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보시오! 저기 서양사람, 저 사람이 외신기자요! 저 사람 옆에 붙어 있습시다!” 중년남자는 영례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사람들의 숲을 뚫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영례도 사람의 숲을 헤쳐가면서 그 중년남자를 따라갔다.  그런데 뒤를 돌아다보니 화평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 중년남자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화평이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니 화평아! 아까 내 옆에 있던 청년 못봤소! 오메! 내 아들!…” 영례는 정신이 갑자기 혼란해졌다. 그러자 외신기자가 있는 쪽으로 가던 그 중년남자가 뒤돌아보면서 “아짐씨 아들이 어디로 갔소?” 하고 물어왔다. “금방 있었는디 어디로 갔소!” 영례가 이렇게 대답하는 사이, 그 중년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다시 외쳐댔다. “아짐씨 아들요. 쩌기 있구만요!” “아니!” 영례는 더 이상말을 잇지 못했다. 화평이가 시위대에 가담한 것이다. 그는 쇠파이프를 들고, 타작마당에서 마치 보리추수할 때처럼 공수부대가 쳐놓은 바리케이트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화평아!” 영례는 놀라서 달려가려 했지만 사람들 때문에 용신할 수가 없었다.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접근허시요!” 그 중년남자는 영례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안되지! 자식 놈 두놈들이 다…, 그래서는 안되지!” 영례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공수부대와 시위대와 화평이가 있는 근처로 이동해갔다. 영례는 기가 막혔다. 그래서 불나비처럼 접전의 현장으로 뛰어들어가면서 소리쳤다. “화평아! 너 왜그래! 위험헌디 왜 그러냐 시방.가자 집으로가자!” 영례의 말에 화평이가 큰소리로 말했다. “광주시민들이 시방 일어나야제잉! 놔두쇼 엄니!” “가자! 위험한디 너 왜 이러냐?” “이렇게 공수부대들이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있는디 안 일어서면 역사의 죄인 된당께!” 화평이는 분노하고 있었다. 영례 말을 듣지 않았다. 화평이를 데리고 희락이를 찾으러 왔다가 이제는 화평이 마저 시위대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아니 영례 자신도 이미 시위대와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런 판국에 아침부터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더니 결국 오후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짐씨! 외신기자 양반 말을 들어보니까 오늘 오후 3시에 광주시내 기관장들과 유지들이 계엄군과 한자리에서 회의를 한답디다!” “사람을 늙은 호박찌르듯 찔러 죽이는 판에 회의는 먼회의다요!” “회의를 해갔고 공수부대의 만행을 막아야지라우!” “아저씨 딸은 찾았소?” “못찾았소!” “혹시 임동이나, 누문동 쪽에 있는것 아니요. 난 아까 거기서 왔단 말이요!” “그쪽은 어쩝디까?” “누문동 파출소도 불타고… 사람들 말들으니께 임동파출소도 불탔답디다!” 영례가 중년남성과 이야기하는 사이 공수부대에 시위대가 밀리기 시작했다.  공수부대의 진압작전이 강화된 것이다. 아니 공수부대가 증파되어 온 것 같았다. 영례도, 딸을 찾으러 나선 그 중년남자도, 외신기자도 사람의 숲에 떠밀려 가기 시작했다.  페퍼포크 차량과 소방차를 앞세우고, 곤봉을 들고 방패를 들고, 대검을 들고, 총을 든 공수부대들에게 밀려서 도청쪽으로 떠밀려 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도청쪽에서도 시위대가 밀려오고 있었다. 아니 공수부대들에게 쫓겨 오고 있었다. 협공 당하는 판국이 된 것이다.
61.85.68.109 영교협: 진실을 모르면 바보요, 거짓을 가르치면 범죄다.<갈릴레이> http://www.007Englis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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