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뜬금없는 선택이었다. 새벽예배 후 교회 장로들과 긴급당회를 가졌다. 그리고 브라질로 선교하러 간다는 선포가 있었다. 49세 적지 않은 나이에 안정된 목회 활동을 갑자기 접고 브라질로 선교를 하러 가겠다는 말에 장로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 8년간 성실한 목회를 해오던 담임목사가 한 밤중에 당회를 열어 브라질로 선교를 가겠다는 것이다.

20대의 젊은 나이도 아니고 목회에 염증을 느끼던 것도 아닌데 장로들은 교회를 떠나겠다는 담임목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지화 선교사(72/사진)의 브라질 선교는 이렇게 시작됐다. 서울대신교회에서 8년간 목회를 해오면서 안정된 목회를 해왔던 유 선교사가 갑자기 브라질행 비행기를 탔다. 브라질에 있는 교회에서 청빙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 연고나 브라질 언어(포루투칼어)를 사용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는데 무작정 브라질로 향했다.

유지화 선교사가 48세가 되기까지 브라질은 유 선교사와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곳이었다. 브라질에서 부흥회 초청을 받기 전까지는…. 1987년 상파울로 연합부흥회 강사의 초청을 받고 24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브라질에 당도했다. 너무 긴 여정이었던지라 생전에 다시 이 곳을 찾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남미의 여러 곳에 말씀을 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브라질의 지역은 물론이고 파라과이, 칠레 등 인근의 국가를 돌며 부흥집회를 인도했다.

유 선교사는 “이곳이 선교의 황금어장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을 열었고 복음이 전달되기만 한다면 금방 부흥의 불길이 남미를 휩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남미에서 돌아온 뒤 유 선교사는 한국교회에 남미 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유 선교사가 대신교회에서 목회를 하면서도 인도와 태국에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자를 세우는 일을 하는 등 선교에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남미를 방문한 뒤 남미 선교의 가능성을 더욱 간절하게 알게 됐다.

그런데 브라질에서 연락이 왔다. 유 선교사가 인도했던 부흥회에 참석한 성도들이 교회를 함께 개척하자는 연락이었다. 그러나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목회도 목회거니와 나이도 선교를 위해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유 선교사는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남미가 선교의 황금어장임을 알았지만 한국의 사역을 놔두고 떠나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브라질에서의 요청을 거절한 이후부터 하나님께서는 단 한숨도 재워주시질 않으셨다.”

하루 이틀, 눈은 계속 충혈이 되어 가고 수면제를 사서 복용도 해보았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유 선교사는 잠을 못자는 이유가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영적인 문제임을 깨닫게 됐다.

“잠을 못잔 지 25일이 되던 밤에 하나님께서 환상을 보여주셨다. 다름아닌 브라질로 가지 않으면 생명을 거두어 가시겠다는 환상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49세의 나이라도 40대인데 죽기는 억울한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스겔처럼 3가지의 환상을 보여주면 브라질로 가겠다고 기도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가지 환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부담을 털고 다시 기도를 하는데 하나님께서 환상이 아닌 말씀으로 깨달음을 주셨다.

“창세기 12장 1∼5절의 말씀이었다.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는 말씀이었는데 이 말씀은 평소 설교에서도 자주 인용하던 문구였다. 그런데 그 때 기도할 때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가라고 할 때 목적지도 정해놓지 않고 무작정 갔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데 가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유 선교사는 이런 모습 속에서 자신의 부끄러움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전도사 때부터 부흥회를 인도하면서 수많은 말씀 속에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강조했으면서 자기 자신은 그 믿음을 저버리고 있었다는 깨달음이었다.

“나는 본받지 못하면서 신자들만 본받으라고 한 꼴이었다. 나이 때문에 선교지에 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데 아브라함의 나이는 당시 75세였다는 말씀에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졌다.”

당시에는 찬송가 355장(통합찬송가)을 부를 수가 없었다. “부름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까…” 유 선교사는 당시 목회 인생에서 이 찬송가 자체를 잊고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3번째 확인이 그날 밤에 전달됐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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