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사)대한출판문화협회,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 (사)한국출판인회의, (사)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사)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대표적 출판관련 단체장들이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강당에 모여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서점·출판계 단체장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의 내용인즉 18일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예고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현행유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규탄하고, `완전 도서정가제'를 시행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형 온라인서점들과 출판·서점계는 `도서정가제'를 두고 힘겨루기를 해왔다. 그런데 말이 좋아 힘겨루기이지 실상은 `치킨게임'에 다름 아니었다. 즉, 종전에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신간(발행 후 18개월 미만)의 경우 정가의 10%에서만 가격할인이 가능'했지만 2009년 5월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경품류의 부당한 제공행위 조항(제7조)'을 폐지하면서 마일리지 및 할인권이 가격할인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가격할인 경쟁이 심화된 것이다. 이러한 가격경쟁의 심화는 바로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가 되었다.


〈2009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 오프라인 서점은 1999년 4,595개에서 2007년 2,042개로 55% 이상 급감했다. 특히 온라인서점을 배려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 `온라인서점만 10% 할인, 오프라인서점 정가판매'의 황당한 제도 아래 1,547개(3,589→2,042) 서점이 문을 닫았다. 그 자리를 고스란히 대체한 온라인서점은 전국적인 유통망을 토대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익을 내고 있지만, 정작 제작비의 상승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온라인서점의 마케팅 비용마저 떠안은 출판사와 도저히 규모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 지역 서점들만 `절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결국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출판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시장성만을 고려한 `가벼운 책' 위주의 출판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가격상승 외엔 없을 것이다. 왜곡된 시장에서 `정가(正價)'는 진정성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한 이유로 제일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바로 재차 출판시장을 위축시킴으로써 종국에는 출판계 전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것이라는 위험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지나친 상상일까?


물론 출판계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들의 입장에서 책을 싸게 구매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논란이 그저 `밥그릇 싸움' 정도로 폄훼되는 것 역시 어찌 보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책은 아무렇게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아무렇게나 휴지 팔듯 판매해서는 안 된다. 즉, 독자들에게 내용으로서 감동을 주려고 해야지, 가격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책을 만들고, 공급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다.


`도서정가제(圖書正價制)'는 말 그대로 “정직한 가격”을 통한 건강한 출판시장의 형성과 독서문화의 창달을 위한 제도이다. 정직한 가격은 출판사에게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개별 출판사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판하게 하는 필요조건이다. 그로부터 독자들은 지적, 감성적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양서들을 만날 수 있고, 이러한 `순리'가 사회문화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마구잡이로 할인해서 판매하는 데 열중하는 `책'을 값어치 있게 여겨줄 사람은 없다.


그러하기에 더욱 완전한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책은 단순히 도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일생이 담겨있고, 한 시대의 격동이 담겨있다. 인류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 찬란한 문화를 가능하게 한 지식과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때문에 책을 우리의 스승이자 친구이자 동료라고 하는 것은 전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귀중한 책을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도서정가제'의 본래 취지조차 무시한 채 `가격경쟁'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마저 무너뜨리고서 얻어낼 결과가 무엇일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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