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돈 목사 `회고록' 〈39〉나의 삶, 나의 목회

놓고 당회원과 장시간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처럼 곤혹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를 서울로 가게 놓아달라는 부탁과 그에 맞서 보내드릴 수 없다고 사정하는 장로님들에게 정말 어려운 부탁을 계속하는 일이 힘들었다. 결국 장로님들이 자기들끼리만 따로 의논을 하고 들어오겠다고 밖에 나가 의논을 한 뒤에, “목사님이 서울에 있는 교회로 옮겨 가신다니 우리가 목사님을 돕는 마음으로 목사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라고 의사를 전달해서 결국 수원교회 사임이 좋은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흘 후인 주일 낮 예배 후에 직원회를 열어서 수원교회를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할 때에는 내가 먼저 목이 메어 힘들게 그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장로님이 나서서 목사님의 목회의 앞길을 우리가 도와야 하고 앞으로 더 좋은 전망을 위하여 협력해달라고 부탁을 하므로 분위기는 아주 숙연해졌다. 장로님이 또 강조한 내용은 우리교회보다 훨씬 작은 약한 교회에 가셔서 그 교회 부흥을 위해 헌신하려고 가시는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조언을 하였다. 그러자 눈물을 닦으며 흐느껴 우는 직원들이 있어서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다. 이 일을 통해서 목회자가 임지가 정해지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는 빠를수록 좋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직원회에서 발표한 그 날 밤 예배에 일반성도들에게 발표하고 두 주일 후에 송별예배를 드림으로써 수원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1968년 수원교회에 부임하여 1975년에 수원교회를 떠나게 되어 햇수로 8년, 만 7년을 수원교회를 섬기었다.
은평교회는 현재 은평구의 이름을 따서 지명으로 교회이름을 대신한 교회였다. 수원교회의 삼분의 일정도의 교세였지만 교회는 아주 자리 잡혀 있었고, 대지 130평에 75평 예배당과 지하 15평, 중2층 15평을 합하면 연건평 105평의 예배당이었다. 교회 사택은 수원교회의 신축된 사택에 비해 좁은 공간이었지만 전혀 불만스럽지 않고 만족하게 느껴졌고, 목사는 어떠한 환경이나 잘 적응하는 훈련이 되어 있다는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는 내 아내를 보아서도 깨달은 일이었다. 수원교회 사택과 은평교회의 사택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났지만 나와 같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가 첫 번째 처녀 목회를 천막을 치고 개척했고 천막교회 끝에 흙벽돌집 단칸방에서 2년 이상 생활한 경험이 있었기에 은평교회 사택은 너무 좋은 사택으로 받아들여지는 너그러움이 있었던 것 같다. 목회자는 치리나 행정이나 강단이나 사역도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하지만 그와 함께 대인관계나 인격성장이나 생활에 대한 적응력까지도 함께 자라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우리는 은평교회에 대해서 모든 면에 만족했고 정말 뜨거운 감사를 드렸다. 마침 은평교회에 와보니 수원교회는 전자 오르겐이 있었는데 은평교회는 전자 오르겐이 없어 예배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은평교회 부임을 기념하여 수원교회에서 받은 퇴직금 50만원을 우리 어머니 이상금 권사님의 이름으로 전자 오르겐을 헌납하게 되었다. 우리 어머니가 어느 날 새벽기도를 마치고 들어오시더니 눈물을 닦으며 앉아 계셨다. 내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일이어서 “어머니 무슨 일이십니까? 뭐 불편한 일이 계십니까?” 하고 공손하게 물었더니 더 큰 울음을 터뜨리시면서, “내가 오늘 새벽예배 후에 기도하는 중에 내가 하나님 나라 간다는 생각을 하자, 어떤 비품이나 헌금으로 내가 기억할 만큼 하나님 앞에 바친 일이 없고 또 하나님 앞에 내놓을 만한 것이 없어서 용서해달라고 회개기도를 드리고 지금도 내가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은평교회를 위해 전자 오르겐을 바치되 어머니 이름으로 바치겠으니 어머니 걱정하시지 마세요. 어머니도 이제 하나님께 바친 헌물이 있습니다”라고 나의 생각을 말씀 드렸다. 그리고 나서 바로 전자 오르겐을 주문하였다. 주문한 전자 오르겐이 교회에 오던 날, 교회에 어머니와 같이 나가 보았고 내 아내가 새 전자 오르겐 시주를 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 어머니가 전자 오르겐을 만지면서 그렇게 기뻐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열심히 하고 기도생활도 마음껏 하고 최선을 다하여 각종헌금에도 참여했을지라도 특별히 기억할만한 헌금이나 헌물이 없으면 우리 어머니의 마음과 같이 하나님께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것이 정상인 것 같다. 우리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나름대로 교회나 선교를 위해서 힘껏 물질을 봉헌한 각자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 여유가 있다면 자기 일생에 특별헌금이나 건축헌금이나 개척헌금이나 비품헌금이나 구제헌금이나 선교헌금 등 평생을 두고 여러 차례 헌금을 드릴수록 좋다. 그 헌금을 드릴 때마다 힘껏 드린 헌금으로 인해 몇 년 동안 고생하면서 헌금을 드린 기억을 갖는 것은 본인에게도 유익하고 헌금을 위해 함께 고생했던 자녀들에게도 더없이 유익한 교훈이나 신앙의 본을 남길 수 있다. 하나님을 사랑하자./은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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