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 이동천막 유르트.

경사진 자갈길을 달리다 홍익이와 함께 미끄러져 넘어졌다. 간신히 발을 빼 누운 홍익이 옆에서 잠깐 앉아 있었다.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은 너무 맑았고 푸른 초원 가득한 산은 높고 예쁘기만 했다.

다시 홍익이를 세우고 출발. 오일을 아끼기 위해 내리막길은 시동을 끄고 그냥 내려갔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이건 사람도 있다는 소리. 저 멀리 유목민 이동천막인 유르트가 보이고 한 무리의 양, 염소,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드디어 송콜에 도착했나 보다. 송콜이 마을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유목민들이 이동천막을 치고 푸른 풀들이 자라는 동안만 이곳에서 생활하는 곳이었다. 오일도 없는데 걱정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여지없이 개들이 짖으며 달려온다. 유목민들의 개는 더 영리하고 끈질기다. 드넓은 송콜 초원의 유목민들은 보통 잠자는 방으로 쓰이는 지붕이 둥근 커다란 유르트 하나와 음식을 할 수 있는 천막 이렇게 두 천막을 중심으로 여러 동물들을 방목하고 있었다.

유목민들 간에는 아무런 경계의 표시가 없었지만 대략 1㎞내외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고 개들도 이 경계를 아는 듯 자기 구역으로 누가 침범했다고 생각되면 지체 없이 달려와 그 구역 끝까지 짖어댄다.

끝없는 초원에 두 개의 유르트가 보였다. 해가 지고 있어 하루 묵을 수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가까이 갔다. 정말 반갑게도 커다란 바이크 두 대가 유르트 옆에 서 있었고 유럽인 두 분이 유목민 아저씨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두 분도 이 외진 곳에 온 작은 홍익이가 신기한지 사진을 찍으신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에서 각각 출발한 두 분은 터키에서 만나 계속 같이 라이딩하고 계시단다. 어둡기 전 텐트 칠 장소를 물색하러 세 바이크가 이동을 한다. 스웨덴 울프가 옆에 개울이 있는 적당한 장소를 발견했다. 키르기스스탄 유목민들의 유르트 저 멀리 스웨덴 뾰족 텐트와 내가 가져간 원터치 원반 텐트가 드넓은 송콜 푸른 들판에 펼쳐졌다. 송콜의 일몰을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유목민은 가축을 방목하기 위하여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몽골,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아라비아 등지에 사는 민족이 유목생활을 해왔으나 지금은 전적으로 유목에 종사하는 민족은 적다. 유목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BC 8세기경 스키타이인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간주되며 유목민은 기원후 17∼18세기까지 유라시아 내륙의 초원을 무대로 세계 역사를 주름잡기도 했다.

4천여 ㎞를 달려 도착한 키르기스스탄 이식쿨에 왜 러시아 알타이에서 본 똑같은 선돌사람과 암벽화가 있을까라는 의문은 유목민들의 특징을 생각하니 쉽게 이해가 되었다. 말의 한 종류인 한혈마는 하루에 천리(약 400㎞)를 달린다고 하니 말을 타고 이동했다면 4천여 ㎞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깜깜한 새벽인데 수많은 말들이 무리지어 달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달빛이 있긴 하지만 어두워 잘못 보고 텐트 위를 지나가면 어쩌나 걱정하며 다시 잠들었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