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에 있었던 지방선거는 한국의 정치에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전국 16곳의 광역단체장 중 10곳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고, 288개 기초단체장 중에서 여당은 겨우 82명을 당선시킨 반면, 민주당은 92명, 자유선진당 13명, 무소속이 36명을 당선시켰다. 서울의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21개 구를 석권하였다. 한마디로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승리이며 지금까지의 국정기조를 심각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결과를 보면 전국 16곳의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야당인 한나라당이 석권하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겨우 1곳에서만 승리했을 뿐이다. 230개 구시군의 장에 있어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155곳에서 승리하고, 655석의 시도의원 중에서는 80%인 519석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보여주었던 국정의 난맥상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대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현재 집권하고 있는 정당의 책임을 중간선거 격인 지방선거를 통해 묻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결과를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가 향후 정국의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정부와 여당이 유지해왔던 국정기조에 대해 중대한 수정이 있어야 한다. 4대강사업과 세종시 변경, 천안함 사태 등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척이나 노골적으로 동원했던 북풍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다수가 야당을 택한 것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발표를 보면 군 당국의 난맥상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정부 불신이 근거가 있었다는 점을 명확히 해주기 때문이다. 공자 선생께서 지적하신 바처럼 국가의 기본은 신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4대강 개발은 한국 교회에서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문제이다. 치수 수준의 개발이라면 이의가 없겠지만 강바닥을 심하게 준설하고 높은 보를 쌓아서 유원지를 조성하는 방식은 생태계를 회복불가능하게 교란한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개적으로 포기한다고 선언했던 한반도 대운하를 다른 이름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어느 경우라도 하나님이 주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강조하는 기독교적 가치관에 있어서 생태계의 파괴는 심각한 비판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로서는 한국 교회의 진보적 그룹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비판의 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지방선거에 있어서 정당공천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논쟁점이다. 여러 가지 장단점을 따질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중앙정치를 장악한 정당들이 자신의 매개자적 이익을 강화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앞으로 수정되어야할 것으로 본다. 지방정치의 핵심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자율성이다. 지금부터서라도 각 지역의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선택했던 지역의 지도자들이 약속했던 바를 성실히 수행하는 지 잘 지켜보고 격려해야 한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발생했던 각종 갈등을 극복하고 지역화합을 도모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충북 제천시가 한방엑스포에 선거출마자 모두를 초청하여 위로한 일은 다른 지방에도 귀감이 될 만하다.

기독교가 하나님의 본성인 인애와 공평과 정직을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몇몇 기독인들과 단체들의 행동은 크게 반성해야할 점이 있다. 예컨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4대강개발 지지 성명과 천안함 폭침 응징대회 참여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여당을 지원하였다.

물론 모든 기독교 단체들이 각각의 입장에 따라 정치적 견해를 피력할 수 있으나 그 내용이 과연 공평과 정직에 합당한 것인지를 돌이켜보는 책임성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불공평하고 부정직한 행동을 기독교인들이 지지하거나 참여하는 것은 단지 그 자신들 내부에서 윤리적 불일치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복음의 문을 가로막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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