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 진입로에서 바라본 천산.

쿠르티에서 알마티를 향해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희미하지만 엄청 커다란 산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눈덮힌 커다란 산이 땅 위에 솟아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 한가운데 둥 떠있다니… 속력을 내 달려 갈수록 더욱 크고 선명하게 다가왔고 `천산(텐산)'이라는 이름 그대로 사람이 감히 근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천산(텐산) 산맥은 중국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키르기즈스탄까지 뻗어 있는 산맥으로 타림 분지와 타클라마칸 사막의 북쪽 경계를 이룬다. 최고봉은 해발 7,439m의 포베다이고 두 번째가 예로부터 숭배의 대상이었던 해발 7,010m의 칸 텡그리(Khan Tengri)이다.

'칸 텡그리'는 그 어원이 `크다'의 의미이고 단군을 뜻하는 당굴이어서 우리 민족의 발원지라는 주장도 있다. 알마티 시내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심심한지 홍익(스쿠터)이 천산과 함께 라이딩한다. 천산이 숨으면 어떻게 찾아내고 잠깐 같이 달려간다 싶으면 금새 사라지고… 또 찾아내고. 이런 숨바꼭질은 한동안 계속 되었고 천산에 닿은 흰 바람이 번잡한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

천산과 함께한 라이딩으로 마음이 한결 맑아진 느낌. 어느새 알마티 시내에 진입했구나 느끼는 순간 조금 전에 보고 느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 오색찬란하고 시끌벅적한 재래시장 `바자르'가 내 라이딩을 멈추게 했다.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어서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갑자기 단군신화의 환웅이 생각났다. 하늘의 신, 환인의 아들인 환웅.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간절히 인간 세상에 뜻을 두었다는 그 환웅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 역시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천산보다는 차라리 오색찬란하고 시끄러운 인간 세상을 선택하고 싶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우니까.

카자흐스탄의 예전 수도였던 알마티는 여러 나라와 인접한 도시라는 사실을 말해주듯 진입로에 있는 바자르엔 중국,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넘어온 오만가지 물품들로 가득했다. 정말 없는 거 빼고 다 있었다. 버스, 자가용, 짐수레, 사람 등이 뒤엉켜 작은 홍익이와 빠져 나오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되돌아 가려는데 그렇게도 바라던 `빠알간' 반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파시는 분께 인사하니 역시 고려인 할머니. 이미 몇 세대가 지난 세월이라 한국말은 몇 마디 못하셨지만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많이 반가워 하셨다. 바자르에서 정식 가판대를 얻지 못해 문 닫는 오후 6시쯤에 나오셔서 저녁 손님들을 위해 바깥에서 장사하시는 것 같았다. 곱창볶음, 야채무침, 당면 등 종류별로 조금씩 사서 봉지에 담아 숙소로 오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다.

다음날 아침 박물관에 들러 카자흐스탄의 여러 유물들을 관람하고 다시 바자르로. 저 멀리 `서울 마가진'이라는 한글 현수막이 보여 가까이 가보니 고려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반찬을 팔고 있었다. 가판대 옆에 서서 굵은 김밥을 먹고 있으니 나와 성도 같은 김베라 언니가 목이 메일까 음료수와 오이무침을 건네주신다.

1930년대 말 일본의 첩자가 될 수 있다는 명목으로 스탈린에 의해 극동 시베리아에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 척박한 중앙아시아에 콜호스(집단농장)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다수의 한인들이 소련 내 주류사회로 진출하기도 한 의지의 한국인들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천산중턱에도 올라보고 여러 바자르도 구경하며 알마티에서 며칠 보냈다. 키르기즈스탄의 모든 국경이 열려 있다는 한국대사관의 말을 듣고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지만 절경이 뛰어난 차련캐년이 있는 동쪽 국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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