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엉뚱하게도 화장실 사용에서 그 모임의 남녀비율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개의 경우, 감리회 총회에 어떤 경위로건 참석했을 때는 여자화장실 사용이 참 여유롭다. 여성 총대가 적기 때문이다. 반면 몇 년 전 감리회 호남선교대회의 경우, 전국에서 호남으로 향하는 버스가 멈춰서는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여성들은 화장실 사용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남성들은 일찌감치 볼일을 다 마치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교회구성원의 60∼70%가 여성이고, 여성들이 없으면 모든 교회행사 자체가 이루지지 못할 정도인데도, 당회(장로교)나 기획위원회(감리교)를 비롯한 모든 교회의 의사결정기구에서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상은 총회에서 가장 심각해지는데, 올해 예장(통합) 총회의 여성총대는 전체총대의 0.87%였고, 기장 총회는 2.3%였다. 각 교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법안을 두거나 연구하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들의 의사결정기구 참여율은 바닥을 맴돌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흔히 말하는 대로 여성이 여성을 뽑지 않기 때문일까? 여성장로와 여성목사가 너무 적어서일까? 여성총대가 1%를 밑도는 예장(통합)의 경우 전체목사 중 여성목사가 6% 가까이 되고, 활동 중인 여성장로는 전체장로의 3%이니, 비율상으로는 최소한 3∼6%는 돼야 마땅하다.

그리고 여성이 여성을 뽑지 않는다는 말을 교회지도자들이 그렇게 쉽게 내뱉어도 좋은 걸까? 여성들에게 순종을 넘어 맹종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으면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은 남성이라는 인식에 편안하게 편승하면서,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 3:28)”라는 성서의 말씀은 건너뛰어 읽어도 좋은 걸까? 교회지도자들의 책임은 과연 없는 것인가?

여성지도력의 성장을 위해 `올인'하라! 교회가 여성들을 계속 `사용'하려고만 한다면 앞으로도 여성지도력은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여성참여 30% 할당제를 넘어, 올바른 여성지도력을 세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개체교회에서 양성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교회의 여성지도력이 `여성적 활동'(어떤 활동이 떠오르는가?)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다양한 은사를 발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평균 60세가 넘어서야 장로가 되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 신앙의 경력이나 깊이를 볼 때 여성들의 자격은 차고도 넘치지 않는가? 때로 교회담임자가 교회여성들이 `바깥으로 나도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건강한 여성지도력의 성숙을 위해서라도 교회 바깥의 연합활동이나 사회참여를 적극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

총회나 본부에서도 여성지도력을 세우기 위한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교육프로그램에 도입해야 한다. 21세기, 건강한 여성지도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지금이야말로 양성평등위원회 같은 상설기구를 두어 정책을 수립하거나 실태조사를 하거나 좋은 모델을 발굴해서 장려하는 등 체계적인 여성지도력 활성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여신학생이 늘어가고 있는 이때, 여성들이 존경하고 배울 수 있는 모델이자 멘토로서 여성교수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여성 스스로에게서 나와야 한다. 여성이 언제까지나 수동적인 `피해자'로만 존재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한국교회의 관습적, 제도적 장벽을 넘는 것은 복음의 힘을 믿는 교회여성 스스로의 노력이다.

여성지도력은 함께 고민하며 갈등과 지지, 격려를 포함한 서로의 관계 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여성들이 스스로의 다양하고 독특한 경험을 함께 나면서 건강한 지도력의 모델을 세워간다면, 한국교회는 건강해질 것이다. 이 속에서 민주적인 훈련과 서로에게서 배우고 돌보는 훈련, 다양한 세대, 다양한 여성들 사이의 소통과 관계 맺기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럴 때라야 교회여성들은 가정과 교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나아가 한국사회와 지구공동체의 어머니, 사회적 돌봄의 소명에 응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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