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할 때 우리는 조선을 위하여 오직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 그 불의를 통리(痛 리)하고 질책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 삼천리 안에는 허위뿐 아닌가. 이 백성은 거짓말하는 백성이 되어 버리고 말지 않았나? 아첨하는 백성이 되어 버리고 말지 않았나? 귀를 돌려 사회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는 왈 운동, 왈 획책, 왈 수단, 왈 사교 등등이 아닌가? 관리는 나라의 것을 투식하고, 백성은 사회의 것을 도적하고, 실업가는 투기가요 교육자는 어르는 엿장수요, 종교가는 속이는 마술사가 아닌가? 어디 진실을 위하여 희생되었다는 일개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나. 2천만을 들어 황해에 던지려면 말 것이나, 그렇지 않으면 여기 의인이 완전한 의인이 못 나더라도 적어도 의의 간구자가 나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른 아무 것도 아니다. 한강 가에 한 사람의 세례 요한이 출현하는 것이다.”

이 글은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1930년 일제의 압박으로 민족이 다 신음하던 때에 29세의 청년 함석헌이 《성서조선》에 `의인은 멸절하였는가'란 제목으로 쓴 글의 한 단락이다. 시편 12편을 읽고 연구한 것을 내어 놓은 글이다.

여기에 한 두 말, `조선'이라는 이름과 `2천만'이라는 인구 숫자만 바꾸어 놓으면 지금 우리 사회에 넣어도 아무런 틀림이 없이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 아닌가? 나라가 없어지고 주권을 빼앗겼으면 정신이라도 제대로 있고 맘이라도 곧아야 하는 것인데, 아래로부터 위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이 다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러고서야 나라를 빼앗기지 않는다는 것이 기적일 것이다. 그런 자세로 나라를 도로 찾는다는 것도 기적일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해방이 기적처럼 왔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결과 나라는 또 기적처럼 두 동강이 났다. 제 정신이 바로 박히지 않은 결과는 꼭 그런 것이리라.

그런데 지금, 제 나라를 세워나간다는 지금은 어떤가? 이 글을 지금 읽으면 바로 오늘 우리 현실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라고 누가 말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독립된 나라에 사는 우리는 산 정신으로 올바르게 산다는 것인가? 넋 빠진 모습으로 그냥 세류에 흘러가는 죽은 나뭇가지 같은 자기 없는 것으로 살아간단 말인가?

거짓말, 아첨하는 말, 도적질, 허탈한 웃음, 무기력한 모습들.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가득하지 않은가? 그 기운 쓸어갈 회오리바람 한 번 불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조금 전에 있던 정권에서 지금 같은 부정과 부패가 정치가들이나 고급관리들이나 누구들에게 있었더라면 얼마나 시끄럽고 요란스러웠을 것인가? 아주 높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이 하여도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고, 법치를 부르짖으면서 법을 무시하는 일을 하는데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나 관련된 조사를 철저히 하지도 않고 무조건 어마어마한 토목공사를 전국에서 벌이는데도 적은 수의 사람들만 힘을 주어 외칠 뿐, 거대한 언론들은 꿀 먹은 벙어리를 지나서 바위처럼 침묵한다. 지금은 비판이 없고 비판세력이 없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늘을 향하여 물어보아도 대답이 없고, 벽을 치고 울부짖어도 대답이 없다. 거대한 언론은 이미 바닥 사람들이나 생명을 멀리한 지 오래다. 어느 고귀한 양반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호통하면서 자기 입은 크게 열어 남의 귀에 나발 통을 댄 듯 말하면서, 자기 귀는 벽창호처럼 막아버린다. 그러면서 소통이 안 된다고 야단이다. 소통은 일방통행의 명령체계가 아니라 쌍통이 돼야 한다는 것은 어느 어린이인들 모를까?

그런데 거룩한 어른들은 모른다. 그래서 기다리는 것이 한강변의 세례요한이란다. 아, 그런데 한강이 더러워져서, 거기서 세례를 베풀 맑은 물이 없어서 요한이가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물막이를 하여 너무 깊어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느라 세례 요한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일까? 거대하고 견고한 석조전이 거룩한 자리에 갇혀서 들판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의 교회들이 지나치게 권력과 돈과 명예에 밀착되어, 아니 그들 자신이 그 자체가 되어 요한이가 나올 구멍을 다 틀어막아 버린 것인가? 권력과 돈과 명예의 감옥 같은 갑옷을 벗고, 자유롭게 훨훨 나는 요한이의 혼은 한강변에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아, 답답하여라. 하나님도 기가 막혀 입을 막았나?! 소통이 안 되니 아예 귀를 막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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