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권 주장보다 협력 방안 찾아야”

 
한국교회 소중한 유산으로 가꿔가는 노력 시급

 

마포구청 “묘지 설치 제한구역으로 추가 매장은 불법”

“20개 참여 교단들 관심 갖고 양화진 지킴이로 나서야”


오늘의 한국교회가 존재할 수 있도록 선교사들이 묻혀있는 곳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한국교회 모태의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곳이 1년 넘도록 관리권을 놓고 시끄럽다.

#한국을 사랑한 선교사들의 안식처

한국 초기 북장로회 의료선교사로 제중원(세브란스병원 전신) 원장을 지낸 헤론 선교사가 과로로 인해 1890년 7월 26일 죽게 되자 동료 선교사들은 정부당국에 양화진 숲속에 선교사들을 비롯한 주한 외국인 가족묘지 조성을 허락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정부 규정에는 서울 중심지에서 15리 이내에는 무덤을 만들지 못하게 되어 있었던 것. 이에 선교사들은 주한 외국공사들을 움직여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5개국 공사의 공동명의로 재차 이를 건의했다. 마침내 고종은 특례조처로 양화진 외인묘지 조성을 허락했다.

1893년 10월 24일 헤론의 유골이 양화진에 이장됨으로써 처음으로 묻히게 되었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413명이 양화진에 묻혔고, 이 중 143명이 선교사로 알려져 있다.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서울 마포구 합정동 144번지에 4천 평 규모로 조성된 양화진에는 헤론 외에도 1895년 11월 전염병치료에 몰두하다 숨진 미감리회 선교사인 홀 의사, 초대 한국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목사 가족과 후손들, 벙커·헐버트 등이 이 묘지에 묻혔다(〈기독교대백과사전〉 1984, 기독교문사).

#양화진 문제 핵심은

지난 100여 년 동안 한국교회의 중요한 역사현장으로 자리하고 있던 양화진이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무엇일까.

논란의 중심에는 양화진 관리권이 자리하고 있다. 양화진 소유주로 등록돼 있는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이사장 정진경, 100주년협의회)가 양화진 관리를 위해 2005년 7월에 이재철 목사를 담임으로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100주년교회)를 세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100주년협의회는 1986년 기독실업인으로부터 후원받아 양화진 내에 선교기념관을 건립, 당시 선교사 후손들이 주축을 이룬 서울유니온교회가 이곳에서 예배드리며 양화진 묘역을 관리하도록 했다. 그렇게 20여 년이 흐른 가운데 100주년협의회는 관리주체를 100주년교회로 바꾸었다. 이유는 20여 년 동안 서울유니온교회가 양화진 묘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 100주년협의회는 서울유니온교회가 묘지 38기를 선매한 것이 드러났다며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서울유니온교회는 ‘묘지 관리비’를 받은 것이라며 관리주체를 일방적으로 바꾼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양화진에 묻혀야 한다?

또 한 가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선교사 후손들이 선조들이 묻힌 양화진에 자신들도 묻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언더우드 4세인 피터 언더우드 씨는 “우리의 부모, 조부모까지 모두 양화진에 묻혔다. 나도 어릴 때부터 여기에 묻힐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면서 원일한 박사가 2004년에 묻혔던 것을 언급하면서 “100주년교회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법을 위반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와서 묻힐 수 없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화진 관할구청인 마포구청에 문의한 결과 양화진에는 더 이상 묘지를 쓸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양화진 외국인 묘지 공원은 묘지가 아닌 공원”이라며 “장사등에관한법률 상 묘지 설치 제한지역으로 추가 매장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양화진 관리 누가 해야 할까?

서울유니온교회와 100주년교회의 공방으로 이어지다가 예장 통합교단까지 “한국교회 공동 관리”를 외치며 100주년교회의 ‘독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100주년협의회에 공문을 보내 100주년교회에 전권 위임한 것은 부당한 처분임을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한편 총회장 명의로 성명을 발표해 선교사 후손들과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에 대해 “한국교회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는 일”이라며 또 한 번 전권위임 문제를 짚었다.

이어 최근에는 독립교회인 100주년교회의 ‘장로·권사 호칭제’를 문제 삼아 이재철 목사를 기소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이 목사는 통합 교단 탈퇴를 선언한 상황이다.

예장통합 역사위원회 양화진문제대책분과장인 이만규 목사는 “양화진 묘지는 한국교회 전체 것이어야 한다. 100주년교회에서 관리하며 수고와 공헌이 많았지만 독점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이용 되서는 안 된다”며 “한국교회 전체의 소유가 되고 함께 관리하고 한국교회 성지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00주년협의회가 100주년교회를 세워 관리를 맡길 당시 이사진에는 현 총회장인 김삼환 목사를 비롯해 통합교단 인물이 다수 포함돼 있었기에 100주년교회가 세워진 지 4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통합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는 이들 사이에서는 한국교회의 큰 자부심이어야 할 양화진이 오늘날 근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문제의 핵심으로 “연합기관의 무력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유니온교회와 100주년기념교회에 양화진 관리권을 부여한 것은 모두 100주년협의회이다. 그러니 양화진 관리 소홀의 책임은 누구보다 100주년협의회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개 교단 참여로 이어왔다지만 100주년협의회가 100주년교회를 세워야 했던 이유는 심각한 운영난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0주년협의회에 20년 넘게 몸담았던 김경래 상임이사는 “1대 이사장이었던 한경직 목사님 시절에는 많은 교단과 교회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돌아가신 후 지원 교회가 50개에서 12개밖에 남지 않았다”며 고질적인 재정난을 겪어야 했다고 밝혔다. 김 상임이사는 “이재철 목사에게 찾아가기 전 몇몇 큰 교회에도 맡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관심 밖이었다”며 연합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함께 갈 수 있는 방안 찾아야

양화진을 한국교회의 소중한 유산으로 가꿔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에 대한 비방으로 얼룩진 양화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3년여 전부터 100주년협의회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김고광 목사(수표교교회)는 “양화진 관리권을 한국교회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누구인가”라고 반문하고 “이미 25년여 동안 해온 100주년협의회가 있는데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하는 교단들이 더욱 관심을 기울여 재정적 어려움 없이 사업을 펴갈 수 있도록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단절이 아닌 소통의 길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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