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공동성명을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들을 보라. 그들은 용기 있게 말했다. 김영호 유한대 총장과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등 한국 측 지식인 19명은 이날 오전 11시 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한국병합' 100년에 즈음한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을 토하여 한일병합이 원천무효라고 선언했다.
와다 하루끼(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측 지식인 104명도 같은 날 오후 도쿄 일본교육회관에서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동성명서는 200자 원고지 23장 분량으로 김 총장과 와다 교수가 양국 지식인들의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단한 일이다. 이는 궁국의 현안이다. 아직은 특정인들이 양심적인 행동을 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 선언이 불씨가 되어 한·일 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주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무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동북아는 물론 아시아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을 해가려면 한국과 일본 관계가 원한(처럼)으로 막혀있는 일본의 한국 침략과 속방의 기간 35년은 앞날의 두 민족을 위하여 하루 속히 해결되어야 한다.
와다 하루끼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일병합 만 100년을 맞이하는 8월까지는 한일 양국 대표 각각 500명 씩 1000명이 참여하는 확대 행사를 통하여 일본의 정치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우리는 일본 측 인사들의 용기에 감사하고 싶다. 왜냐하면 `한일합방 조약은 불의부당하며 당초부터 무효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감히 발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지금도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유명지식인들인데 일본 내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외면하고 공개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자, 전·현직 언론인, 시민운동가, 작가, 종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 관심을 더해 준다. 다만 한국과 달리 주로 진보적 지식인들의 참여가 일본인들의 의견을 편향적으로 제시하는 결과를 낳을까봐서 걱정이다. 일본의 여론을 더 감동적으로 움직이려면 보수층이 균형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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