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뭔 죄가 많아서 인제는 자식들까지 속을 썩히는가?” 영례는 철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한 서린 독백을 했었다. 집에 들어오니 화평이가 공장에서 돌아와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형은 만났어?” “못 만났다! 조사중이라고 안 된다고 허드라! 근디 넌 누구한테 들었냐? 니 형 이야기를…” 영례는 궁굼해서 물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동네 소문이 다 퍼졌는디 뭐!” “동네 소문이 어떻게 났든?” “인자 희락이형은 출세길 막혔다고 동네사람들이 그런당께!” 화평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 놈이! 그렇게 착하던 희락이가! 그럴수가!” 영례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착실하던 희락이가 데모해서 경찰서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근심하고 있는데 옆집에 영춘이 엄니가 지나가다가 영례가 마루에 화평이와 함께 있는 것을 보더니 들어오면서 “어디 갔다왔소?” 하고 물어왔다. 희락이 만나러 경찰서 갔다왔느냐는 물음이다. “면회도 안 시켜줘서 그냥 왔소!” “오메! 큰 죄를 지었는갑네! 면회를 안 시켜줄 정도면…”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디 뭔 큰 죄를 졌것소?” “누가 그러던디라우! 대학생이 데모하다 잡히면 출세길이 막힌다고 헙디다!” 영춘이 엄니는 화평이가 말한 것처럼 출세길이 막힌다는 말을 했다. 그날밤 영례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자식 장담해서는 안 된다더니, 희락이가 그렇게 착실하던 희락이가 경찰서에 잡혀갈 줄은 미처 몰랐다. 영례는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술 뜨고는 부리나케 경찰서로 달려갔다. 예전에 지서 앞이나 경찰서를 지나 다닐 때에는 몰랐지만 희락이가 경찰서에 잡혀 들어가고 나니까 경찰서가 그렇게 무섭고 커 보일수가 없었다. 화평이때하고는 달랐다. 영례는 어제 들어갔던 방을 기웃거리면서 들어가서 맨앞 책상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우리 아들땜시 왔는디라우! 어찌께 면회가 좀 되것소?” 라고 공손하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대뜸 “아짐시 아들이 누군디라우?” 라고 물었다. 그러자 옆 책상에 앉아 있던 사람이 “응! 데모허다 잡혀온 학생들 보호자인 모양인디!” 라고 자기 동료에게 말하더니 “아줌마! 맞지요?” 라고 영례를 보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안됐다는 듯이, 미안해 하면서 “아줌마! 그 학생들은 죄다 새벽에 구치소로 넘어갔써라우!”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구치소가 뭐하는데다요?” “감옥이란말요! 아줌마는 모르시오? 학생들이 공부나 헐 것이지 웬 데모는 해갖고! 우리들까지 잠도 못자고 시방 꼬빡 밤새웠당께라우!” 형사인 듯한 자가 그렇게 말했다. “오메! 어쩌끄나! 오메 큰일났네! 오메!” 영례는 이게 꿈인가 생각됐다. 그러나 분명 꿈이 아니었다. “여기 봉주는 어디서 근무하요? 우리 조칸디라우! 쫌 만날 수 없을끄라우?” 영례는 봉주의 도움을 받으려고 그를 찾았다.  “아! 정보과의 김봉주 형사요? 아짐씨 조카요?” “예! 조카단 말요!” “어이! 2층으로 이 아짐씨를 모셔다 드리게!” 영례앞 책상에 앉은 사람이 옆 책상에 앉은 사람에게 이렇게 부탁을 했다.  “아짐씨! 따라오시요! 근디 참 안됐구만이라우잉!” 그 사람은 영례를 따라오라면서 앞장 서 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영례가 그 사람을 따라서 경찰서 2층 왼쪽 둘째방에 들어가는데 봉주가 막 나오고 있었다. “아니! 당숙모 웬일이시오. 이 아침에” “희락이 땜시 왔는디! 오늘 새벽에 감옥소로 갔다고 그라네! 오메 어째야쓰가잉!” 영례의 말에 봉주는 난처한 듯이 좌우를 살피더니 “여기서 이야기하기 어려우니 요 앞 경찰서 앞에 다방이 있단말요! 그리로 갑시다!” 이렇게 말하고는 앞장 서 걸어갔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