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 박물관 내 '황금인간' 복제품.

카자흐스탄 국경을 넘어야 하기에 러시아 마지막 도시 룹초프스크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꾸렸다. 2시간여 달려가니 황량한 벌판 사이로 아득히 처진 철조망이 보인다. 러시아 국경을 통과해 무사히 카자흐스탄에 입국. 2시간 반을 다시 달려 한때 러시아 핵실험지였던 세메이에 도착해 돈 환전을 위해 은행을 찾는데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한 분이 오시더니 영어할 줄 아는 사람들을 불러 필요한 게 뭐냐고 이것저것 묻는다. 앞에 있는 국제 버스역장인 툴랴 아저씨 덕에 환전, 필요한 물품구매, 바이크 엔진 오일 교환 등을 할 수 있었고 버스 역에 있는 호텔도 알게 되어 며칠 머무르게 되었다.

대우 버스 카자흐스탄에 근무하는 한국 사람과 만나기로 했다면서 가자고 하시는 튤라 아저씨. 회사에서 보낸 차를 같이 타고 가는데 중간에 기자로 보이는 두 분이 타시기에 회사 촬영이 있나보다 했다. 회사에 들어가 바삐 일하시는 한국 두 분과 잠깐 인사를 하고 한쪽 회의실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카메라가 나를 향한다. 회사가 아니라 내 바이크여행에 대해 촬영한단다. 알고 보니 툴랴 아저씨가 TV기자와 연락하시고 통역을 위해 대우 버스에 연락한 것이다.

웃음이 나왔다. 왜 여행을 시작 했는지 카자흐스탄에 대한 인상은 어떤지 등 묻는다. 촬영이 끝나고 한국 분들이 멀리서 온 동포를 위해 기꺼이 거한 저녁을 사주신다. 카자흐스탄 공장 관리를 위해 파견된 김부장님과 김차장님은 일 년에 한번 정도 귀국하신단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오늘의 한국이 만들어진 것 같다. 여행하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곳곳에 한국자동차와 가전제품들이 널려 있어 자랑스러웠다.

세메이에 머문 삼일 동안 툴랴 아저씨는 나 때문에 다른 일은 못하신 것 같다.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고 거주등록을 위해 파블로다르에서 이틀 머문 후 다시 카자흐스탄 수도인 아스타나를 향했다. 파블로다르에서 448㎞를 8시간 반을 달려 아스타나 입구에 도착했다. 홍익이를 세우고 가이드책에서 숙소를 찾고 있는데 홍익이 주위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다음날 공사 중인 대통령 문화센터를 뒤로하고 대통령 박물관을 향했다. 이전 대통령 궁이었던 이곳에 여러 나라 사절단들이 보낸 화려한 선물들이 카자흐스탄의 국가 상징인 Golden Man(황금인간)을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4천여 장이나 되는 황금조각 옷을 입고 있는 황금인간은 카자흐스탄 남쪽 알마티 인근 이시크 고분에서 발견되었으며 기원전 5∼4세기 사카 문화에 속한다.

사카 부족은 일타이산과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방대한 스텝지역에 거주하며 흑해 연안의 스키타이 부족이나 볼가 강 연안의 사르마티안 부족과 더불어 황금문화의 꽃을 피운 주역들이다. 그 황금인간 모조상 바로 옆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것이 있다고 느껴져 가까이 가보니 역시 신라금관. 2001년 한국 사절단으로부터 받은 신라금관과 모조품이라고 영어로 적혀있다.

정말 깊이 생각하고 보낸 선물이구나라고 속으로 감탄. 전시실 안에 황금알 등 수많은 나라에서 보낸 희귀한 선물들이 있었지만 단연 얇은 금박과 곡옥이 미세한 바람에도 반짝이며 흔들거리는 모습이 러시아 라이딩을 하며 수없이 봐왔던 은빛 자작 나뭇잎의 모습과 교차되었다.

설명해 주시는 분에게 황금인간과 신라금관의 유사성에 대해 물으니 세부장식의 동물스타일이 동일하다고 한다. 약 1천여 년의 시차가 있지만 사카 부족의 왕자가 쓰고 있는 뾰족 모자 대신에 신라금관을 씌워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왕자에서 왕으로 등극할 수 있는 어떤 위엄과 권위가 부여될 듯한 느낌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는지 신라금관을 다른 어떤 진귀한 선물보다 가장 가깝게 황금인간 옆에 전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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