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타에 큰 충격이 있은 뒤 세계는 평화와 전쟁의 갈림길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다. 눈에 보이는 큰 충격과 공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무서운 전쟁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이 보이기도 할 때다. 특히 미국에서는 평화를 말하는 사람들보다는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어떠한 세력에 대하여는 아주 과감한 보복을 하여도 좋다는 여론이 깊고 넓게 형성되었을 때다. 이러한 평화를 밟아버리는 집단 분위기에 억눌려 평화와 대화와 자기성찰을 주장하는 소리는 무척 연약하게 들렸을 때다. 곳곳에 성조기가 나부끼고, 모든 차량은 그 깃발을 다 달고 다니고, 다른 흐름은 아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높을 때다.평화 빌어주는 종교인들 이 때를 즈음하여 나는 지난 해 겨울 유럽을 방문하였다. 유럽의 분위기는 미국과 많이 달랐다. 오사마 빈 라덴이나 탈레반 정권에 가하는 무서운 폭격과 전쟁분위기에 은근히 저항하는 흐름도 있었다. 이 때 종교세계에도 여론이 엇갈리고 있었다. 그런데 독일 한 조그마한 도시, 대학도시라고 부르는 작은 도시 괴팅겐에는 매우 특이한 예배가 있었다. 가톨릭, 프로테스탄트, 유대교, 이슬람, 희랍정교회 대표들과 신자들 그리고 몇 되지 않는 불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평화를 위하여 예배하였다. 서로 역할을 나누었고, 할 일을 담당하여 서로 다른 종교에서 참석한 사람들을 존중하였다. 그것을 처음 생각하고 주최하였던 사람들이 염려하였던 아름답지 않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사람을 축복하여 평화를 빌어주었다. 여기에서 서로 다른 종교들 사이에 어떤 갈등을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오직 한 가지, 사람을 존중하는 사랑에 터를 잡은 평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는 한 가지 일에 마음을 쏟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교회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가장 크고 든든한 바탕을 찾는다. 엄밀히 따져보면 모든 교파는 껍질이다. 원래는 그 껍질에 어떤 알맹이를 담아 보려고 애를 썼지만, 교회들이 조직이 되면서부터는 껍질만 커지고 알맹이는 줄어들거나 사라지기 십상이다. 그것이 역사를 거듭하고 교파의 재생산구조가 굳어지면서 많은 경우에는 알맹이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껍질을 더욱 강화한다. 마치 자신이 속해 있는 껍질, 조직 속에 있으면 진리에 서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조직속에 있으면 진리? 똑같은 경전과 같은 신을 섬기면서도 다른 자리에 서 있거나 다른 흐름을 타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통이 아니면 틀리거나 아주 적대관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가족전통으로, 지역 영주와 시민의 정체성으로, 민족의 전통으로, 삶의 방향으로 계속하여 내려진다. 이렇게 전통에 빠지면 우연한 기회에 얻은 종교의 흐름이 마치 진리로 믿어지게 하는 마력 속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여기에서 궁극을 잃는다. 이 때 할 일은 종교의 궁극을 찾는 일이다.교리로는 힘 결집 안돼 종교의 궁극은 결코 서로 상대방을 미워하고 멸시하거나 업신여겨 소멸시키는 데 있지 않다. 자기가 믿는 종교나 종교흐름의 진정한 알짬을 실현하는 것이 궁극의 관심이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종파가 다르고 교파가 다르면 마치 그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그것마저도 다른 것처럼 여기려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하나님, 하나의 성령, 하나의 진리체계를 믿는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하나가 되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물론 그 궁극을 실현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그 다양한 방법을 존중하되, 다른 길을 가는 사람 역시 나처럼 궁극을 향하여 걷는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한 것을 바탕에 깔고 모든 교회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사랑과 평화의 실천을 위하여 한 성령의 역사를 경험하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한 지역에 있는 교회들은 노인, 어린이, 질병, 범죄, 교육, 장애인, 일을 놓친 사람들, 집 없는 이들, 빚에 쪼들린 이들, 슬픔을 당한 이나 억눌린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데 함께 힘을 합해야 한다.  교리로서는 합해지지 않는다. 교리는 조직을 낳고 조직은 정치로 움직이게 하며 정치를 앞세운 모든 행위는 본질에서 멀리 벗어나서 수렁으로 빠지게 하는 것일 뿐이다. 특히 시골이나 변두리의 작은 교회들은 일을 위하여 서로 연합하고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몇 가지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종교는 껍질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가는 길이 약간 다를 뿐 궁극에 가서는 하나의 하나님, 하나의 성령 안에 안식을 누리기를 희망한다는 것, 우리 모두는 구원되어야 할 죄인이라는 것, 구원된 우리는 점점 더 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서로 겸손한 상태에서 일을 하기 위하여 연합할 필요가 있다.한남대 사회과학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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