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례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영례를 꾸중하는 군인과 곤봉으로 때리는 군인은 다른 사람 같았다.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진 것은 영례만이 아니다. 학생들이 부지기수로 쓰러졌다. 쓰러진 학생들은 모두 체포당했다. 한 무리 공수부대원들은 도망치는 학생들을 좇아서 인도에까지 올라갔다. 학생들이 골목길로 도망치자. 골목길까지 좇아갔다. 어제의 공수부대원들이 아니었다. 공수부대원들은 지나가던 시민들도 곤봉으로 때렸다. 봉변당한 시민들은 기겁했다. “오메! 뭔일이당가?” “오메! 군인들이 사람 죽이네!” 누군가 얻어맞고 소리쳤다. 인간은 고문과 폭력에 나약한 존재이다. 공수부대원들이 곤봉으로 진압하기 시작하자 학생들도 화염병과 각목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도망치고, 더러는 붙잡혔다. 영례는 학생들과 같이 오랏줄에 묶여 차에 태워졌다. “왜 이러시요! 난 아무 잘못도 없당께라우! 난 내 아들 찾으러 나왔당께라우!” 영례는 군 트럭에 잡혀가면서 이 군인 저 군인에게 애걸복걸 해댔다. “…. ….” 그러나 군인들은 못들은 척했다. 잡혀가는 학생들도 신음소리만 내뱉을 뿐 영례를 도와주지 않았다. 도와줄 환경도, 여력도 없는 그들이다.  영례가 끌려간 곳은 동광주경찰서였다.대학생들과 함께 유치장 안에 갇혔다. 난생 처음 당하는 일이라,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통사정을 했지만, 답답하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생 아닌 일반 시민은 영례 외에 두 사람이 더 있었다. 동광주경찰서는 봉주가 근무하는 경찰서였다. 그래서 영례는 급한 김에 유치장을 지키는 경찰에게  “봉주좀 불러주쇼잉!”라고 말했다.  “봉주가 누구요! 누구집 아이를 경찰서에 잡혀와서 부르고 있소! 여기가 아줌마집 안방인줄 아쇼?”  이렇게 힐란하 듯 말했다.  “아, 봉주는 내 조카란말요! 이 곳 경찰서 순사로 일한단….” 이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문쪽으로 돌리는 순간 봉주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봉주를 본 순간 영례는 아까 희락이를 잡으려고 덮치던 봉주 모습이 생각나서 얼굴이 벼란간 굳어졌다.  “아니! 당숙모가 웬일이시요! 여기까지 잡혀오시고!”  “오메! 공수들은 사람들을 개패듯 패고! 순사들은 죄없는 사람을 잡아 가두고! 이런 세상이 무신 세상이당가잉!” 영례는 말이 나오는데로 쏘아부쳤다.가시돋친말이었다.  “쫌있다가 상부에서 지시가 오면 집에 보내줄꺼요! 내 맘대로 못해라우!”봉주는 이렇게 말했다. 봉주는 유치장에 잡혀온 학생들을 한번 훑어보더니 다시 영례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면서 말했다. “쫌 기다리시요잉!” “…. ….”  봉주는 미안한지 이렇게 말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누군가를 찾고있는 듯한 시선속에서 영례는 머리를 갸웃뚱거렸다. 희락이를 찾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되어지자 다시 화가 솟아 올라왔다. 그러면서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올라와 눈가에 맺혀졌다. 눈물 방울이다. 영례는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봉주의 말처럼, 영례는 곧 풀려났다.대학생들을 제외한 일반인 세명만 풀려난 것이다.영례는 어떻게 월전 큰집까지 왔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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