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스크 박물관에 전시된 알타이 바위그림.

마리인스크에서 677㎞를 달려 바르나울에 도착하니 어느새 밤 11시. 처음으로 어두운 데서 라이딩 해본다. 도시에 가까워 갈수록 틈 없이 빼곡히 줄 이은 차량들. 앞차의 붉은 두 눈을 따라 홍익이도 전진. 길이 막혀 정지하면서 간간히 바라본 바르나울의 저녁 하늘은 정말 환상이었다.

'아, 이것이 오로라인가?' 이미 수평선 넘어 다른 이들의 아침을 깨우러 간 해의 그림자를 안은 노을이 아쉬움이 남았는지 짙어오는 푸른 밤하늘에 강한 분홍빛을 토해낸다. 한쪽에 희미하지만 크고 길쭉한 초승달이 이른 별들과 함께 떠 있다. 어두움에 대한 두려움과 `오늘은 또 어디서 묵어야 하나?'라는 걱정만 없으면 마음껏 즐기고 싶은 밤하늘이다.

홍익이 가라지(창고)비가 내 숙박비 두 배. 달라붙는 모기떼, 간이숙소에서 러시아 사람이 쓰러져 놀랐던 일, 한참을 찾아도 거리가 복잡해 찾기 힘든 바르나울 박물관. 하루 더 있으려다가 홍익이를 몰아 그냥 고르너 알타이스크로 바로 향했다.

오후 5시쯤 드디어 알타이 자치공화국의 수도 고르노 알타이스크에 도착했다. 산이나 산맥 이름이기도 한 알타이는 서쪽으로 카자흐스탄, 남쪽으로 중국 신장성, 남동쪽으로 몽골 그리고 러시아 여러 지역을 포함하는 실로 광대한 지역을 일컫는다. 황금이라는 뜻답게 기원전 5세기부터 약 1천년 동안 동서로 기다랗게 형성된 황금문화대의 중심지였으며 고르노 알타이를 중점으로 구석기 시대별로 가치를 지니는 유적들이 수없이 발굴되고 있다. 바이칼과 함께 한민족의 시원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얼음공주'로 유명한 파지리크 스키타이 고분군의 무덤 구조와 유물들은 그 성격으로 미루어 고대 신라의 `적석목곽분'의 원류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출토된 나뭇가지 왕관은 한반도 신라 왕릉의 금관과 흡사하다고 한다. 또 우코크 지방에서 발견된 암각화는 우리나라 울주군 천전리 암각화나 반구대 암각화와도 유사성이 보이며 나무에 달아놓은 천조각 등 한국과 비슷한 샤머니즘을 가진다.

숙소를 찾아 도로를 헤매는 데 바르나울에서 출장 나온 스테반의 도움으로 혼자 계시는 할머니 아파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며칠 지내기로 했다. 라이딩하면서 도로가에 파는 딸기에 시선이 자꾸 멈췄는데 할머니가 딸기를 파시는 분. 원 없이 마음껏 먹었다. 다음날 유물 공부하려 할머니와 함께 박물관에 갔는데 다른 도시에 보관된 `얼음공주' 진품을 가져오기 위해 확장공사 중이며 내년에 다시 문을 연다고 한다. 좌절이다.

시베리아 고고학의 보고라 불리는 이곳에 정말 기대하고 왔는데.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 있어도 잘 전시된 유물을 봐도 해석이 잘 안되는데 그나마 박물관 유물마저 불 수 없다니. 죽음의 라이딩에서 느낀 육체의 고통만큼 정신적 고통이다.

며칠 쉬고 이곳에 오면서 그냥 스쳐왔던 바이스크로 다시 향했다. 그곳 역사박물관에서 알타이 유물을 확인하기 위해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는 가이드 분. 낯설지 않은 샤먼의 복장과 북. 복도 빼곡히 채워놓은 알타이 암각화 탁본과 선돌들. 신라 왕릉과 비슷한 무덤과 부장품들의 사진. 우리와 닮은 옛날 알타이 사람들의 모습들이 알차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건 알타이 사람들이 사용했던 달력. 네모 안에 원이 새겨 그려져 있고 중간 원에 물고기 두 마리가 시계방향으로 움직이듯 그려져 있었는데 안내하시는 분이 이건 한국의 태극의 의미와 같다고 하신다. 직접 태극에 두 눈까지 찍어 주신다.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기 전날 밤 러시아 여행을 정리해보니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행했더라면 더 많은 현지인들을 만나볼 있었을 텐데 . 그건 그렇고 내일 카자흐스탄국경은 무사히 통과가 되려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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