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콘 마드레사(이슬람 신학교) 건물.

탈라스 전투 패배로 고선지 장군의 재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던 `석국'.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바자르, 박물관, 이슬람사원 등을 방문하며 며칠 보냈다. 지금까지 방문한 중앙아시아의 여러 수도 중에서 가장 복잡하면서 활기찬 느낌이다.

카스트 이맘 도서관에 전시된 오스만코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코란이다. 사슴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그 기원이 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라크 지방에 있었던 것을 14세기 시대의 풍운아, 티무르가 그 당시 티무르제국의 수도였던 사마르칸트로 옮긴 것이다.

사마르칸트로 가기 위해 타슈켄트 시내를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야에 들어온 큰 교통 표지판이 내 라이딩을 멈추게 한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289㎞, (타지키스탄) 두샨베 457㎞,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557㎞,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테르미즈 728㎞, (아프가니스탄) 카불 1,071㎞,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1,307㎞, (이란) 테헤란 1,859㎞, (카자흐스탄) 악타우 2,179㎞, (아제르바이잔) 바쿠 2,279㎞.

서울 외곽에서 부산행 표지판을 보는 듯 했다. 그냥 잠깐만 달리면 금세 어디든 도착할 것만 같은 느낌. 실제 계산을 해봐도 모두 그다지 멀지 않는 곳들이다. 여행하면서 홍익(스쿠터)이가 하루에 제일 많이 달렸던 기록이 약 600㎞였다. 비자 등의 행정절차 없이 마음먹고 달린다면 모두 4일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다.

지금처럼 발달된 기술이 없는 옛날을 생각해도 마찬가지. 말의 한 종류인 한혈마는 하루에 천리(약 400㎞)를 갈 수 있다고 하니 비행기, 차가 없어도 5∼6일이면 갈 수 있는 거리들이다. 연결된 길만 있다면 예전 사람들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빨리 원하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했을 수 있다.

동서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도로가에 세워진 표지판은 동과 서 뿐만 아니라 남과 북까지도 연결된 길이 있다는 걸 확실히 말해준다. 이 길들의 연장선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해 지구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하다. 그 길은 교통 표지판이 세워진 그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류역사와 함께 수천 년 어쩌면 수만 년의 시간이 걸려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천산산맥에서 발원하는 시르다리아 강과 파미르고원에서 발원하는 아무다리아 강. 관개용수로 물길을 돌리기전 두 강 모두 중앙아시아의 염호인 아랄 해로 흘러 들어갔다. 그 사이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예전 그리스와 로마인들에 의해 옥서스 강 너머라는 뜻의 `트란스옥시아나'라고 불린 곳. 동서 교차로로 번영한 만큼 역사도 꽤나 복잡하다. 머리 아픈 역사가 중앙아시아의 매력일지도.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이곳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고 싶다.

16세기 우즈베크족, 14세기 티무르왕조, 13세기 몽골제국, 7세기 이슬람제국, 3세기 사산 조 페르시아, 기원전 2세기 파르티아, 기원전 3세기 박트리아,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 기원전 6세기 아케메네스 조 페르시아 제국의 속주 소그디아나… 열거하기도 벅차다. 거쳐 간 정복자들의 출신지도 제각각 사방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곳의 가장 오래된 원주민은 이란계 소그드인이다. 사마르칸트, 호라즘, 페르가나 등 소왕국들이 존재했었다. 고대부터 국제적 상업무역에 뛰어났으며 상품뿐만 아니라 철학, 종교, 언어 등 이른바 문물이 이들과 함께 오고 갔다고 한다.

289㎞ 떨어져 있는 사마르칸트로 출발. 메마른 밭에서 당나귀가 멍에를 메고 밭갈이를 하고 농부 두 명이 뒤따르고 있다. 안쓰럽기도 했지만 웃음이 나왔다. 시르다리야 강줄기와 푸른 풀밭이 지나가고 바람이 사막 언덕위에서 모래 회오리를 만든다.

간간이 길가에서 멜론, 수박, 서양배 등을 파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일조량이 높아서인지 과일의 당도가 굉장히 높다. 그중에서 멜론이 제일. 커다란 멜론을 사서 한 끼를 떼운다. 어느덧 사마르칸트 입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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