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바 전경.
 
일출에 그늘진 티무르 동상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마르칸트에서 부하라로 출발했다. 하늘색 원피스 교복을 입은 꼬맹이들이 잠깐 웃어주더니 계속 황량한 사막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메마른 길이 250여㎞를 견디고 나서야 부하라입성을 허락한다.

종교, 문화, 실크로드 무역의 중심지였고 특히 9세기 사마니 왕조 때 이슬람 세계의 학문 중심지로 그 황금기를 누렸다. 부하라 왕성, 사마니 묘당, 미르 아랍 마드레사, 칼란 미나레트, 카라반 숙소, 바자르등을 방문하며 며칠 보냈다.

중앙아시아의 커다란 두 사막. `붉은 모래'라는 뜻의 키질쿰 사막과 `검은 모래'인 카라쿰 사막을 본격적으로 달려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은 오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히바를 가기 위해 추가 플라스틱 병에 택시 아저씨가 미리 확보해둔 오일을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사서 넣고 출발.

정말 사막이다. 복잡한 세상이 단 세 가지로 정리된다. 하늘과 사막과 아스팔트. 그것도 많은지 두 개로 줄어든다. 아스팔트길이 모래에 파묻힌다. 미끄러운 건 둘째치고 길을 잃고 사막 한가운데 버려질까 두렵다. 다행히 지나가는 차가 있어 얼른 뒤를 쫓았다. 모래 길도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역시 지구는 둥근가 보다. 바다 수평선처럼 사막 지평선도 커다란 완곡선이다. 알 수 없는 몇 가지. 사막 한가운데의 유목민. 내 눈엔 물도 없고 뜯어 먹을 풀도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동물들을 키우고 있는지. 순식간에 지나가는 생전 처음 보는 동물. 쥐보단 조금 크고 흰털 가득한 포유류. 너무 귀여워 자세히 보려고 홍익이(스쿠터)를 세웠는데 네 발로 새처럼 휙 지나가곤 다시 나오지 않는다.

삶을 즐기며 천천히 지나가는 도마뱀 때문에 급 브레이크. 키질쿰 사막을 달려 500여㎞ 떨어져 있는 히바까지 하루만에 가리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있던 빠른 길도 아무다리야 강물이 흘러 넘쳐 돌아 가야 한단다. 한 마을에서 어렵게 숙소를 찾아 하루를 묵고 왔던 길을 되돌아 좌측엔 아무다리야 강, 우측엔 키질쿰 사막을 끼고 한동안 달려 드디어 호라즘의 수도 히바에 도착했다.

박물관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성 안쪽인 이찬칼라에는 수없이 많은 이슬람 사원, 신학교, 박물관, 미나레트(첨탑)이 가득했다. 200여 개의 나무기둥이 천장을 받들고 있는 주마 모스크와 미완성된 뚱뚱한 칼라 미나레트가 흥미로웠다. 히바를 한눈에 보기 위해 성 위로 올라갔다.

수많은 유물과 함께 살고 있는 성 안쪽의 사람들의 모습을 넘어 성 바깥 아득히 먼 곳까지 황토 빛 집들과 푸른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다. 끝없는 키질쿰 사막에 어떻게 이렇게 큰 푸른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는 오아시스 도시들이다.

오아시스는 사막과 같은 건조지역에 물 공급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수목이 자라고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처음에는 작은 샘이나 하천에 불과했던 곳을 사람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하수와 강물을 끌어올려 농사도 짓고 마을을 넘어 도시국가로 만든 것이다. 사막인들의 생활 보금자리로서 뿐만 아니라 사막을 건너 무역하는 카라반 대상들에게도 오아시스는 생명줄이다.

실크로드 중에서 가장 심장부에 위치한 오아시스길. 그 대표적인 물건인 비단과 함께 여러 문물이 오아시스에서 집산되고 오아시스 길을 통해 이동 되었다.

부하라, 히바 모두 오아시스의 생명인 물과 관련된 오래된 전설을 가지고 있다. 물이 없어 사람들이 힘들어 할 때 구약성경의 인물인 욥이 나타나 지팡이로 땅을 치자 물이 나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부하라. 히바는 훨씬 더 많이 거슬러 올라간다. 노아의 장자 셈이 가리키는 곳을 파자 물이 흘러 넘쳤고 그 우물의 이름인 `헤이와크'가 히바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앙아시아의 역사는 정말 장구하다.

인류 고대문명의 근원지가 아랄 해 근처 중앙아시아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으니 강한 사막 바람에 의해 모래들이 한쪽으로 밀려날 때 엄청나게 오래된 문명의 흔적들이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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