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에 대한 미국 상하원의 대북한 규탄 결의안이 진즉 통과되었다. 그리고 까다로운 미국의회가 이렇게 신속한 결의안을 낸데는 국제공조로 이루어진 전문가 그룹의 과학적 조사내용을 전폭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당사국인 한국 사정은 판이하다. 한국 결의안은 고사하고 조사위 활동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직무유기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왜일까? 조사결과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야당을 하는 사람들은 사건이 두달이 지나도록 북한에 대한 비판다운 비판 한번 하지 않은 채 입만열면 `북한의 짓이라면'이라는 말꼬리를 달아 불신의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진보신당의 노회찬 전 의원 같은 이는 `물 속에서 돌멩이 하나 집어 올린 다음 이게 선사시대의 돌'이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작심한 듯 조롱하기도 한다.

사건은 하나인데 어디서 이런 식의 차이점이 비롯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인식, 이런 발언 밑에 깔려있는 앙금 많은 감성들은 또 어떻게 설명이 되어야 하고….

성급한 결론이겠지만 이런 것들의 바탕에는 `이념'이 있다고 확신한다. 아주 낯익은 말로 좌(佐)와 우(右), 진보와 보수. 물론 이념이 이런 식의 단순 이분법으로 정리되어질 수는 없다. 이념은 실체 이상이다.

신념을 신(神)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념은 종교와 다름이 없고 이런 점에서 사육신(死六臣) 같은 무수한 순교자를 내고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도 그 뜻을 변치않는 생육식(生六臣) 같은 불굴의 투사들을 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역사 자체가 이념의 산물이기도 하고 그런 이유로 역사가 이념의 공헌, 이념의 맹목성, 이념의 죄악을 증언하기도 하고 고발하기도 한다. 간디나 링컨처럼 엄청난 역동성으로 새로운 역사의 물꼬를 트기도 하고 히틀러나 스탈린처럼 대량학살, 대량파괴도 서슴치 않는 악마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이념은 감시되고 토론되고 순치되는 과정을 통해서 정의로운 이성의 테두리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모험만큼은 삼가야 한다. 어느 한가지 이념에 매몰되어 오직 그것을 유일무이로 삼아 분명한 사건도 맹목적으로 굴절시키고 비약시키는 범죄행위 만큼은 안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떠도는 말처럼 천안함이 북한과는 전혀 무관하고 미국의 핵 잠수함과 부딪쳐 침몰한 것을 한국정부가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쓰레기들을 증거랍시고 내놓고 `안보 장사'를 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언제이든 그것이 만일 사실로 드러난다면, 당장의 이명박 정권은 고사하고 그날부터 한국 땅의 모든 보수세력은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이 찍혀지고 영원히 폐족(廢族)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또 반대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반대로 한국의 모든 진보세력들이 이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보여준 잘못된 정치적 판단, 정치적 오류들을 국민 전체 앞에 사과하는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진실로 진보라면 진보의 궁극적 가치관이야말로 자유이고 인권이고 진실 및 진리에 대한 무한추구이기에 정말 진보답게 김정일 정권의 독재성과 잔학성과 무능력과 반민족적 행위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선거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선거야말로 축제적 분위기도 없을 수 없는 것이기에 무리한 목소리, 터무니 없는 주장, 금방 상대방을 죽일 것 같은 어떤 증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가 그런 것이기에 또 그것이 끝나면 서로 크게 껴안고 털 것 털고, 승자에게는 아낌없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거짓없는 존경심을 보여줌으로 편협스런 이념을 넘어 대동(大同)으로 가는 지혜도 함께 터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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