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카라콜 동물시장.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사이의 국경 통과는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었다.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여권비자에 도장 찍어 주는 게 전부.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금세 도착한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쉬켁. 수도라기 보다 어느 소도시에 온 기분이다. 도로가에 있는 펌프를 이용해 물을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사람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한동안 보내면서 많은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간이 창고에 세워둔 홍익이(스쿠터) 계기판을 보니 어느새 13,881㎞. 조금만 더 달리고 뒷 타이어를 교체할 생각이었는데 독일에서 온 짐이 직접 갈아주겠다고 한다. 홍익이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차가운 시멘트바닥에 무릎을 꿇고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날개달린 또 다른 천사로 보였다.

엔진만 괜찮으면 그 어디든 갈 수 있다며 타이어를 분리한 김에 엔진까지 봐주겠다고 모든 부품을 해체한다. 어느새 홍익이 형태 없이 공중분해 되었다가 짐의 손에 의해 다시 살아났다.

다시 살아난 홍익이를 몰아 세계에서 두 번째 크기의 산악호수인 이식쿨호수로 향했다. 호수근처라는 걸 말해주듯 리버(물고기)를 파는 이동천막 유르트와 말들이 줄지어 지나갔고 비쉬켁에서 250㎞ 떨어져 있는 호수 북쪽 마을 촐폰아타에 도착했다. 산악호수답게 천산산맥(텐산산맥)이 마을 뒤쪽과 옆 그리고 바다처럼 큰 호수 저 너머에 아득히 펼쳐져 있었다.

마을에 있는 박물관과 북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야외 전시장을 찾았다. 큰 뿔 달린 동물을 비롯해 여러 동물들이 그려져 있는 암벽화가 산 밑 평평한 분지에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널려져 있었다. 너무 크고 많아 거의 방치되고 있는 느낌이다. 러시아 알타이에서 봤던 돌사람, 암벽화 등의 유물들을 4천여 ㎞를 달려 도착한 키르기스스탄 이식쿨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다.

며칠 뒤 이식쿨호수 동쪽에 있는 마을 카라콜로 향했다. 동물시장이 열린다고 하여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다. 말바자르(동물시장)는 일주일에 한번 열린다. 좋은 광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별을 보며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벌써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로 시장이 북적 거린다.

염소, 양, 말, 소, 송아지들이 말이 끄는 수레에, 사람들이 운전하는 차에 실려 왔다가 한참 흥정을 거친 후 다른 사람들의 손에 끌려 새집으로 간다.

복잡한 시장을 구경한 후 간신히 빠져 나오는데 동물들의 배설물들이 바지, 신발에 가득 묻어 있었다. 초식동물이라는 걸 다시 확인시켜 주듯 순수한 연두색이었다. 숙소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성 삼위일체 교회에 들렀다가 이식쿨호수 남쪽에 있는 길을 따라 다시 서쪽으로 향했다.

탈라스로 가기 전 송콜을 들르기로 했다. 오고 가는 많은 여행자들이 추천한 곳이기 때문이다. 지도와 표지판을 보며 비포장도로를 계속 달렸다. 갈수록 마을도 없고 더 외진 곳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 오일의 여분도 별로 없는데 길은 계속 산허리를 돌고 돌고 또 돈다.

어느덧 정상에 다 왔구나 싶으면 길은 다시 굽이쳐 아래로 향한다. 내려가면 또 다른 산허리를 올라가야 하고… 마음 같아선 내가 그냥 직선으로 쭉 한 길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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