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루무치 마을의 주민.

회의장. 30여 명의 청년. 주로 청년들이다. 야, 이거 대단하군. 알로펜은 한 사람, 또 한 사람씩 마음의 다짐을 하듯 바라보았다. 오, 아시아의 개척자들이여.

“알로펨 감독님, 거의 모두 모였습니다. 이들은 소그디아인들을 따라서 상업과 복음교육을 떠난 50명을 제외한 대기자들입니다. 앞서 떠난 이들이 30여 명 돌아오면 이들이 곧바로 떠나야 할 예비인력입니다.”

시므온의 설명이다.

'알로펜 감독님, 뵙게 되어서 기쁩니다. 기다렸습니다. 반갑습니다' 등 저마다 가슴에 담아둔 기쁨을 표현했고, 어떤 이들은 성급하게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박수를 친다. 단상 쪽으로 달려나와서 알로펜에게 허리 굽혀 절을 하고, 이어서 달겨들어 포옹을 하는 이가 있었다. 몽골인 세키도 였다.

이 친구는 제법 자신 있는 모습이었다. 수렵인 복장인데 가죽옷에 덥수룩한 수염, 그러나 염소 눈처럼 순해 보였다.

“스승님, 저는 스승님이 가시는 목적지 당나라 행 첫번째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들 중국인을 가르치고, 또 그들의 지식과 지혜도 배우겠습니다.”

알로펜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같이 가지요.”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알로펜 감독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수런거리고 어수선하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알로펜이 저들 앞에 섰다.

“여러분, 여기는 사마르칸트. 여러분은 이 지역 사람들인가요?”

“아닙니다. 저희는 중앙아시아 일대는 물론 멀리는 박트리아, 코초국(고창), 페르가나, 이스쿨, 아무다리야 시르다리야 지역에서도 왔습니다.”

“뭐라고, 코초국이라고?”

“네, 제가 코초국 출신 쿰가그입니다. 저희 코초국은 사마르칸트가 소그드 상인의 본부라면 그 다음가는 큰 곳입니다. 쿠처나 카슈가르, 우전(허탄)이나 둔황 등 세계인들의 중심지대입니다. 제가 감독님을 모시겠습니다.”

“매우 고맙구먼. 고마워요. 자, 그럼 여러분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여기 모이게 된 의미를 제가 간단히 말한 후에 쿰가그 형제의 조언을 듣겠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만 해도 넓은 지역에서 각기 언어와 풍습 등이 다르게 살다가 한 데 모여서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잘 아는대로 주 예수의 복음을 만 천하에 전파하자는 결의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아시아의 심장부라 하는 당나라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쿰가그의 고향 코초국이나 돈황을 거쳐서 드디어 당나라의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그 일은 결코 만만치 않소. 그보다 우리는 당나라 이전에 서역이라는 땅, 타클라마칸에서 내로라 하는 종교들과 만납니다.

여러분이 아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서역 땅에는 우리 기독교 만큼한 세력을 지닌 종교들이 다섯이나 있지요. 그들을 비켜서 장안에 갈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그들 종교들과 만나서 선의의 경쟁이랄까, 또는 그들을 앞서는 경건과 위엄이 있어야 합니다.”

알로펜이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쿰가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감독님, 뭘 잘 모르시는 말씀이 아닌지요. 우리 코초국만해도 우리 종교 보다 더 훌륭한 종교가 없어요. 하나 있기는 하지요. 천축국에서 온 불교는 있군요. 그밖에는 없습니다. 타클라마칸에는 수십개 나라가 있으나 다들 코초에 비하면 작은 나라거든요. 그런데 어찌 코초국의 쿰가그가 모르는 말씀을 하시나요.”

쿰가그는 동료들이 피식피식 웃기 시작하자 더는 말하지 않고 슬그머니 자리에 앉는다. 그의 이마에서는 진땀이 흐르고 있었다. 곰처럼 우직하게 생겼으나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래요. 다른 분들도 쿰가그 형제와 생각이 같은가요?”

알로펜이 서역의 종교 상황에 대해 묻고 있었다. 시므온이 손을 들었다.

“스승님, 제가 알기에는 중국의 도교가 있고, 마니교, 조로아스터교가 있습니다.”

“맞아요. 잘 아셨서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들을 이단자로 몰고 있는 로마파 기독교가 있습니다. 그들은 다른 종교들 보다 더 혹독하게 우리를 핍박할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종파나 종교들과 다투거나 경쟁을 해서는 안됩니다. 심지어 미신 종교들도 우리들의 가는 길에 종종 장애가 될 것이나 우리는 일체 타 종교와의 시비에 휘말리지 않아야 합니다.”

시므온이 다시 말했다.

“감독님, 말씀은 이해하겠으나 타종교와 좋게 지내다가 그들이 우리 종교로 개종을 하거나 하면 어떻게 하지요.”

“글쎄…, 그거 조심스럽군요. 개종을 해오는 경우는 받아들여야 하지만 혹시 타종교와 경쟁심으로 작용하거나 적극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은근히 개종을 요구하는 행동의 경우는 조심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타종교와는 이웃간의 사귐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면 될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하지요.”

알로펜은 시므온과 요한과 함께 시내로 나갔다. 카라반의 말과 낙타들이 들판에 풀어놓은 듯이 노닐고 있었다. 수백마리는 더 되는 것 같다.

“많군요. 쉐키공국에 머무는 카라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군요.”

“그럴 것입니다. 여기는 세계 무역의 중심지이거든요. 그리고 여기는 다마스커스 카라반이 중국으로 가지 않고, 중국에 갈 물건들을 모두 여기에 둡니다. 그리고 중국의 물건들도 다마스커스나 로마로 가지 않고 여기 사마르칸트까지만 가져옵니다. 여기는 양대 지역의 중간 정착지입니다.”

“그렇겠죠. 중국 장안에서 직접 로마로 짐을 가져가는 일은 쉽지 않겠죠. 그러니 사마르칸트는 장안이나 로마 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도시로군요.”

알로펜이 보기에는 페르시아 크데시폰 보다 크고, 다마스커스 보다 화려했다. 그도 그럴것이 사마르칸트는 본래 이름이 마리칸다인데 페르시아 다리우스 대왕때부터 페르시아 중요 도시였고, 알렉산더 대왕이 중국 진출까지 계산해 보았던 교두보로 1천년이 더 되는 유서 깊은 도시다.

사막의 한 복판에 거대한 오아시스로 행운의 도시였다. 도시 영역이 600∼700㎞는 되고, 도성의 성벽둘레가 8㎞가 넘는 도시는 큰 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마 유목민들의 정착지에서 볼 수 있는 원형 성벽들이 커다란 원형 속에 몇개가 들어있었다. 상가에 나가면 기교가 뛰어난 귀중품들이 즐비하다.

이제 중국에 강대한 제국 당나라가 자리잡았으니 로마와 쌍벽을 이루고, 교역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더불어서 당나라는 기독교에 대한 호기심 이상의 관심을 가질 것이다.

언제 따라왔는지 드보라와 마리아 교수가 그들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녀들은 보석상점 앞으로 알로펜을 이끌었다.

“감독님, 저 걸 좀 보세요. 예쁘죠?”

드보라가 알로펜에게 애교섞인 미소를 담아 말을 건넸다.

“그렇군요. 그러나 천사들은 저런걸 좋아하지 않는다더군요. 그냥 자신의 모습이 늘 자신 있어서 그렇다나요.”

“에이, 농담도….”

마리아 교수가 알로펜에게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참말이예요. 이 말 내가 마리아 교수님께 들은 것 같은데요?”

알로펜이 정색을 했다.

“아니죠. 더 어렸을 때 어머님께 들으셨겠죠. 그런 말은 동화책에나 있을 터이니까.”

“그럴까요. 그래, 다시 보니까 장식품들이 예쁘네요. 귀걸이, 목걸이, 허리띠…. 그런데 너무 심하게 화려하죠. 저 걸 마리아 교수님 목에 걸었다 하면 어울릴까요?”

“아유, 아유. 어서 가세요. 저녁 공부시간 되겠어요.”

드보라가 마리아 교수의 손을 붙잡고 알로펜을 뒤로 하고 집회소로 간다. 저녁시간은 '예수는 누구냐'에 대한 공부시간이었다. 알로펜은 먼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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