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폭설에 혹한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작년에는 연초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설처럼 편집자와 관련된 도서가 어느 해(年)보다도 많이 출간되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그늘에서 책을 만들어왔던 편집자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좀 알려지게 될까? 사실 독자들은 책을 읽을 때, 책 내용이나 작가에게 관심을 두지 그 책을 만든 편집자와 출판사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기야 그런 일은 출판계에서뿐만 아니다. 우리가 술을 마실 적에 그 술을 어떤 사람이 만들었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쩌면 편집자라는 존재감은 같은 일을 하는 편집자들에게나 느껴지는 것이다. 어쨌든 편집자는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일해 왔지만, 이제는 어엿하게 책으로 담아낼 만한 존재감 있는 `사람'으로 부각된 것이다.

〈한겨레21〉에서 11년 2개월 동안 편집장을 지낸 고경태의 《유혹하는 에디터》(한겨레출판, 2009년 9월)가 있다. 이 책은 잡지를 어떻게 재미있게, 숨 가쁘게, 잘 팔리도록 만드는 노하우가 그득 담겨 있다. 특히 제목과 카피를 섹시하게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숨어 있어 편집자들에게는 보약 중에 보약이 된다.

휴머니스트라는 출판사 대표로 있는 김학원의 《편집자란 무엇인가》(휴머니스트, 2009년 8월)도 읽어볼 만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출판을 하면서 빼먹지 않고 적었다는 편집일기가 있다는 말에 나는 거의 경의에 가까운 존경을 표했다. 책 만드는 일에도 시간이 부족할 터인데, 어찌 하루하루 편집일기를 집필(?)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이 책은 편집자의 자세와 출판 마인드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으로 꽉꽉 채워져 있다.

23명의 출판 편집자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부키, 2009년 9월)는 각각의 편집 경력에 맞게 편집자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어떻게 책을 만들어나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출판 평론가 변정수의 《편집에 정답은 없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9년 9월)는 출판 편집자가 반드시 가슴 속에 품어야 할 `출판 철학'을 말한다. 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그 사람의 철학이 그 사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번역가로 유명한 강주헌의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9년 1월)라는 책은 해외 원서에 대한 알토란 같은 이야기와 해외 출판사들의 출판 상황을 볼 수 있어 더없이 좋다. 번역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희재의 《번역의 탄생》(교양인, 2009년 2월)을 읽어보면, 한국어를 잘 하는 게 외국어를 잘 하는 지름길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알 수 있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어떤 편집자였고, 어떤 편집자가 되어야 하는지 조금은 헤아려볼 수 있었다. 호랑이해를 맞아 새로운 편집자로 태어나기 바라며, 모두 일독(一讀)을 권한다. 두루두루 근하경인(謹賀庚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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