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불벼락 ④ “예수 믿으면 팔자도 고치고 운명도 고치는 것이요! 사람들이 몰라서 안믿으니까 그러제!” “어찌께 예수 믿어야 내 팔자가 바꿔지겠소? 어찌께 믿어야 복받겠소?” 영례는 정말 복을 받고 싶었기에 이렇게 윤 목사에게 물었다. 지긋지긋한 가난과 재앙으로부터 해방받아서 평안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교회 안 나갈 때 굿도 많이 했다. 당골래는 집안이 이 꼴 이 모양인 것이 모두 영례 시어머니가 남편을 낳고 이레만에 돼지고기를 먹고 부정타서 앓다가 3년 못살고 죽어 귀신이 되어서 원한을 갖고 집안식구들을 못살게 굴어서 지지리 가난하게 살고 재앙이 끊일 날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굿을 해서 귀신을 달래야 한다기에 영례는 돈을 꿔다가 굿을 3일씩 3차례나 했다. 그러나 복은 커녕 빚만 늘어갔다. 또 큰집 형님이 새벽에 샘에 가서 정한수를 떠다가 부뚜막에 올려놓고 3년만 빌면 복을 받는다고 하기에 새벽마다 정한수를 부뚜막에다 떠 놓고 기도하는 그 짓을 4∼5년간이나 했다. 그러나 그것도 허사였다.  영례가 이렇게 묻자, 윤 목사는 “예수요? 미련하게 믿으시요! 그러면 팔자가 십자가로 고쳐지면서 복받을 것이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어찌께 해야 미련하게 믿는다요?” “아따 단시간에 다 얘기 할 수 있것소? 팔자를 바꿀라믄 새벽기도부터 하시요!” 윤 목사는 이렇게 짤막하고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날 윤 목사를 만난 뒤, 영례는 다음 날부터 새벽기도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새벽기도는 오전 4시에 시작되었다.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새벽 3시 반만 되면 곤한 몸이 부시시 일어나지는 것이다. 이것도 기적이었다. 윤 목사의 새벽설교는 어쩔 때는 한시간, 어쩔 때는 무려 두시간까지 했다. 그럴때면 영례는 잠도 졸리고 마음도 졸렸다. 왜냐하면 사랑이가 공장에 가는데 밥을 지어서 벤또를 싸줘야 하기때문이다.  영례는 한동안 가진 것이 없어도 즐거웠다. 새벽기도를 갔다와서 사랑이게 줄 새벽 밥을 짓다 보면, 땔감이 없어서 항상 생솔가지에다 지난 가을에 얻어놓은 마른볏단을 불쏘시개로 불을 피우는데 생솔가지 태우는 연기가 부엌을 가득메웠다. 그리고 이 연기는 쥐가 구들장을 뚫어놓은 방으로 들어가서 온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채워 놓곤 했다.  그러면 방에서 새벽잠을 곤히 자던 아이들이 캑캑거리다 못해 무명이불을 둘러쓰고 자다가, 무명이불에 숨이 막혀 방문을 열어놓거나 아예 아직은 추운 난장으로 나와 있어야 했다.  그런데도 부엌에서 생솔가지에다 불소시개를 섞어서 불을 피우면서 영례는 질식할 것 같은 매캐한 연기 속에서 찬송을 부르곤 했다.  이 기쁜소식을 온세상 전하세/큰 환란 고통을 당하는 자에게/주믿는 성도들 다 전할소식은/성령이 오셨네… 생솔가지 타는 매캐한 연기가 눈 속으로 들어가면 눈이 매워서 눈물이 났다.  그러나 영례는 생솔가지 연기가 눈 속으로 들어가서 눈물이 나오는지, 은혜받고 기뻐서 흘리는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부지깽이로 부뚜막을 두드리면서 꼭 이 기쁜소식을 온 세상전하세… 찬송을 불렀다. 큰 환란고통을 당하는 자에게 주 믿는 성도들 다 전할 소식은 성령이 오셨네…. 이 찬송만 불렀다. 그랬다! 영례는 큰 환란 고통을 당하는 자였다.  23. 어머니의 죽음 세상만사(世上萬事)가 새옹지마(塞翁之馬)요,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영례가 풍암리 친정어머니 홍분님의 위급기별을 받은 것은 5.16군사반란이 일어난지 사흘되던 날이었다.  “세상이 바뀌었다네!” “오메! 무서워라! 큰일나부렀네 잉!” “하룻밤 자고 나니 세상천지가 변했다마시!” “정치군인들이 군사반란을 일으켰다는디!” “두목은 박정희라는디, 만주 군관학교 시절 그 사람,일본놈들 밑에서 우리 독립군들 토벌에 앞장선 일본놈들 압잽이라며?” “그 사람 여순반란사건 때에도 반란을 주동하고 모의했다가 사형당할 뻔한 사람이라네! 한번 배신하면 또 다시 배신하는 것처럼 한번 반란을 도모한 놈은 반드시 반란을 일으킨다마시! 그런 놈은 진작 죽였어야 하는디 잉!” “이 사람아,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네! 그런 소릴 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잡혀가! 정권이 썩어내리니! 올게 온거야!” 동네사람들이 상젯문 앞에서, 당산에서, 아낙네들은 우물가에서, 두세명이라도 모이기만 하면 웅성거리면서, 나랏 일을 걱정했었다. 또 다시 동족상잔의 전쟁이 나지나 않을까 염려하면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중앙방송국 전파에 귀를 기울이던 때였다. 그때는 잘 사는 집에나 라디오가 있었다. 월전 큰 집에 라디오가 있었기 때문에, 영례는 세상이 뒤짚힌 소식을 들으려고, 그 날 큰 집에 갔었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말은 잡음이 끼어서 무슨 말인지 잘 알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조카들이 하는 말을 듣고 세상이 바뀐 것을 완전히 알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 홍분님의 위급기별이 와 있었던 것이다. “오메! 울엄니! 어째야 쓰꺼나! 오메! 하나님! 울엄니 살려주쇼 잉. 예수믿고 천당가게 쪼깨 더 살려주쇼잉!!” 영례는 당황해 `오메!'를 연발하면서 친정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우선 돈을 꿔야 했다. 어디든 가도 돈이 있어야 한다. 당산밑, 대밭집 난순이에게 가서 급전을 빌렸다. 그리고 보따리에 옷 몇가지를 넣어가지고, 화평이와 양선이만 데리고 길을 나섰다. 사랑이는 공장에 가야 하니까 못 가는 것은 뻔하다. 희락이에게 외갓집에 가자 했더니 “엄니, 나 공부하고 있을께!” 희락이는 따라 나서기 싫어했다. 고놈은 기특하게 공부꾼이다. 그래서 화평이와 양선이만 데리고 풍암리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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