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라시압 벽화 모사도 일부.

시내로 들어가는 내리막길에서 바라본 사마르칸트. 역시 푸른색 돔들의 도시이다. 13세기 초 칭기즈칸에 의해 초토화 되었으나 14세기 티무르가 수도로 정하며 고대의 명성을 이었다. 그때 지어진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가는 곳곳이 이슬람 사원, 마드레사(이슬람 신학교), 묘당들이다. 대부분 돔 지붕에 유약을 발라 구운 푸른색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티무르와 그의 가족들의 묘가 안치된 구르 아미르 모슬렘. 대낮에 봐도 멋지고 조명에 비쳐진 야경도 장관이다. 여자들의 옷차림도 번쩍이는 푸른 돔만큼 굉장히 화려하다. 형형색색 원피스에 반짝이 레이스. 타슈켄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언덕길로 향했다. 푸른 돔들이 다시 한눈에 들어온다. 긴 언덕위에 고대 아프라시압 성터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 터에서 발굴된 여러 유물들이 아프라시압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 유명한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는 박물관 한가운데 따로 만들어 놓은 방안에 있다.

사마르칸트가 고대부터 동서양 문명 교류에 큰 역할을 담당했음을 중앙 벽화에 그려진 외국사절단 행렬도가 말해주고 있었다. 벽화에 한국인도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었다. 벽화가 그려진 연대가 확실치 않아 그동안 `신라인이다, 고구려인이다, 발해인이다'라는 의견들이 분분했었다.

벽화를 설명하는 모사도에도 `2명의 한국사절'으로만 적혀있다. 7∼8세기 중앙아시아의 공통어인 소그드어 명문을 통해 사마르칸트 바흐르만 국왕 시절에 제작된 것으로 밝혀지고 조우관(새깃으로 장식된 모자)과 둥근 고리가 달린 큰 칼이 고구려의 것으로 보여 최근에는 대부분 고구려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700여 년간 동아시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던 고구려가 국운이 기울어 갈 무렵 신라와 당이 압박을 가해오자 서역제국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북방 초원길로 달려 온 고구려인이라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익(스쿠터)이와 함께 한국에서 출발해 여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도착하기까지 다른 여러 곳을 돌고 돌아 약 75일, 16,500㎞ 걸렸다. 만약 촌각을 다투는 급한 일로 북방 초원길을 통해 다시 한국으로 가야 한다면 얼마나 걸릴까? 대략 20∼25일이면 될 것 같다. 벽화에 그려진 사절단도 그 출발지가 발해의 중경이든, 고구려의 평양성이든 아니면 신라의 서라벌이든 한 달은 넘지 않았을 것으로 혼자 추측해 본다.

아프라시압 벽화는 소그드인의 대표적인 유적이기도 하다. 소그드인은 현재의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일부를 포함했던 소그디아나를 근거지로 한 사람들이다. 기원전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 갈 수 있으며 스키타이족이나 사카족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으로 사람 뼈가 담긴 작은 상자만한 납골함을 자주 볼 수 있다. 5세기에서 9세기경에 중국, 인도, 동로마 제국에 걸쳐 중개 무역을 하며 많이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속특'이라 불렸고 조로아스터교, 소그드 문자 등이 이들을 통해 여러 지역에 전파 되었다고 한다. 신라와도 교역했다는 설이 있는데 동물의 뿔로 만든 각배를 비롯해 최치원의 시 `속독'이 소그드인의 탈춤을 묘사한 것이며 신라 향가인 `처용가'의 주인공이 바로 소그드인이라는 것이다.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구약성경의 인물인 다니엘의 묘도 있었다. 고향 이스라엘도, 포로로 잡혀갔던 바벨론의 나라 이라크도, 바벨론을 정복한 고레스(키루스)대왕의 나라 이란도 아닌 여기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다니엘의 이름을 듣게 되다니 정말 뜻밖이다. 이란 수사에 있는 묘가 진짜이고 여기에 있는 묘는 가짜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성서의 땅이 가까이 있음을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28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마르칸트. 역시 동서 문명 교류의 핵심지인가 보다. 수천 년의 시간차와 수만리의 공간차를 뛰어 넘는 유적, 유물들을 한 아름 품고 있었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