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더니  “인자 광주부대에도 짬밥을 가질러 못가고…, 돼지들 먹일 것이 없어 큰 일인디…” 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시내 다른 식당에 안 알아 봤냐?” “못알아봤당께!” “큰 일이다야!” 그런데 그때까지 유행가가 계속 나오던 라디오에서 갑자기 공수부대장 같은 둔탁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광주시민 여러분! 광주지방 통행금지시간이 저녁 9시로 앞당겨 졌습니다. 광주지방계엄사령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계엄사의 발표에 영례가 벽시계를 보았다. 시계를 보니 7시 2분이었다. 1시간 58분 남겨놓고 통행금지시간이 9시로 앞당겨졌다고 발표한 것이다. “엄니! 시방 계엄사령부에서 발표했는디! 광주지방 통행금지시간이 9시로 앞당겨졌다는구만!” “모다 큰일났다야!” “통행금지시간을 9시로 앞당길 정도로 광주지방분위기가 좋지않는갑구만! 먼 일이 시방 일어나는 것 같애!“ “벌써 일어났다! 오늘보니 먼 일났더라! 아이고 이놈의 세상! 내일은 꼭 희락이를 찾아와야것다! 화평아 같이가자!” “광주가먼 위험할껀디!” “위험허다고 니 형을 그냥 놔둬서 쓰것냐?” 영례는 순간적으로 화평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날 밤, 영례는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희락이 때문에 밤 잠을 이루지 못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시국이 하수상한 판국에 무슨 일이 날지 모른다.  낮에 데모대 선봉에 서있던 희락이의 모습은 본래 얌전한 희락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머리에 띠를 두르고, 붉은 깃발을 들고, “유신잔당 타도 전두환!”을 부르짖으면서 데모대를 이끌던 희락이는 전혀 딴사람이었다. 더구나 그런 희락이를 잡으려고 날쌔게 덮치던 봉주도 본래의 봉주의 모습이 아니었다. 원래 정의감이 강한 봉주였다. 그런데 어찌된 것인가. 모든 것이 갑자기 바뀌었다. 이렇게 갑자기 바뀐 환경은, 앞으로 바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잠이 안 오는 것인가. 영례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는 화평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엄니! 오늘 시내 가면 위험한디!” “위험 항께 희락이를 찾아야제! 먼 소릴하냐 시방?” 영례는 어제처럼 여전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화평이를 독촉해서 월전을 거쳐 시내 갈려고 교회 쪽으로 올라가는데 상린이 엄니와 마주쳤다. “오메! 위험하단디 시내나가시요!” “아침부터 어딜 갔다오시오? 난 시방 희락이 찾으러 간단말요!” “어쩌까잉! 고상이 많소잉!” “어쩌것소! 내 새낀디” 영례는 이렇게 말하면서 화평이를 앞세우고 발길을 재촉했다. “어디로 갈라고 그래?” “어저께 니 형이랑 데모대들이 북동쪽부터에서 왔으니께 북동쪽으로 가보자!”  “참! 울 엄니는 겁도 없네! 임동, 북동쪽은 공수부대들이 쫙 깔려있당께로! 가믄 그 놈들헌테 맞아죽어!” “그럼 니 형은 맞아죽어도 좋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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