도가 예수교대한성결교회로 분할 개척되는 아픔을 겪고 있었다. 그 상처를 치유하는데 1년 이상 힘들었던 것을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 후에 교회는 급성장하여 400명 선으로 성장하는 감격을 경험하기도 했다. 수원교회에 대해 고마운 마음과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은 내가 1년 내내 쉬지 않고 집회를 다녔지만 전혀 교회가 불평 없이 협력해 준데 대해 큰사랑의 빚을 지게 되어 교회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내 나이 34에서 41세까지 만 7년 동안, 수원교회의 목회를 통해 나는 여러모로 목회자로서 자리 잡게 되었고 부흥회나 세미나 인도자로서 성장했다. 앞에서도 썼던 것과 같이 수원교회에서 잊을 수 없는 나 개인적인 체험은 38일 금식기도를 통한 하나님의 은혜를 꼽게 된다. 또한 소수의 성도들과 함께 단층 100평의 예배당과 사택을 건축한 일들은 목회자의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주일이었다. 예배 후 성도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낯선 사람을 보게 되어 “처음 나오셨습니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리자, 상대방의 대답이 “지나가다 주일예배를 여기서 드렸습니다”라고 대답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내가 함열교회 집회를 인도하러 가기 위해 교회 마당을 나가는데 어제 주일날 지나가다 들렸다는 그 분이 교회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어제 주일 낮 예배를 우리 교회에서 드리신 분이 아닙니까?”라고 묻자, 그 분이 공손하게 인사를 갖추면서 “목사님 사택으로 잠깐 들어가시죠”라고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기차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시간여유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그분은 다시 머리를 숙이며 “목사님 잠깐이면 됩니다. 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라고 부탁해서 같이 사택으로 들어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분은 기도 후에 봉투를 꺼내면서 “목사님이 바쁘시기 때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서울 은평교회의 장로입니다. 우리교회의 장로님이 네 분인데 우선 네 장로가 합의한 청빙서를 드립니다. 목사님 우리 교회로 오셔서 은평교회를 키워주시기 바랍니다. 성도들의 성향이나 교회 조직 구성원이 너무 착하고 믿음이 있는 교회입니다. 제가 자랑하는 것이 사실 그대로입니다. 목사님을 꼭 모시고 싶습니다. 그러니 목사님 대답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것이었다.
나는 뜻밖의 일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상대방이 무례하게 보이기도 해서 단호하게 거절하려고 생각했다가 내 마음에 경솔한 느낌이 들어 그에게 조용히 “나는 사람끼리 만나서 약속하고 임지를 옮기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내가 먼저 기도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장로님은 “그러면 우리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라고 물어서, “오늘이 월요일이니 토요일까지 기도하고 전화를 주시면 내가 대답해 드리겠습니다”하고 기도 후에 서로 헤어지게 되었다. 그 주 토요일 오후 3시경에 어김없이 그 장로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고, 우리 부부는 기도결과가 똑같은 사실에 놀라워했다. 왜냐하면 우리 부부는 한 주간동안 나뉘어 있었고 떨어져 기도했는데 마음의 결론이 수원교회를 떠나도 된다는 응답을 함께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걸려온 그 장로님의 전화에 “기도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우리 만나서 대화를 나누죠”라고 전했고, 바로 내일 주일에 수원교회로 내려오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다음날 주일 낮 예배 후에 사택에서 은평교회 장로 두 분을 만나 은평교회로 가겠다는 나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는 바로 은평교회로 청빙하는 정식 청빙서를 받게 되었다.
청빙서를 받은 후에 은평교회 장로들은 “우리는 이 목사님을 다 알지만 성도들이 새로 오는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싶어 하고 또 은평교회에 선을 보인 설교자가 열 세분이나 되니 목사님도 한번 저녁예배시간에 말씀을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성도들에게 선을 보이는 설교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조건이라면 은평교회에 가기로 했던 것마저 취소하겠습니다”라고 하자, “그런 뜻이 아니니 목사님 없던 일로 하시고, 부임하기 전까지 설교 한번도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얼른 말을 거두었다. 이렇게 해서 은평교회에 부임하기로 했다.
청빙서를 월요일에 받고 수요일 저녁예배 후에 당시 네 분이던 수원교회 장로님들께 임시 당회를 소집하여 교회를 옮겨가야 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수원교회는 예배당도 사택도 좋고 성도도 400명 선에 이르렀으므로 누가 와도 마음껏 목회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습니다. 그러나 서울 은평교회는 130명 정도 모이고 사택이나 예배당이 낡은 작은 교회입니다. 단지 서울목회를 통해 하나님의 또 다른 섭리를 경험하고 싶어 기도 중에 결정한 것이니 나를 도와주고 나를 키워 보내는 심정에서 나를 놓아 주십시요”라고 이야기를 하자 당회원들이 펄쩍 뛰면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당회를 3시간이나 끌며 사정하는 것이었다.
/은평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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