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는 `삼일동안 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책에서 지극히 소박한 그녀의 꿈을 열거함으로써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만약 내가 사흘간만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에는 나를 가르쳐 주신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그분의 얼굴을 보겠습니다. 그리고 산으로 가서 아름다운 꽃과 풀과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습니다. 둘째 날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먼동이 터오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저녁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하늘의 별을 보겠습니다. 셋째 날에는 아침 일찍 큰 길로 나가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싶습니다. 점심 때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쇼 윈도우의 상품들을 구경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사흘간 눈을 뜨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헬렌 켈러의 꿈은 지극히 소박한 것이었다. 우리가 매일 누릴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을 헬렌 켈러는 간절히 소망하고 있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는 선악을 알게 하는 과일을 따먹고 눈이 밝아졌다. 한편으로는 눈이 밝아지고 동시에 한편으로는 눈이 어두워졌다. 세속과 죄악을 향한 눈은 열렸으나 천상으로 향한 영혼의 눈은 어두워졌다. 지금 우리는 저 타락한 세속을 향하여 충혈 된 욕심의 눈을 뜨고 있다.

그러나 빛나는 노을과 영롱한 별빛과 아름다운 꽃들을 보는 새 말간 눈이 닫혔다. 영혼에 백태가 끼었다. 왜 우리의 귀가 먹고 눈이 멀었는가? 탐욕 때문이다. 명예욕, 물욕, 권력욕 때문에 우리는 청각과 시각과 미각을 잃어버렸다.

머지않아 정년을 마치고 연구실을 비워야 하는데 벌써부터 머리가 무겁다. 삼십여 년을 지내오면서 쌓인 책과 물건들이 많다. 수도승도 아닌 내가 성서만 남기고 모두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으로는 과감히 버릴 것이다. 소박한 헬렌의 꿈처럼 하늘과 대지, 숲과 강, 바다와 수평선, 꽃과 풀들의 소리와 미소를 보며 살아 있음의 환희를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나의 소박한 꿈이다.

우리 이제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손자와 손녀들에게 소박한 꿈을 심어주자. 꽃과 구름, 산과 들, 강과 바다를 사랑하게 하자.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하나님께 감사케 하자. 부동산 투기, 증권 투자로 대박을 터트리는 행운을 잡아야 성공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이겨야 출세한다는 정글법칙을 지양하자. 요사이 긍정적 사고, 적극적 사고를 성서와 접목시켜 사목하는 교회들이 많은 것 같다.

로버트 슐러 목사의 아들이 선언 한 것처럼 그것은 심리학으로 목회하는 것이지 성서의 말씀으로 목회하는 것이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적극적인 사고와 행위의 목적이 무엇이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나의 성공을 위하여 이웃을 밟고, 괴롭히고, 부정하는 것이 적극적인 사고방식인가? 도대체 무엇이 성공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한 결과만 보고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들풀처럼 살아가는 선량한 필부의 삶은 실패한 삶인가?

온통 세상은 성공에 미쳐있다. 세상은 과정을 따지지 않고 많이 가진 자, 권세를 쟁취한 자들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교회까지 성공에 미쳐있다. 큰 교회, 돈 많은 교회는 성공한 교회다. 그리고 그 교회를 담임하는 성직자는 성공한 사람이다. 물량주의, 교권주의는 성·속을 가리지 않고 만연되어 있다.

이렇게 미친 세상에서 소박한 꿈을 말하고, 헬렌 켈러의 소박한 꿈과 기도를 언급하는 것은 웃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봄이 오면 꽃이 피고 봄이 가면 꽃이 진다. 그 꽃의 허무와 같이 우리의 거짓 영광은 풀잎의 이슬과 같을 것이다. 소박한 꿈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 하자. 저 들에 핀 꽃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볼 줄 아는 사람은 복이 있다. “꽃이 피면 꽃이 진다”는 진리를 아는 사람은 복이 있다. 우리 소박한 꿈을 소홀히 여기지 말자.

금년 봄은 꽃샘추위로 삼주나 늦게 왔다가 총총히 가버렸다. 산야는 벌써 연초록 맑은 빛이 사위고 검푸른 여름 색으로 옷을 입는다. 진리는 가만히 있는데 사람만 세월을 업고 달린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