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부상당한 사람 다 죽것소! 얼른 오토바이로 싣고 병원으로 갑시다!” 외신기자를 따라 다니던 중년남자가 이렇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이 다급한 외침은 오토바이 가게 앞에서 군경과 시민들의 충돌사태를 지켜보던 한 시민의 다급한 소리에 이내 묻혀버렸다.  “먼일이당가잉! 저 트럭 좀 봐! 공수들이 겁나게 몰려오네잉! 인자 우리 광주는 큰일 나부럿네!” 이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뛰어 나갔다. 트럭 수 십대가 공수부대를 싣고 와서 내려놓고 있었다. 공수부대를 싣고 온 트럭은 족히 30대는 되는 것 같았다. 아니 40대는 되는 것 같았다. “오메!” “오메! 큰일 나부럿네!” “광주시민들 저것 좀 보시요! 저 놈들 보시요! 공수 수천 명이 몰려왔소!” 사람들마다 겁먹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청 앞에서 내린 공수들은 신속하게 두 패로 갈라지고 있었다. 한 패는 군경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금남로로 진출하고 있었고, 한 패는 4~5명씩 한조가 되어 금남로 주변 건물과 골목 등지를 샅샅이 뒤지면서 진압봉으로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하기 시작했다. 4~5명씩 한조가 되어 금남로 주변 건물들을 이 잡듯 뒤지며 무차별 공격을 하던 공수들은 이내 오토바이가게에도 들이닥쳤다. “무슨 일이요!” 주인사내가 겁먹은 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말이 없었다. 다만 진압봉으로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개 패듯 패기 시작했다. “아니! 왜 이러시요!” “오메 사람 죽이네!” 사람들은 밖으로 도망치면서 소리쳤다. 얻어맞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그들은 사람이건 물건이건 곤봉으로 때렸고, 군화발로 사정없이 짓밟았다. 영례도 왼쪽 어깨를 곤봉으로 얻어맞고 쓰러졌다. `오메 사람 죽이네' 하는 절규는 영례가 얻어맞고 신음하면서 지른 소리였다. “이 새끼! 넌 뭐야!” 공수는 가게 한쪽에 부상당해 누워있는 외신기자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외신기자는 부상당해 소리칠 기력이 없었다. “외신기자요! 외신기자니 제발!…” 옆에 있던 중년사내가 통사정했다. “니 쥐약 묵었나!” 이렇게 말하면서 공수는 중년사내 등허리를 곤봉으로 내리쳤다. 쥐약 먹은 건 시민들이 아니고, 공수 놈들이다. 중년사내는 등허리를 얻어맞고는 “윽!” 하는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가게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공수들은 가게 안에 있는 시민들을 폭행한 뒤에 재빠르게 이웃가게로 진격해 나갔다. 오토바이 가게 안에는 결국 부상당한 외신기자와 공수들에게 얻어맞은 중년사내와 시민 몇 명, 그리고 영례가 남았을 뿐, 얻어맞지 않고 용케 피한 시민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다 도망쳐버렸다. “나는 내 아들 찾아야것소!” 영례는 이렇게 소리치면서 그 가게를 빠져 나왔다. 영례가 오토바이 가게에서 나와 보니 경찰과 공수부대가 더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군경병력은 4천명은 족히 될 것 같았다. 시민들도 약 3천여 명이 넘을 것 같았다. 경찰과 공수들은 최루탄과 소방수와 곤봉으로 맞서고 있었고, 시민들은 돌과 각목과 맨주먹도 많았다.  그러나 시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공수들이 금남로 주변 가게나 민가에까지 침입해서 시민들을 구타하고 기물을 파괴하자, 공수들의 만행에 분노한 시민들이 금남로로 몰려 나왔기 때문이고, 또 한편으로는 공수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민들을 구타하고, 죽였다는 소문을 듣고는 사방에서 시민들이 금남로로 모여든 것이다. 금남로는 살벌한 대치를 하면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영례는 겁이 없었다. 어깻죽지가 결리고 아파왔지만, 현장 분위기 때문인지 아픔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희락이를 찾아야 한다. 화평이도 찾아야 한다. 영례는 시민들 숲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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