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그러니까 1월 23일자 본지, 본란에 실린 김영제 목사님의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라는 글을 보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야 했다. 비록 최초의 지적은 아니라 하더라도 청소년들이 교회를 외면하고 있으며 더러 모여도 열기도 헌신도 별로 찾아볼 수 없다는 우울한 염려, 그리고 교회의 쇠퇴를 국가의 쇠퇴로 보는 목회자적인 상황인식도 공감할 수 있었다.


사실 교회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든 지상의 교회는 영원한 것도 아니고 항상 지옥 권세를 이겨낼 만큼 막강한 것도 아니다. 역사로 배워서 알거니와 사도들이 세웠던 아시아 교회들, 또는 계시록 속의 유명한 일곱 교회들까지 돌무더기 폐허로 돌아간 지 천년이 넘었고 한 때 불같은 선교를 자랑했던 서유럽의 교회들은 핍박 한 번 받은 일도 없이 사람 발길이 끊어져 교회 문을 닫기 바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퇴조는 기독교 국가로 알려진 미국 역시 내용적으로는 마찬가지여서 크리스찬을 시대에 뒤쳐진 고루하고 고집불통의 이류시민 쯤으로 치부하려는 사회 인식이 있는가 하면 크리스찬의 숫자도 자꾸 줄어 3억 인구의 1/3도 못된다고 믿어진다.


물론 미국교회들이 다 짜부러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만 명씩 모이는 독립교회들도 있고, 춤과 노래로 뒤덮이는 열정적인 흑인교회들도 있고, 침례교나 오순절 계통의 교회들은 나름대로 제대로 된 살림을 꾸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때 미국교회를 대표했던 감리교 장로교 등은 가뭄에 콩나는 식의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절벽에서 구르듯 내리막길이고 그래서 어디를 가든 웅장하기 짝이 없는 큰 교회들의 앞자리에 사오십 명의 머리가 허연 노인들이 경로당이듯, 양로원이듯 들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한국 교회 역시 30년 후, 40년 후에는 유럽교회처럼, 미국교회처럼, 경로당식 교회로 떨어지고 그리고 그 이하의 운명까지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바로 그 증거가 청년, 또는 소년들의 빈자리라는 것이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교회를 등지고 왜 젊은 영혼들은 발도 디디지 않으려는 것일까. 과학적이며 신학적인 답변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야 말로 논리를 설명하기 전에 그냥 봄으로 느낌으로 알아지는 것이 더욱 정답일 것이다.


도대체 크리스찬이 무엇이고 왜 기독교인이 되었고, 되려고 하는가? 예수를 만나고 예수를 만지고 예수를 느끼고, 그리고 죽는 날까지 그를 따르며 그와 더불어 살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교회에 가도 또는 믿음을 결심해도 예수를 만났다는 느낌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고, 반면에 예수는 고사하고 자신의 삶과 한참 동떨어진 교조적인 설교나 듣고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헌금만 강요받고 거기에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존경할 구석이 없는 매너리즘 덩어리 같은 목회자의 인격 등이 겹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문득 한 가지 일이 떠오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일본에서 온 K라는 목사님을 만나야 할 일이 있었다. 한 30여 년 동안 일본인, 또 일본 주재 한국의 상사주재원들을 위한 교역을 하신 분이었다. 교회원 수는 대략 100명 내외, 그리고 7∼8년 전에 정년 은퇴를 하셨고, 그런데 그 분을 수행했던 어떤 분이 그 분 부재 시에 뜻밖의 말을 했다. 그 분 K 목사님이 서울에 오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에서 그 교회에 몇 년씩 출석했던 올드맴버들이 모였는데 80명이 넘게 모였고 거기 모인 사람들은 그들이 그 K 목사님과의 교회 생활을 마치 인생의 오아시스처럼 느낀다는 것이었다.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일 수는 없었지만 마음의 놀라움은 컸다. 은퇴한지도 오래된 분이고, 또 역시 외국에서 잠시 만났던 관계인데 어떻게 세월과 상관없이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에 겹쳐 바로 그 일본 교회 출신의 어떤 여집사 한 분이 LA까지 와서 했던 말도 강하게 떠올랐다. 바로 그 K 목사님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K 목사님은 정말 예수님 닮으셨어요” 하는 것이었다.


말하는 그 여인은 빛을 받은 사람처럼 환한 얼굴이었고 그 말을 듣는 나머지들은 이유도 없이 위축되고 당황하면서 들어야 했던 바로 그 한마디.


한국교회든 미국교회든 세기적 위기를 맞고 있는 모든 교회들의 한 가지 꿈, 또는 영원한 구원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정말 예수를 닮은 목자와 거기에 사심 없이 열광하는 양떼들. 그리고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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