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윤리 강도 높은 평가, 교회들 `부담금' `거짓 보고' 여전

아브라함 링컨은 `정의가 국가의 힘을 만든다’고 했고, `공직자의 부정은 국가가 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했다. 토마스 제퍼슨은 `돈을 주고 벼슬을 사면 그 삶은 반드시 부정을 하고, 정의를 돈 받고 팔게 돼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정의와 정직이 무너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시점에 있다. 현정부 들어 이런저런 이유로 중도 낙마한 장관급만도 벌써 5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태풍 때 오페라를 보면 안 되나’라는 발언으로 13일 만에 경질된 최낙정 해양수산부장관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4명이 줄줄이 불명예스럽게 장관직을 떠났다.
역대 교육부장관 중 최단명인으로 취임 후 57시간만에 물러난 이기준 교육부총리는 판공비유용, 장남의 병역시비, 탈세 등의 문제로, 이헌재 경제부총리·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등은 모두 부동산 의혹문제로 물러났다. 경제부총리의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강봉균 의원(열린우리당)도 유학 중인 아들의 병역미필 문제로 구설수에 올라 끝내 부총리가 되지 못했다.
고위공직자의 자녀는 이전에도 꾸준히 사회문제가 돼왔다. 2000년에는 송자 교육부장관이 딸의 이중국적문제로 시비에 휩싸였고, 1998년에는 선우중호 전서울대 총장이 딸의 고액과외 문제로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정치권에서는 아들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인물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대통령 후보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 잇따라 출마했지만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두 아들의 병역 의혹으로 여당의 집중 공격을 받은 끝에 결국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IOC위원인 김운용 전의원도 아들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의원 재직 시절 아들 정훈씨의 구명을 위해 외교통상부에 로비를 펼친 것으로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정훈씨는 미국 영주권을 불법으로 취득한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됐다가 불가리아에서 인터폴에 체포됐다. 1993년에는 박희태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가 딸의 대학특례입학 시비로 물러났다.
 정치인 아들의 물의는 전직 대통령의 예가 대표적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홍업·홍걸씨는 아버지가 대통령직에 있는 동안 비리로 구속돼 정치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고위공직자는 아니어도 아들 때문에 공직에서 물러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1월 서울 배재고에서 현직검사 아들의 답안지를 담임교사가 대리작성한 사건이 드러나자 아버지인 정 전 검사가 옷을 벗었다. 정 전 검사는 아들을 위장전입시킨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형까지 선고받았다.
최근 서강대에서는 김모 전입학처장이 이 대학 경제학과에 아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출제위원에게 문제와 모범답안을 건넨 사건이 밝혀지기도 했다. 아버지인 김 전 입학처장은 입시부정이 드러나자 직위 해제된데 이어 업무방해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건 모두 아버지의 신분을 이용, 아들에게 불법 특혜를 부여한 사건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부정과 부패 등 부정적 요소들은 사회 전반에서도 공공연하게 드러나 그 심각성을 알게 한다.
직장이 없어 어렵게 사는 자들의 취직 길을 열어 주겠다고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노동계 지도자들이 돈을 받고 취직시켰다는 것을 비롯해서 막가는 도덕 행위를 보게 된다. 교제하는 남자와 동거하기 위해 없는 아기를 잉태했다고 속이고 남의 아기를 강탈해서 갖는가 하면, 가장 신선해야 할 교육계의 교사가 특정 학생의 시험 답안지를 대신 써 주어 성적을 조작하고, 돈을 주고 학위 논문을 대신 써 주기도 한다.
이런 상황 가운데 기독교의 모습은 어떤가. 사회도 가치를 알고 시도하고 있는 정직의 실천을 교회는 과연 실천하고 있는가?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는 교회에 대하여 정직한 집단으로 인정을 하고 있을까? 교회는 세상 사람들에게서 신실성으로 인정을 받고 있을까? 지금의 지도자들은 정직으로 인정을 받고 있을까?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해 4월 정직운동 결의대회를 결의, 기독교인들이 먼저 정직하게 살 것을 결의했다. 감리교는 구체적으로 정직운동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며 자신을 돌아볼 것 △탐욕을 버리고 일용할 양식에 만족하며 살 것 △거짓말 하지 않고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말할 것 △약속을 꼭 지킬 것 △세금을 정직하게 낼 것 △교통질서와 공공규칙을 지킬 것 △부정한 뇌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을 것 △절제와 검약생활에 본보기가 될 것 △교회와 기관의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정직하게 보고할 것 △정직을 자녀에게 가르칠 것 등의 실천사항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감리교의 수장이 바뀌자 1년이 된 이 시점에서 그 운동은 유야무야되고 있다.
그러나 감리교가 이렇게 `정직’을 내걸었던 것은 사회 전반적인 이 부분에 기독교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기독교의 각 교단마다 총회본부의 운영을 위해서 각 교회별로 `부담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교단별로 다르지만 보통 개교회 경상비 결산액의 1%, 많은 교단들은 3%를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담당자들은 푸념이다. 교단별로 이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교회마다 거짓으로 `축소’보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례교인 숫자가 많으면 그만큼 부담금도 많이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적지 않은 교회들은 `이중장부’를 공공연하게 이용하여 정직하게 보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히 신자가 많은 교회가 부담금도 많이 내야하는 것이 사실일 터인데, 납부 상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직하게 내는 교회들은 오히려 중·소 교회가 많아요. 몇 천명 이상 되는 교회들 중에는 예외가 있지만 대다수가 축소 보고하는 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그러면 차라리 `거짓보고' 하지 말고 부담금의 비율을 낮추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한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도 축소하는 교회는 여전할 것”이라고 불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K 교단의 한 목회자는 이런 교단의 난맥상을 고쳐보기 위해 일부러 자신이 담임하고 있는 교회의 경상비를 전년도에 비해 터무니없이 보고하여, 정직하게 내는 교회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그렇지 못한 교회들을 향해서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일도 있었다.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교회의 리더가, 그리고 `말씀’에 순종하여 그 말씀대로 살려고 다짐하는 신자들의 공동체인 교회가 교단에 납부하는 `부담금’ 하나 바로내지 못한다면 거기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윤리적인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수적으로 윤리적인 부분의 모습들은 따라오는 것이라고 볼 때 희망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회적으로는 장관들이 정직하지 못한 것 때문에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사회의 지탄을 받을 정도로 흐름이 많이 투명하게 바뀌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선도해야 할 교회는 뒤쳐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부담금 문제가 아니라도 각 교단마다 매년 치러지는 총회에서 임원 선출을 위해 앞다퉈 부정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교단의 치리를 제대로 해야 할 기관들이 친분이나 뇌물, 정치 등에 휘둘려 공정하게 그 임무를 다하지 못해 교회 내의 문제가 법정으로까지 가는 사례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맘몬'(돈)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한데서 연유하는 작금의 현실속에 크리스찬마저도 함몰되는 느낌이어서 그 심각성이 더해간다.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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