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갑자기 아부지 이야기를 꺼내!” “니그 아부지가 니그덜을 놔두고 홀엄씨 집에 살고 있는 것이 잘 한 짓이냐? 홀엄씨가 뭐가 좋다고!” “인제 아부지 이야기 그만해!”희락이는 언제부터인가 영례가 남편을 비난하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했다.희 락이는 가끔 양동 홀엄씨 집에도 들렸다가 오는 것 같았다. 희락이는 커가가면서 자기나름대로의 주관이 생겨난 것 같았다. 대학생이니 자기생각을 할때도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이해하려 했지만 어쩔때는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례는 말이 나온김에 그동안 희락이에게 서운했던 점을 이야기하고 지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운한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언젠가 희락이는 술을 먹고 양동에 갔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따지듯 어째서 아내를 버리고, 자식을 버리고 딴 여자랑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남편은 처음에는 지금은 모르겠지만 네가 어른이 되어 자식 낳고 살다보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라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희락이가 나도 이젠 컸으니알아야겠다며 계속 물러서지 않고 이유를 이야기해 달라고 하자, 남편이 부부는 잠자리를 서로 같이해야 정이 붙는 것인데 네 어머니는 잠자리를 싫어한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관계를 맺으려고 하면 나무토막처럼 누워있으니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실토했다는 것이다. 잠자리를 거부하기 때문에 상처를 받아서 멀어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영례는 그 이야기를 희락이에게 듣고서 남편에 대하여 분노가 일어났었다. 그리고 그 후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에 희락이에 대해서도 서운했었다. 그런데 또 희락이가 아버지 이야기를 그만하라고 퉁명스럽게 쏘아대니 서운한 것이었다. “내가 너를 뼈 빠지게 일해서 키웠는데… 집 나간 니 아부지 편을 드냐? 글고 자식들한테 내외간 잠자리 이야기 하는 사람이 온전한 사람이냐? 정신 나간 사람이지!” 영례는 희락이에게 이렇게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영례는 아이들한테까지 내외간 잠자리 이야기를 하는 남편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올랐다. “흘러간 옛날 이야기를 자꾸 허니까 그러제잉! 기분 좋은 말도 자꾸하면 듣기 싫은 법인디… 그런 어두운 이야기를 더 해서 뭘 어쩌겠다고!” “자식들한테 내외간에 잠자리 이야기 하는 니 아부지가 온전한 사람이냐! 그 짓이 머가 좋다고! 니 아부진 홀엄씨가 그 짓을 잘 해 주니까 헬렐레 해갖고 그 년이 하라는데로 돈도 다 갖다 바치고!…” “옛날 이야기 그만 해랑께라우! 다 소용 없으라우!” “왜 옛날 이야기냐! 니 아부지가 여태껏 집에 안 들어오고 있으니 시방 이야기지! 시방 이야기여!” 영례는 과거 일로 인해 지금도 고통을 느끼고 있으니까 현재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희락이는 옛날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너 니그 아부지 편들라믄 니그 아부지한테 가서 살아라! 징하다. 이 놈의 세상! 징하다! 징해! 남편 복도 없는 년이 무슨 자식 복이 있것냐? 나 괴로워서 어디로 도망 가불란다! 징허다! 광산 김가들!…” 영례는 결국 화를 내고야 말았다. 42. 잔인한 여름 ① 1974년 8월 15일은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날이었다. 별안간 아침 일찍부터 외양간에서 젖소가 울기 시작했다. 소리가 동네를 울릴 정도로 컸다. 영례는 젖소가 움메! 움메 큰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외양간으로 달려가서 젖소 항문 옆을 살펴보았다. 하얀 실줄기가같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젖소가 새끼를 낳으려는 것이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