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양동 홀엄씨네 집 방화사건 ⑤ 영례는 남편의 비정한 말이 서운했다. 영례는 순경한테 화평이를 잘 타이르겠다고 약속을 하고, 고개를 연신 숙이면서 한편으로는 화평이 어깨쭉지를 잡아 끌고 밖으로 황급히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까 홀엄씨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어나! 두부 묵어라! 다시는 경찰서 오지마라!” 라고 말하면서 두부를 주었다. “그런 것 안 묵어!” 화평이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빨리! 이 두부 묵어라! 이것 묵으면 다시는 경찰서 안온단다!” 영례도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화평이는 고개를 돌렸다. 영례는 화평이에게 억지로 두부를 먹였다. 그리고는 홀엄씨를 뒤돌아보면서  “어따! 고상 혔네! 들어가소!” 라고 말하고는 “가자!” 라고 말하면서 희락이와 화평이를 데리고 길을 재촉했다. 진월리까지 가면 오밤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홀엄씨는 남편과 양동집으로 갔고, 영례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진월리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영례는 “인자 절대 그런짓 하지마라! 큰일난다잉!” 라고 힘주어서 말했다. 그랬더니 화평이는 경찰서에서 한 말을 또다시 내뱉았다. “기어이 불지를꺼야! 다 꼬실라 죽일꺼야!” 화평이는 분노를 여전히 드러내었다. “오메! 어째야쓰꺼나!” 영례는 화평이의 분노에 찬 말을 제어할 힘이 없었다. 화평이도 이제 머리가 커서 영례의 말을 안 듣는 것이다. 희락이는 영례의 말을 잘 들을 뿐 아니라 심성도 온유한데 화평이는 분이 많은 들개같이 거칠었다. 40. 유신시대 개막 ①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살기좋은 새마을 우리집으로 만드세….' 새마을 노래가 새벽마다 울려 퍼지면서 조용한 진월리 마을에도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어왔다. 대통령의 지시로 3월 들어서 새마을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새마을운동 때문에 동네 이장 최센이 바빠졌다. 최센은 새마을운동 모자를 눌러 쓰고서 신이 난 듯 동사무소를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동사무소에서 받은 지침을 집집마다 드나들면서 전하고 동네사람들에게 생활 환경 개선을 역설하였다. 새마을운동은 마을길 넓히는 일로부터 초가지붕을 스레트지붕으로 바꾸고, 시궁창에 쌓인 오물을 걷어내고 깨끗이 청소하는 일까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최센은 서울에서 새마을지도자 교육을 받고와서부터는 기세가 더 등등해졌다. 어느날 영례 집에 동네 이장 최센이 와서는 “이 초가지붕도 바꿔야것소잉! 스레트지붕으로 바꿔야것소! 언제나 바꿀라요?” 라고 넌즈시 물었다. “돈이 있어야제라우! 시방 묵고 살기도 어려운디! 무신돈이 있어서 초가지붕을 스레트지붕으로 바꾸것소!” 영례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사실 영례는 돈이 없었다. “돈이 없으믄 나라에서 융자도 내준당께라우!” “그것도 다 빚 아니요? 빚은 무섭단말요!” 영례는 남의 빚이라면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것을 시집와서 근 20년 이상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왕이면 깨끗한 환경에서 사는 것이 좋제라우! 안 그렇소잉! 다른 집들은 다 고치고 있는디….” 최센은 이렇게 명령하듯 말했다. 그러나 영례는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최센은 더 이상 독촉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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