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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들소리문학상 심사평 및 당선소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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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호] 승인 2011.04.20  16: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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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소리문학상 심사중인 심사위원들.

■대 상 - 백시종 소설 '사하라 크리스마스' 심사평

철학적 주제가 있는 완벽한 소설 미학

영국 시인 토마스 그레이는 그의 유명한 시 `시골 묘지에서 쓴 비가(悲歌)'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고요한 맑은 빛의 수많은 보석들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동굴 속에 잠겨있고/ 많은 꽃들이 황야에서 그 향기를 헛되이 뿌리고 있다.”

많은 후보작들 가운데 금년도 `들소리 문학상 대상'으로 백시종의 `사하라 크리스마스'를 선택하게 된 것은 적지 않은 행운이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지만 우리가 눈을 주지 않았으면 정보의 홍수 속에 자칫 묻혀 버릴 운명에 놓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이 작품은 사막의 땅 알제리로 간 어느 선교사의 비극적인 경험담을 이야기로 엮은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작품은 소설이 지녀야 할 모든 예술적 장치를 다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플래시백 기법을 포함해서 거미줄처럼 엮은 치밀한 구성은 말 할 것도 없고 지성과 감성이 조화된 언어, 그리고 상징성이 짙은 성서적인 인유(引喩)와 이미지들을 통해 종교적인 색채를 띤, 존재론적이면서도 사회적인 문제를 감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 `사하라 크리스마스'는 홍은혜라는 인물이 교회에서 만난 조갑수를 사랑했으나, 믿음이 없는 그와 자본주의의 힘에 굴종을 한 장로인 그의 아버지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북아프리카로 가서 이슬람교가 지배하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 선교 사업을 펼치다 좌절하게 되는 전말을 서정적이면서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홍은혜가 기독교와 적대 관계에 있는 이슬람교도들의 땅인 알제리에서 펼쳤던 선교 사업은 북아프리카 땅 원주민의 언어인 느굼바이 말을 배워 그것으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이었다. 그가 불어나 영어가 아닌 토착어로 성경을 번역하려는 것은 그 땅에 사는 원주민들이 강대국인 외세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조국을 떠나 이곳 알제리에서 9년 동안 선교 사업을 하고 있던 홍은혜는 느굼바이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티베스티에 침략자 아랍인들이 왜곡해서 번역한 성서 카빌레 성경의 해적판이 난무한다는 소식을 듣고 15세 남자 아이 모이살라와 같이 그곳으로 가는 도중 사하라 사막에서 태풍처럼 불어오는 모래 바람을 만난다.
홍은혜는 모이살라와 함께 모래 방어벽을 등지고 누웠다가 그의 가슴에 어린아이처럼 파고드는 모이살라에게 겁탈을 당해 새로운 생명을 임신 하게 된다.

그 후 홍은혜는 모이살라가 모하메드교 탁발승들에게 살해되어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때 그녀는  자신의 육체가 요엘 선지자가 기록한, 이른바 메뚜기들의 재앙으로 점점이 찍혔으나, 다음 순간 사막의 별이 유난히 크고 빛나는 것을 보았다고 회상한다.

홍은혜가 사막의 폭풍 속에서 모이살라의 성폭력으로 인해 아이를 수태하고 고요한 어둠 속에서 찬란한 별을 발견하는 것은 시련 속에서 찾아오는 변증법적인 희열과 같은 실존적인 현상을 의미하고 있지만, 그것은 또한 모래 바람과 같은 죽음의 시련 속에서 `생명의 근원'인 예수의 새로운 탄생을 나타내고 있는 듯 하다.
이것은 선교사 홍은혜가 생명이 담겨 있는 토착어로 성경을 번역해 느굼바이 토착민들에게 예수의 복음을 전하려고 하는 뜻과 상징적으로 같은 문맥 속에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역사가 비극적으로 실패를 반복하지만 발전적으로 전개된다는 고전적인 주제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데 크게 성공했다.

모이살라가 회교도들에게 살해되고 홍은혜가 알제리에서 추방되었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잘못 잘못 번역되어 회교권 전역에서 통용되는 카벨라 성경 해적판의 복사를 중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이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 신인상·가작 심사평

작가의 독창적 사유, 참신성에 주목

신인작품을 뽑을 때,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가능성을 많이 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갑자기 완벽한 작품이 솟아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작가의 독창적 사유나 참신성, 창의성 등을 찾아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것들이 장차 좋은 작가를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심사위원들은 이종영의 `날품'(시)과 조문자의 `불꽃'(수필)을 당선작으로 뽑고, 신현귀의 `임과의 데이트'(시)를 가작으로 뽑았다.

시부문 당선작인 〈날품〉은 날품팔이에 비유한 인간의 고달픈 삶을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여물지 못한 시간은/언제나 소금기에 절여 있고'나 `서럽도록 지친 하루해는/거친 숨 몰아쉬며 그림처럼 걸려 있다' 등은 공감을 주는 절실한 표현이다. 끝연의 `긴 여행이 끝난다면/후회는 없으리니'라는 희망적 구절은 작가의 정신이 그만큼 건강함을 보여준다.

수필부문의 `불꽃'(조문자)은 산자락의 오두막에서 살아가는 아낙네가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서 사유하는 이야기다. 요즘 수필과는 다르게 주제가 기발하고 신선하다. 작가는 `불꽃'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악착같이 매달린 `끄나풀'과 몸 안의 `허약한 점'들을 태워버리고, 알몸뚱이가 되어 거듭나고 싶어한다.

그는 `불꽃'을 `지상의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신성한 삶의 세계를 표상하는 하늘나라에 닿으려는 인간의 아름다운 의지를 상징한다'고 믿는다. `얼마를 태워야 더 태울 것이 없어질까.' 그는 이렇게 묻지만, 세상 사람 모두에게 주고 싶은 `깨달음'이기도 하다.

시부문 가작인 `임과의 데이트'는 신앙생활에서 느낀 심상을 진솔하게 표현한 신앙시이지만 주제가 단순하고 평범하여 아쉽다.



[제 11 회 들소리문학상 수상 소감]


■신인상 - 조문자 수필 '불꽃'

“문학, 좇아가면 또 저만치 가버립니다”

문학은 나를 여기에 두고 저만치 가버리는 것입니다. 있는 힘을 다해 쫓아 가면 또 저만치 가 버리는 것입니다. 그 메워질 수 없는 거리가 쓸쓸 합니다. 4년 전, 들소리 문학상에 가작으로 입상했습니다. 시상식이 있던 날 신인상을 타신 분이 부러웠습니다. 이제 저는 두 번째 시상식에서 또 다른 무엇을 부러워 할 지도 모릅니다. 나를 여기에 두고 저만치 가버리는 그 뒤를 눈을 부릅뜨고 다시 쫓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신인상-이종영 시 '날품'

“삶의 애환 그리는 날품시인으로 남고파”

봄은 가지도 않았는데 가을 기다리는 지천명 세월을 충북 괴산에 건설 중인 학생 중앙군사학교(ROTC) 현장에서 보내고 있는지도 두 해가 지나고 있다. 다섯 편이란 날품 글을 쓸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하여 주신 건설현장의 일용직 그분들을 바라보는 감정은 늘 아픔이다. 희끗희끗 창문 두드리는 새벽달 뒤로한 채 새벽을 가르는 간절한 발걸음은 차라리 연민으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분들의 삶을 동정하는 것도 격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용직 여러분께 박수를 보내며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체험적인 날품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 또한 진솔한 일용직에 대한 삶의 애환을 그려보는 날품시인으로 남고 싶다.


■신인상 가작 - 신현귀 시 '님과의 데이트'

“시를 쓸 수 있도록 동기를 준 詩想”

여름이 다 끝나갈 무렵에 아내와 함께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봉평을 방문하고 나서 허브향기로 가득한 어느 깊은 산속에 들렸습니다. 이슬을 머금고서 함초롬히 피어난 허브 꽃과 초롱초롱 맺혀있는 맑은 물방울, 옅은 안개 속에 흩어지는 허브향기가 반가이 맞이하였습니다. 허브 꽃을 구경하고서 잠시 쉬고 있는데, 꽃향기를 맡고 있던 아내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머릿속에 시상(詩想)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집에 돌아온 즉시 글로 남긴 것이 `님과의 데이트'입니다. 이 시는 제가 시를 쓸 수 있도록 동기를 준 시상입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시집을 끼고 살 정도로 시사랑이 컸었습니다. 목회를 하는 오랜 동안에 깊이 잠자던 시심을 일깨워준 것입니다. 시를 쓰라고 격려해주시는 하나님의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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