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10월드컵 조 추첨이 있었다. 추첨을 앞두고 시드 그룹이 정해지면서 우리나라가 `죽음의 조'에 속할지 `행운의 조'에 속할지에 자못 관심이 쏠렸다. 만만찮지만 해볼 만한 조에 편성된 것으로 이야기되는데, 아무튼 내년 상반기 지구촌을 술렁이게 할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 팀의 선전(善戰)을 기원한다. 춘궁기(春窮期) 막바지의, 출판계로선 적지 않은 악재(!)를 또 어찌 넘겨야 할지는 나중 걱정할 몫이고….

대표 팀 경기에 일희일비하면서 언젠가 이런 의문이 들었다. 편집자의 역할은, 축구 경기로 치면 대략 어느 포지션에 해당할까? 관점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겠지만 역시 수비수가 아닐까 싶다. 편집자의 성향이나 맡은 역할에 따라 골키퍼가 될 수도 있고, 풀백이 될 수도 있겠다. 물론 오늘날엔 토털 사커가 세계 축구의 중요한 흐름이고, 공격에 가담하는 수비수도 많다. 과감히 돌파를 시도하여 골을 넣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편집자 본연의 모습은 역시 실점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공격 루트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러면 공격수는? 디자이너나 마케팅 관련 부서다. 책의 품질과 품격을 가시적으로 높이고, 독자들께 다가가는 데 최일선의 역할을 하니까 말이다.

수비를 확실하게 하면 경기에 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물론 수비 위주의 경기가 재미가 덜하듯이, 책도 그저 무난하고 `흠결은 없는', 하지만 독자를 끄는 매력은 떨어지는 책이 될 수도 있다. 요즘 같아선, 2쇄는커녕 아예 묻혀버릴 위험도 있는 것이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축구―역시 출판도 집요함과 순발력을 겸비해야 하는 시대다. 리그의 성격에 따라 우직함과 뚝심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매체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앞서가려면, 아니 적어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근본적으로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오늘날 각광받는 편집자는 단연 `공격형 미드필더'라 하겠다. 기획에서 편집, 디자인과 마케팅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흐름을 꿰뚫는 선수. 구상한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고,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돌파하며 찬스를 만들다가 때로는 해결사 역할도 해야 한다(박지성 선수를 떠올리면 된다).

어쨌거나 빠른 공수 전환으로 골잡이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연말을 앞두고 우리 수비진은 우리 골에어리어 부근에서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제목과 표지, 심지어 어떤 책은 레이아웃에서 끝없는 공방전을 거듭하는 사이, 어느새 전후반 90분이 다 끝나가고 어떤 경기는(책은) `인저리 타임'으로 접어들었다…. 남은 시간 끝까지 집요하게 매달리며 최선을 다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땅의 모든 편집자 분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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