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서의 선교현장 돋보기(19)

부탄은 인구 90만의 고립된 소왕국이다. 우선 주변이 히말라야 산맥 등 태산 같은 병풍으로 둘러싸여 있고, 또 바다와도 멀리 떨어져 있는 내륙국가이기 때문에 육로나 해상으로 접근이 어려워 지리적으로 고립을 면하기가 쉽지 않은 특징이 있다. 그러나 부탄을 외부로부터 단절시키는 요인은 따로 있다. 철저한 티벳불교 국가라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부탄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는 티벳불교의 문화를 어떻게 하면 외부의 문물과 문화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켜낼까 하는 점이었다. 실제로 얼마나 단절되고 고립되어 있는지는 통계로 여실히 보여진다. 최초로 포장도로가 생긴 것이 1961년이고, 처음으로 은행이 생긴 것은 1968년이다. 21세기가 코앞에 닥친 1999년까지 TV도, 인터넷도 물론 없었다.

상당히 오랫동안 부탄은 외국인의 입국 자체를 금지시켰다. 관광은 고사하고 외국인 NGO도 못 들어왔다. 외지인이 자꾸 들어오면 문화가 오염되고 티벳불교의 전통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이다. 1960년대 들어서 외국인을 조금씩 입국시키기 시작했으나 1965년까지는 입국 전에 종교를 조사하여 기독교인이면 무조건 입국을 불허했다.

지금도 관광 수입을 위해 외국인을 받기는 하지만, 연간 3천 명 이내에서만 입국을 허가하는 외국인 입국 총량제와 일정한 시점에 동시에 외국인이 몇 명 이상 부탄 내에 체류할 수 없다는 동시체류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조금씩 눈을 뜨다


현재 국왕인 지그메 남기엘 왕축 국왕은 1980년생의 젊은 국왕으로 영국 옥스퍼드의 한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2006년에 왕위에 취임했다. 그가 26세의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것은 그의 아버지인 지그메 싱계 왕축 국왕이 사임하고 아들에게 왕위를 조기에 이양했기 때문이다.

젊은 왕은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덕에 상당히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는 스스로 절대왕권을 버리고 다당제 입헌군주국으로 국체를 전환시켰을 뿐 아니라 국왕조차도 의원들의 2/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탄핵이 가능하도록 하는 헌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더 이상 세계의 흐름에 거슬러 고립을 자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조심스럽게 문화의 문을 열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99년부터의 TV 방송 허용이다. TV가 가져온 문화 충격은 엄청나다.

헐리웃에서 만든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바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이질적인 삶의 모습을 대하면서 이들은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으며, 세상의 대부분은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종교

엄격한 종교적 고립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에서 기독교인들의 삶은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정부의 통계상으로는 기독교인이 하나도 없었다. 현재는 과거처럼 기독교를 믿는다고 감옥에 가는 시절은 지났기 때문에 인구 682,321명(2008년) 중 약 3∼6천 명 가량의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정부가 인구 센서스를 할 때도 각자의 종교를 정확하게 조사하지 않고, 불교 신자, 불교를 믿지 않는 자 등 두 개의 항목으로만 나누어 조사하기 때문에 정확한 신자 통계를 만들기가 어렵다.

지금도 신자들의 삶은 고달프다. 많은 학교에서는 부모가 기독교를 믿는 것이 알려지면 자녀의 등교를 금지시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엿한 교회를 조직하여 공개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정부에 의해 확인된 교회는 10곳 미만이고 대개는 가정에서 드러내지 않고 성경을 공부하거나 기도모임으로 신앙을 이어간다.

다당제 입헌군주제로 바뀌면서 만들어진 헌법은 언론과, 표현, 사상, 앙심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신헌법이 제정되고, 다당제 입헌군주제가 도입되면서 선교 상황이 과거보다는 훨씬 좋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건은 국왕의 개혁의지가 얼마나 확고한가 하는 것과 갑작스런 개혁과 개방에 체질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과 지도자들의 불만을 어떻게 조화롭게 다스리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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