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사계' 제 1악장 알레그로, 추수의 기쁨을 음악으로 듣다가 아시아와 남태평양의 비극이 떠올라 음악을 껐다. 필리핀에는 태풍과 호우로, 인도네시아는 지진으로, 서사모아는 쓰나미로 수많은 인명을 잃었다. 다행이 우리의 뜰에는 순환의 질서대로 큰 탈 없이 아름다운 가을이 어김없이 왔다. 떠나기 싫어 종종 부리던 늦여름의 몽리도 없이 풍성한 계절을 선물로 안겨주고 남쪽나라로 떠나갔다.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고, 알프스의 눈이 녹아내리는 지구촌,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우리의 뜰을 내다보면서 “혹시 가을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부질없는 근심을 했는데 다행히 가을이 왔다. 올 가을은 예사롭게 온 것이 아니라 유난히 아름답게 왔다. 온갖 정숙미를 다 갖추고 형형색색 채색 옷을 입고 북에서부터 질서정연하게 남쪽으로 가을이 밀려온 것이다.

다형(茶兄, 김현승)의 시 `가을의 기도'에서처럼 나는 지금 겸허한 모국어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기도한다. 인간의 배반과 탐욕에도 불구하고 엄숙한 아름다움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개인이나 국가나 가릴 바 없이 인간의 탐욕과 교만과 일탈은 끝이 없는데 신은 여전이 은총을 베푸신 것이다.

에덴동산을 이탈한 인간은 탁월한 지혜로 찬란한 세상을 만들었다. 부요하고, 편리하고, 안락하고, 짜릿한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고도 부족하여 더 많이 가지려고, 더 편하게 살려고, 더 강해지려고 이웃을 침탈한다. 그러나 어느새 장터의 질서가, 금수의 질서가, 악마의 질서가 우주의 질서를 교란하고 인간세계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수준은 국민이 높여야 한다. 국민이 양심과 도덕의 수준을 높이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수준은 당연이 높아지는 것이다. 학력이 높다고 국민의 수준이 높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1위다. 우리나라의 학력도 넘치도록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상식은 어디로 간 것인가? 낚시터에, 산과 바다에, 경기장에 마구 버린 저 엄청난 쓰레기를 보라.

돈이 된다면 맨홀 뚜껑, 교량의 난간, 남의 집 문짝 까지 떼어가는 화인 맞은 양심을 보라. 우리는 때때로 민의의 전당에 나갈 자격도 없는 사람들에게 학연, 지연에 얽혀 투표하고 있지 않는가?

지금은 영웅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다. 오늘은 민중이 가치를 만들고 사회의 집단의식이 사회와 국가를 규정하고 이끌어가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국민 개개인의 도덕적 가치는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다.

인간의 패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를 주신 하나님께 지금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현상을 통하여 노여움과 인내를 표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파악해야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신에 대한 인간의 반역은 마침내 끔찍한 세상을 초래 할 것이다. 이미 처처에 마지막 심판을 알리는 경고음이 들리지 않는가? 온난화, 해수면 상승, 지진, 해일, 어종의 감소 등… 수많은 경고음을 통하여 신은 지구의 종말을 통고하고 있지 않는가?

조류 인플루엔자, 신종 인플루엔자, 광우병이 왜 나타나는가? 과연 우리는 저 잔인하고 비위생적이고, 비합리적인 축산업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반성해보았는가?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인간의 욕망을 위하여 인간은 자연의 질서를 마음대로 파괴하였다. 그리고 우주의 질서는 일그러지고, 일그러진 질서는 이제 인간을 종말의 벼랑까지 몰아왔다.

다형의 기원처럼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워 기도하자. 낙엽들이 지는 이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자. 그리고 사랑하자. 증오는 증오를 낳는다. 패역은 패역을 낳는다. 가을에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자. 하늘이 주신 자연유산을 사랑하자. 사랑만이 인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달력이 몇 장 남지 않았다. 저 눈부신 올 가을 단풍이 다 떨어져 버리면 소슬바람은 또 차디찬 바람으로 변하여 가난한 집 문풍지를 울릴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캐롤과 함께 한해는 또 서둘러 갈 것이다. 이 엄연한 질서, 자연의 질서, 우주의 질서를 더 이상 거스르지 말자.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