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옛 페르시아) 동서부 타부리즈(네스토리우스 제자들이 활동무대)에 위치한 곳.
옛 에덴동산으로 일컬어지는 한 마을에 자리한 동굴집.

오랜 친구처럼 흉허물 없는 모습이다. 알로펜은 무함마드의 환한 표정이 좋았다. 가끔씩 우수가 스쳐간다 싶었던 첫날의 만남에서 남겨두었던 마음 부담이 사라졌다.

“할아버지가 나를 찾으신다구?”

“그래. 내 할아버지는 너와 내가 친구 되었다는 말씀을 내게 들으시고서는 매우 기뻐하셨어.”

“아, 그래. 그럼 우리가 친구네.”

“그럼, 어디 친구 뿐인가. 우리는 한 형제야.”

“그래 맞다. 형제지.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알로펜 뿐 아니라 내 할아버지다.”

“아, 그럼. 우리 빨리 할아버지께 가자. 많이 기다리실거야.”

알로펜은 무함마드를 이끌고 할아버지 서재로 갔다.

“할아버지, 새로 생긴 손주 데리고 왔어요.”

알로펜은 무함마드를 할아버지께 소개했다. 무함마드는 “할아버지. 인사올립니다” 하더니 자리를 잡고 앉아, 다시 허리를 바싹 꺾고 상체를 눕히고 이마를 땅바닥에 조아린다. 두 팔은 어깨 넘어 제 쪽의 각각 귀를 감싸듯이 하면서 두 손을 가지런히 하여 손바닥이 마루에 닫게 한다. 그리고 그의 두 손은 가볍게 마루 바닥을 서너번 내려치고 있었다.

알로펜으로서는 처음 보는 인사법이다. 할아버지는 경험이 있으신지 흐뭇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는다. 한참을 엎드려 있던 무함마드가 고개를 들고 자리에 일어서서 할아버지께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두 손을 내밀어 무함마드를 얼싸안으며 반기셨다.

“그래, 오냐. 무함마드라구? 내 손주 알로펜의 친구니, 자네도 내 손주지.”

“네, 할아버지! 친구만 아니라 우리는 형제입니다. 아브라함과 아담 할아버지의 친 혈통인데 형제지요. 그리고 어르신은 내 할아버지세요.”

무함마드는 노인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나의 할아버지여. 할아버지를 보니 나를 낳으신 아버지의 아버지이신 무타리브 할아버지가 떠오르고 친히 그 할아버지를 뵙는 듯 합니다.”

하더니 무함마드는 그의 아버지의 유복자로 태어났으며, 여섯살에 어머니를 잃고, 여덟살에 할아버지 무타리브와 사별했음을 소개했다. 무타리브는 메카의 코리이슈 족의 수장(首長)이다. 코리이슈 족은 메카의 열개의 부족 중 으뜸이었으니 당시 아라비아의 사회구성 조건으로 무함마드의 할아버지 무타리브는 왕의 신분이었다.

그는 여섯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곧바로 할아버지 무타리브 노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그때 무타리브 나이는 108세였다. 무타리브는 사막의 점성술사(예언자)들이 무함마드를 십만 세번째 예언자로 왔다고 하는 말을 유심히 들었다. 그리고 그의 신적인 경험으로도 무함마드는 큰 예언자의 사명을 가졌다고 보았다. 무타리브는 족장회의를 주관할 때마다 일곱살짜리 무함마드를 자기 옆에 앉게 하거나 어떤 때는 회의 안건 통과 방망이를 무함마드 손에 쥐어주고 두들기게 했음에 대해서도 무함마드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수위 족장 가문의 직능과 명예를 어린 손자에게 승계한다는 의미를 포함하면서 행동한 것으로 무함마드의 기억에는 남아있다.


“그래. 그러냐? 참으로 귀한 가문의 자손이구나. 우리 기독교 신앙의 전통으로 보아도 너의 출생을 쉽게 보아 넘길수 없구나.”

알로펜의 할아버지 야고보 노인은 말을 하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섬뜩하기도 한, 뭐랄까 묘한 느낌이 있었다. 어제 무함마드와 헤어진 후 그를 찾아온 알로펜이 '가볍게 보아 넘길 인물이 아니었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야고보 노인의 눈에도 무함마드는 비범한 조건이 있어 보였다. 그의 조부가 메카의 10개 부족의 대표족장이요, 명문가문이며, 무함마드가 100,003번째 예언자라는 것 또한 쉽게 넘기기 힘들었다. 생각에 잠겨 있는 데 다과상이 들어왔다. 야고보 노인이 무함마드와 알로펜에게 과일과 차를 권했다. 두 소년을 마주 비교하면서 살펴보았다. 막상막하였다.

하나는 사막의 예언자요, 또 하나는 제2의 네스토리우스 총주교감이라…. 야고보 노인은 혼자서 너털웃음을 흘렸다. 무함마드와 알로펜이 동시에 눈이 똥그레졌다.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알로펜이 야고보 노인을 흘기면서 말을 이으려다가 거두어 들이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 손주들이야. 그리고 무함마드야. 메카에 우리 기독교 소식좀 들어볼까?”

“아, 네. 제가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에치오피아 선교회 산하 교회들이 있고, 네스토리우스 교단 교회들과 유대교가 있습니다. 그들은 사회의 지도층이기도 합니다.”

“그러냐. 너 알로펜에게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의 신앙모범을 좇아 생활하고 있으며, 다마스커스 지역 책임자란다.”

“아, 그러세요.”

“내가 듣기에는 아라비아 전역에서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가 좋은 일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마는, 어떠냐 네가 메카의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를 위해서 내 심부름을 좀 해줄 수 있겠느냐?”

“어떻게 말인가요. 할아버지?”

“글쎄다. 오늘 처음 만난 너에게 자칫 부담을 줄까봐 걱정이기도 하구….”

“그럴수도 있겠군요. 사실은 저는 특정 종파를 위한 심부름을 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군요. 자기들끼리 싸우는 기독교가 싫거든요.”

“아, 그래.”

야고보 노인은 정신이 번쩍 났다.

“특정 종파는 어느 교단을 말하느냐?”

“메카에서의 경운데 에치오피아 선교단체와 할아버지가 관계하시는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의 관계도 좋지 않습니다. 더구나 유대교와 에치오피아 선교단과의 관계는 원수의 관계만큼 험악합니다. 외람되지만 기독교의 분파간의 분쟁을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러냐. 너 벌써 중요한 것들을 알고 있구나.”

“할아버지. 더 내게 고통을 주는 것은 기독교 안에서 일어나는 교리싸움은 도무지 답답하거든요.”

“그래. 뭐가 말이냐?”

“저는 메카에서 이곳 다마스커스까지 왕복 6개월 정도를 걸려서 오고 가는데 중간 도시들마다 있는 교회당 사제님들을 자주 찾습니다.”

“그렇구나. 너의 신앙심이 가상하구나.”

“아닙니다. 신앙심 보다는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핵심교리인 삼위일체와 예수님이 인간의 죄를 대신한다는 신앙고백이 저를 혼란으로 이끌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직까지도 기독교인이기도 하고 정확하게는 아니기도 합니다.”

“저런, 저런….”

야고보 노인이 펄쩍 뛸듯이 놀란다. 둘 사이를 말없이 지켜보던 알레폰이 나섰다.

“이 사람 무함마드, 자네 너무 경솔하구먼….”

“그런가….”

무함마드는 자기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했다는 듯이 몸을 웅크리며 마치 울어버릴 것처럼 얼굴이 이그러지고 있었다.

“알레폰! 아니다. 경솔한 것이 아니구나. 무함마드가 중요한 부분을 붙잡고 고민을 하는구나. 과연 인물감이로고…”

야고보 노인은 무함마드의 등을 두둘겨 주며 껄껄 웃는다. 그는 무함마드의 총명과 당돌함에 놀라면서도 '이놈이 인물이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과찬이십니다. 할아버지. 다시 말씀드리지만 처음 뵈올때 할아버자기 저의 돌아가신 무타리브 할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저에게 감당키 어려운 짐을 맡기셨거든요.”

“그래, 좋으냐?”

“좋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

“물론 저는 이미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손주인 저에게 거는 기대가 싫지는 않아요. 제가 잘 감당할지는 모르나 저를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 주신 것은 늘 감사하고 있으나….”

“그럼 되지 않느냐. 그런데 답답하다는 말을 왜 하는거지?”

알로펜의 말이다.

“그게 아니라 나는 할아버지의 지금 처지를 안타까워서 그래요.”

“허허, 저런… 그건 왜?”

이번에는 야고보 노인이 나섰다.

“차마, 사랑 받아온 손주 자식의 입으로 말씀드리기가 곤란하군요.”

“그러냐. 그렇다면 관두거라. 그러나 그것이 우리 사이의 대화 중요 부분일수도 있을까 싶구나.”

무함마드의 눈이 빛을 내더니 약간의 분노같은 느낌을 준다. 그의 심경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저요. 자식된 도리로 이 부분이 가슴 아파요.”

“무엇인데 그러느냐?”

야고보 노인이 이제는 더 안타까운 심정이 되고 있었다.

“저의 신앙으로는 저의 무타리브 할아버지는 지금 지옥에 계실 것 같아요.”

“뭐, 뭐라구?”

야고보 노인이 펄쩍 뛸듯이 크게 소리치며 그 앞에 놓인 탁자를 친다. 민망스럽게도 그의 찻잔이 뒤집혀 굴러 떨어졌다. 그러는 중에 노인이 무함마드를 노려보는 분노서린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네. 저는 하나님은 오로지 유일하신 오직 한 분으로 믿습니다. 그런데 저의 할아버지는 메카인들의 다신(多神)신앙을 유지하셨거든요. 다신이나 잡신을 믿는다면 그 누구도 하늘나라에 못 들어간다고 배웠습니다.”

“아, 아….”

야고보 노인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알로펜 또한 놀라기는 마찬가지인 듯이 그도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무함마드는 이제 후련하다는 듯이 평온을 찾고 있었다.

“무함마드여! 형제의 신앙이 매우 훌륭하구먼.”

“알로펜 칭찬듣기는 아직 이르네. 지금 나는 자네나 할아버지 앞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말씀을 드릴 것이 남아 있어.”

“이보게 손주, 이번에는 또 무엇인가? 어서 말해보게.”

“네. 할아버지. 저의 지금까지 공부로는 기독교가 성부, 성자, 성령, 곧 신이 세 분이니 유일신 종교를 벗어났다는 판단이거든요.”

“어, 뭐야?”

“핫 하, 이 사람 보게.”

야고보 노인이나 알로펜이 동시에 기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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