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는 즉시 부하들을 노예시장으로 보내 여인의 딸을 찾아보게 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서 기병 하나가 여자 아이 하나를 들쳐 업고 왔다. 이 아이를 보자 여인은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며 살라딘에게 감사인사를 하면서 떠나려하자, 살라딘이 그 여인 모녀를 프랑크 군진으로 안전하게 보냈답니다.”

알 카밀은 마치 자기가 살라딘이나 되는 듯이 신나게 말하면서 그의 눈가에 물이 젖어 있었다.

“정말, 하나님의 천사와 같은 분이군요. 바로 살라딘 술탄 같은 분에게 성자 칭호를 드려야 합니다.”

“그런가요. 또 하나 말할까요?”

“네, 말씀하시죠.”

“내 선친께서 백부 살라딘의 적수인 리차드 사자심왕의 매부가 될 뻔 한 이야기가 있지요.”

“아, 그런 일이….”

“그렇답니다. 저희 백부님과 사자왕 리차드 사이는 적장과 적장의 사이라고 할수 없죠. 두 분은 결국 십자군 전쟁을 종결시킨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1096년 프랑크가 1차 침공했을 때 이전으로 환원하고, 다시는 전쟁이 없을 것이며 기독교인들이 성지순례 길에 어떤 위협도 없을 앞날을 약속하고 휴전, 휴전이 아니지. 그냥 전쟁을 끝냈던 것이죠.”

“그래요. 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 무렵, 백부님과 리차드왕 사이에 제 선친과 리차드왕의 누이를 짝지어 주려했어요. 그런데 백부께서 갑작스럽게 그만 돌아가시는 바람에 무산되었죠.”

“참으로 이슬람과 기독교가 한 형제임을 증명해줄 아름다운 일이었군요.”

“그래요. 우리 이슬람은 기독교와 형제의 관계를 이제라도 회복하고 싶습니다. 사실, 역사 속에 묻혀서 그렇지, 저 9세기 초 프랑크 왕 저 유명한 샤를마뉴 황제가 있었죠. 그분과 바그다드 압바스 칼리파 가문과의 우정은 친형제 간처럼 이었다더군요.”

“저도 11세기 에스파냐의 이슬람과 기독교간의 친밀했던 날들을 알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자 우리 이 밤에 우리의 목적을 함께 이루어보면 어떨까요?”

“목적이라니…, 뭘 더 바랩니까?”

“아니 벌써 잊었습니까? 날더러 나를 대신하여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회개하고 개종하라 하셨잖아요? 그렇죠?”

“아, 참. 왕이시여. 왜 그러십니까? 이 종이 왕이신 술탄 앞에서 죽어드릴까요? 꼭이 제가 왕 앞에서 목숨을 놓아야 직성이 풀리실까요?”

프란시스는 슬픈 목소리로 호소하였다. 그의 진심이었다. 우리가 이만큼 마음을 열었으면 되었지 더 무슨 욕심을 낸다는 것인가 하고 생각을 했다.

“성자여. 나는 이미 결심을 했소. 당신을 따라서 당신의 하나님을 믿기로 했지요.”

“….”

프란시스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프란시스공이 앞서 말씀하지지 않으셨소. 내가 평화를 드릴 터이니(술탄은) 나(프란시스)에게 종교를 달라고 했던 내 말에 대해 답변을 주시겠소?”

“….”

“왜 그리 멍하시오. 형제간의 대화인데 무엇을 그렇게 꺼리시오?”


“아닙니다. 너무 큰 선물을 주시니, 제가 당장 감당을 못해서 이럽니다. 그러나 이슬람이 주시는 평화를 대신하여 제가 종교를 드림으로 화답하리이다. 이제 나는 술탄께는 물론 어느 이슬람 앞에서도 먼저 개종을 요구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오늘 우리는 평화를 주고 종교를 샀습니다. 서로가 마찬가지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예수님이 나 알 카밀의 죄를 대속했다는 교리나 성부·성자·성령이 한 분 하나님이라는 삼위일체는 너무 어려운 가르침이요. 위의 교리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두고 나는 프란시스공의 기독교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의 교리를 공격하지도 않겠습니다. 또, 그동안 600여 년 동안 우리 이슬람이 기독교로부터 야만인, 개, 돼지 등으로 취급받아온 원한에 대해서도 나 개인으로는 가슴 깊이 묻어두겠습니다.”

프란시스는 앞서 그토록 힘차고, 정확한 논리로 그를 압도해온 술탄이 마치 백기를 든 장수처럼 지금까지 내게 보여준 교리적인 발언을 거두어 들이겠다는 식으로 나오자 생각의 여유가 필요할 것만 같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프란시스공?”

“장검을 뽑아 높이 들었던 왕께서 오히려 저의 모든 이론을 받아들인다 하시니 제가 이러는 것입니다.”

“허 참, 서로가 종교와 평화를 맞바꾸자 하지 않았소. 그리고 내가 프란시스와 같은 성자를 내 형제로 얻었는데 교리 따위가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랍니까.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지면 되는 것 아니겠소.”

“그렇군요. 헛허허.”

프란시스는 크게 웃었다. 이런 웃음은 처음이었다. 앗시스 부잣집 아들로 귀족들 자식들과 춤추고 술 마시며 놀 때를 제외하고는 기억이 없을 만큼 이었다.

“성자여. 그러나 방심하지 마시오. 언젠가는 내가 당신의 가슴 속에서 대속죄(代”贖罪)의 실체 그 당사자인 예수 그리스도를 찾을 때 당신은 내게 그 분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때 나는 당신에게 삼위일체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소만.”

프란시스는 무릎을 쳤다.

“명언이시오. 명언….”

“프란시스공. 이 밤을 푹 쉬고 내일은 떠나시오. 당신은 아이유브 제국의 왕 알 카밀을 기독교 신자로 얻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소. 그러나 내가 지금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세상에 밝히기에는 시기상조가 되겠죠?”

“그렇습니다. 술탄께서 기독교를 받아들인다면 이 가련한 수도자 프란시스는 무슬림으로 화답을 하겠소이다. 이를 우리가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면 될 것입니다.”

“좋소. 그럼, 내 형제이신 프란시스공이 앗시스로 돌아가시는 길 내가 동행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면서 내 대신 이스마엘을 동행시키려 합니다. 이 아이는 내 자식이나 다름없으니 저 아이를 당신의 제자로 잘 거두어 주시오.”

“뭐, 뭐라고요?”

“내 이미, 결심이 끝났소. 이스마엘도 기뻐할 것으로 믿소이다.”

“….”


프란시스가 알 키밀 술탄의 양아들 이시마엘을 데리고 콘스탄티노풀을 경유하여 앗시스로 가겠다고 떠난 후, 알 키멜은 프랑크와 휴전문제가 얽혀서 고심하고 있었다.

3만 7천명의 프랑크 군사가 나일강 하류에 나타났다. 대규모 군사였다. 이럴 수가, 저들 군사를 싣고 온 배가 베네치아 상인들 소유였을 것이다. 알 카밀은 꿈에서 깨어났다.

프란시스와 함께 노닐던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좋다! 얼마든지 받아주마. 너희가 견디는가 내가 견디는가 승부를 내보자.

그는 나일강의 주요 지류를 관장하는 다미에타로 나아갔다. 적의 군진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들은 이 길을 따라 진입해야 카이로에 접근할 수 있다. 매우 익숙한 상황이다. 아버지 알 아딜을 따라 이 전선에 설 때마다 자신감에 부풀었었고 프랑크군과 겨룰 때마다 승리를 예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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