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후원에서 교회 통한 후원으로 전환, ‘지명선교’의 중요성 강조

남미 페루에서 자비량 선교로 16년간 사역해 온 박윤수(56)·박병순(54) 선교사 부부는 6년 만에 이뤄진 한국방문길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선교지에 매달 후원금을 보내오는 정경숙 집사(44, 세한교회·주남석 목사)와의 만남이다.

이들 박 선교사 부부에게 있어 정 집사와의 만남이 남다른 이유는 단순히 후원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정 집사는 박 선교사의 안내에 따라 선교 후원금을 개인후원에서 교회를 통해 보내도록 전환시켰고, 그것이 선교지와 교회의 관계를 맺어주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교회의 경우 선교사 파송 세계 2위를 자부하고 해외 선교사 2만 시대를 맞이했지만 선교사 지원 체계에 있어서는 제각각이다보니 한쪽에서는 풍족한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먹고살 걱정까지 해야 하는 불균형과 중복지원의 문제가 대두되어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 집사의 경우는 교회를 통해 ‘지명선교’를 함으로써 좀 더 투명하고 지속성을 담보한 후원의 길을 여는 계기가 돼 선교지에서도 안정적인 사역에 도움을 주기에 한국교회 선교에 바람직한 모델로 눈길을 모은다.

지난 8일 정 집사가 박 선교사 부부를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 선교지 소식을 나누며 흐뭇한 시간을 보냈다.

# 교회-선교지 견고한 관계 속

 선교 후원 중요


“제가 했다기보다는 교회와 일면식도 없는 선교사님이지만 교회를 통해서 선교사님을 후원하고 싶다는 제 뜻을 흔쾌히 허락해 주신 교회와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정 집사 가정은 어느덧 3년 전부터 새롭게 출석한 세한교회 근방인 수원시 화서동으로 집을 옮겨 교회를 섬기고 있다. 세한교회에 온 가족이 출석하면서 뜨거운 찬양과 부르짖는 기도, 송이 꿀 같은 설교말씀 등 바라던 교회의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져 그 어느 때보다 교회에 머무는 시간이 즐거운 정 집사. 특히 교회에 출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자신이 개인적으로 후원해 오던 페루 선교를 교회를 통해 정식으로 하고 싶은 마음을 전했을 때 담임목사님이 “당연한 일”일이라며 흔쾌히 승낙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신앙을 세워갈 교회인 것을 마음에 새겨두고 이제까지 섬기고 있다.

정 집사가 페루의 박 선교사 부부의 사역에 ‘지명선교’를 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6년 전 정 집사 가정이 섬기고 있던 개척교회에서 박윤수 선교사를 초청해 선교지 사역을 소개했고 척박함 속에서도 자비량으로 감당하고 있는 현실을 듣고 감동되어 매달 10만원씩 선교 후원을 작정했다.

그러나 개척교회를 섬기던 처음 3년 간은 교회를 통해 선교 후원금을 보낼 수가 없었다. 교회에서 선교지 몇 곳을 지원했지만 교회 사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지원을 중단하기거나 지원하는 선교사를 수시로 바꾸는 것을 보고는 개인 후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던 중 담임목사님이 해외로 떠나면서 교회가 해체되었고 정 집사 가정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이 세한교회였다.


정 집사가 교회를 통해 선교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이끈 사람은 바로 후원을 받고 있는 박 선교사 부부였다. 개인후원으로 받을 경우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지만 박 선교사 부부는 “교회를 통해 이뤄가는 선교사역을 원칙으로 한다”는 지침을 실천에 옮겼다.

개척교회가 해체된 소식을 정 집사로부터 들은 박 선교사 부부는 정 집사에게 건강한 교회에 등록해 교회를 통해 선교비를 보내도록 조언했고, 세한교회가 정 집사의 제안을 받아주었던 것이다.

“오래도록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선교비를 보내주신 집사님을 보면서 깊은 신앙임을 알고 있었고, 견실한 교회를 선택하실 것을 믿었지요. 정 집사님은 저희 사역을 세한교회와 엮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 주신 셈입니다.”

박윤수 선교사의 설명이다. 박 선교사부부는 이번에 정 집사의 안내로 세한교회를 방문하고는 깜짝 놀랐다. 교회 로비에 세계 각지에서 교회와 동역 중인 선교사 명단에 페루 선교사로 자신들의 이름이 정식으로 올라 있었던 것이다.

박윤수 선교사는 “개인의 경우 사정에 따라 후원을 중단할 수 있지만 교회는 매년 예산을 책정하기에 조정이 있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선교 후원은 교회와 선교지가 동역의 관계로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 선교사는 “선교지에서는 선교사의 얼굴이 곧 신용장입니다. 선교사는 하나님 나라의 대사로서 우리가 선교지에서 신용을 잃어버리면 하나님이 신용을 잃는 것”이라며 매달 들어오는 후원금이 갑자기 끊어져 사역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선교지에서는 적지 않기에 교회와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후원이 이뤄지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 집사 역시 “10만원이면 페루의 고아 한 명이 한 달을 살 수 있다는 말에 작게나마 돕기 위해 시작한 것인데 교회를 통해 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개인적으로 할 때보다 기도 동역자들이 많이 늘었다”며 교회를 통해 선교 후원금을 보내게 된 것이 여간 기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 문 닫을 위기 처한 학교


그렇게 이야기는 무르익어가고 자연스레 선교지의 긴박한 소식으로 이어졌다.

박 선교사부부가 빚을 얻어 다급하게 한국행을 서두른 이유는 페루 빈민층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해 온 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페루에서도 열악한 곳으로 꼽히는 벤따니자 지역에서 사역하는 박 선교사 부부는 기독교 신교 인구가 1%인 현실에서 복음을 전할 33개의 처소 마련을 목표로 현재까지 18곳의 교회를 세웠다. 또 하나는 가난한 나라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6년 전 학교를 건립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을 갖춘 `이레미션초등학교'에는 100명 가까이 입학해 20명의 졸업생을 냈고, 현재 97명의 아이들이 수학 중이다.

가난한 나라 속 가난한 지역인 벤따니자 지역에서 학교에 등록한 아이들의 40%는 고아다. 이곳에서 학교는 단지 교육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끄는 첨병이 되고 있다.

박윤수 선교사가 한국에서 본업이었던 건축업 실력을 바탕으로 교회 성도들의 힘을 모아 1200평 땅을 마련하고 그 위에 450평 정도의 건물을 지었다.

그런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페루 정부에서 사립학교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는데 합판으로 지어진 학교 건물이 위험하니 안전하게 다시 짓지 않으면 학교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공문을 받은 것이다. 정부에서는 공립학교 지원도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선교사들이 페루를 위해  애써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고맙게 여기지만 당장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기에 극약처방을 내 놓은 것이다.

사실 학교를 지은지 6년여가 지나자 합판이 썩어 위험한 상황인 것은 박 선교사 부부도 절감한 상황, 새롭게 건축할 3층규모의 학교 도면을 진즉 준비해 놓았지만 자금이 없어 차일피일 미뤄오던 차였다. 그래도 가난한 지역을 위해 정부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선교사들이 해 온 진실함을 본 정부에서는 단시일에 학교를 지을 수 없으니 기초공사라도 닦는 모습을 보여주면 허가 취소는 면하게 해주겠다는 중재안을 내밀었다. 기한은 오는 2월까지. 암담한 현실을 한국교회에 호소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한 것이다.

박윤수 선교사는 “학교는 허가 취소되면 다시 허가를 얻을 수 없고 현지 종교법인체까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지인 성도들과 함께 20년 후 남미 전체를 섬길 그리스도인들을 세우기 위해 학교를 지어 교육에 매진해 왔는데 학교 허가가 취소되면 당장 97명의 아이들은 갈 곳 없는 신세가 된다”며 긴박한 상황을 밝혔다.

자비량으로 선교를 펴 온 가운데 박윤수 선교사는 택시운전을 하고, 박병순 선교사는 김치, 만두, 고구마 등 손수 만든  음식을 내다판 돈으로 벽돌을 사다 교회를 지어 일명 `김치교회’ ‘만두교회’ ‘고구마교회’로 이름지었다. 박윤수 선교사가 무장강도를 세 차례 만나고서는 택시운전은 그만두었고, 요즘은 박병순 선교사가 한국음식들로 만든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김치 보따리 들고 장사를 나가려면 얼굴색이 다르니 자꾸 쳐다봐요. 처음엔 창피하기도 했는데 어느 날 하나님이 주시는 깨달음이 ‘너도 나의 여종으로서 내 나라를 위한 부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때부터는 창피함도 없어지더라고요.”

이제는 잠깐 와 있으면서도 페루가 그리울 정도로 선교지를 사랑하게 된 박병순 선교사는 “하루 도시락 20, 30박스를 팔면 벽돌 1천장(27만원 상당)을 살 수 있는 돈이 마련됩니다. 당장 건물을 세우지는 못하지만 학교는 그렇게 조금씩 준비되어지고 있다”며 “벽돌 100장씩이라도 책임져주시는 분들의 힘을 모아 학교는 건축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박윤수 선교사는 특히 성경과 태권도를 배우는 시간이면 즐거운 미소가 번지는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학교는 교육만이 아니라 문화, 신앙, 사랑, 삶의 전당”이라며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하나님의 손길을 대신했듯이 이제는 페루에 한국교회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함께 기도의 힘을 모은다면 아버지의 일이기에 분명히 이뤄주실 것”이라며 한국교회에 기도와 도움을 요청했다.

<후원계좌 : 국민 766101-01-075267 박윤수 / 연락처 010-7270-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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