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희락이가 어디 있는지 좀 알아볼 수 없을까?” “예? 희락이는… 시방!…” “희락이 봤는가?” “아니라우!… 내가 희락이를 어찌 알것소?” 봉주는 말끝을 흐렸다. 영례는 봉주가 뭔가 숨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봉주의 말투는 매우 냉소적이었다. “당숙모! 희락이 때문에 우리 광산 김씨 집안 망하것소!” 갑자기 봉주가 이렇게 말했다. “아니 무신 말을 그렇게 하는가?” 영례는 봉주를 빤히 쳐다보면서 역정을 버럭 내면서 소리치듯 말했다. 희락이 때문에 광산 김씨 집안이 망하겠다니. 이미 망해 밥도 못 먹은 집안이라 더 망할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영례였다. “그만둡시다! 우리는 법대로 할 것이니께!” “아니 이보게! 조카 우리말 좀 해보세! 그 말이 뭔말이당가?” “나중에 보면 다 알게 될것이요!” 봉주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고는 자전거를 타고 휑하니 먼저 가버렸다. 영례는 봉주가 자전거를 타고 영례의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것처럼 큰집과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큰집 봉주는 희락이가 빨갱이 물이 들었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그런 말이 영례에게 상처가 되었는지 이제는 봉주가 조카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큰집도 안간지가 오래 되었다. 봉주는 동광주경찰서 대공담당 정보과 형사다. 영례는 봉주가 어쩌면 희락이의 소재를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영례는 시내버스를 타고, 조대 앞까지 가는 중에 도청 앞에 탱크가 세워진 것을 보았다.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인가. 무섬증이 일었다. 조대 앞 승강장을 가기도 전에 시내버스가 밀렸다. 앞에 무슨 방해물이 놓여있는지 시내버스는 물론이고 모든 차들이 밀려 있었다. “여기서 내리시요잉! 학생들이 데모하는 것 갑소!” 운전사가 이렇게 말했다. 대학생들 몇 사람이 내렸다. 시민 몇 사람도 따라서 내렸다. “계엄 해제하라!” “휴교령 철폐하라!” 가까운 곳에서 학생 몇 사람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대 정문 앞이었다. 그러나 이내 그 소리는 멎었다. 영례가 보니 대학생인 듯한 몇 명이 공수부대원에게 붙들리면서 발악하듯 소리친 것이었다. 학교 앞에는 골리앗 같은 탱크가 서 있었다. 살벌했다. 군인들만이 행렬을 지어 착검을 하고 모든 통행인들을 막고 있었다. 영례가 머뭇거리다가 들어가려고 하니까 “어딜 가요!” 하고 정문 앞에 버티고선 군인 한사람이 말했다.  “우리 아들 찾으러 왔소! 우리 아들이 이 핵교에 다니는디 한 열흘 안들어 온단말요 시방!” “못 들어가요!” “아니 왜 못 들어가게허요! 우리 아들 만나야 한당께라우!” “이 아줌마가! 이봐요. 상부의 명령이요. 누구도 못 들어가요! 빨리 돌아 가시요”  군인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옆에 있는 군인은 계급이 다른 군인보다 더 높은 것 같았다. 소대장인가. 중대장인가. 무전병인가. 무전기를 들고 어디선가 보내오는 소리를 듣고, 뭐라고 심각하게 말하면서 인상을 쓰면서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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