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서의 김 일병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본 `생명 경시' 현실, 대안은?

전방초소에서 김 모 일병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장교를 포함한 부대원 8명이 숨지고 여러명이 다친 사건은 사건^사고에 무감각해져 있는 한국인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적군이 아닌, 아군에 의해 총격을 받고 사망한 이 사건은 오늘 이 시대가 얼마나 심각한 정신적 위기에 있는지 반증해 주고 있다.

심각한 생명 존엄 상실의 현실

어디서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었지만, 특히 군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은 아연실색한다. 그러나 군대의 초년병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고, 자유로운 사회 속에서 살다가 억압돼 있는 군대에서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추측, 그리고 군대 내의 인권과 환경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음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군대에서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풍토에서 발생됐음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사회에서 생명에 대한 존엄이 얼마나 약화되고 있는지는 시시 때때로 이뤄지고 있는 사건과 사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 살 배기 아들을 한강에 빠뜨려 숨지게 한 비정의 20대 여성,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가정주부,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내 거실과 안방에 묻어 3년여 간 범행을 은폐하고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고 내연녀까지 살해한 60대 남자, 사소한 말다툼으로 내연녀 3명을 잇따라 살해하고 암매장까지 한 30대 남자, 성폭행하려다가 반항하는 초등학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7일간이나 유기한 20대 남자, 거액의 재산가인 친어머니를 살해한 아들, 거액의 보험금을 노려 자신의 동거녀를 살해한 남자….
이 사건들은 최소한 한 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보릿고개로 목숨을 연명할 때도, 형제가 많아서 먹을 게 없어 발버둥 칠 때도 벌어지지 않았던 사건들이, 오늘날 ‘풍요’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의 사회 속에서 더 많은 욕심을 내다가 인륜까지 멍들어버린 현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김 일병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김 일병의 사고는 전방 초소, 흔히 GP로 불리는 곳으로 최전방 경계업무를 위해 휴전선 남방한계선, 즉 DMZ 안에서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소단위 부대라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결과 김 일병은 평소 성격이 매우 내성적이어서 주변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으며 특히 사건이 일어난 GP로 근무를 들어온 이후에는 수류탄을 터뜨려 모두 죽이고 싶다는 말을 자신과 친한 초등학교 동창생 입대 동기에게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성적이고 혼자있기를 좋아하는 성격, 전투게임을 즐겨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 못하는 공상을 추구하는 성격, 상급자들의 잦은 질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세대 군대 문화'를 둘러싼 네티즌들의 논란이 뜨겁다. `나약한 군대'에서 원인을 찾기도 하고 `군대의 인권 경시 풍조'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y336599 네티즌은 “너무 나약한 요즘 애들의 정신상태가 문제라고 본다. 좀 힘들면 투정부리고 맘대로 안되면 이렇게 총 쏴 대고 그게 말이 되나. 군대의 인권을 언론에서 자꾸 얘기하는데, 문제의 핵심은 그 개인의 정신 상태다”라고 말하면서, “진짜 나도 이제 예비군도 다 끝난 사람이지만 이 사건을 보면 정말 신병들 딴 생각 못하게 해야 한다. 한심하다. 요즘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너무 과잉 보호하는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 ohsands란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요즘처럼 사병들간의 명령체계를 완전 무시하는 시스템으로 가려면 차라리 부대원 전체를 신교대처럼 같은 동기들로만 꾸리거나 병들간의 계급 자체를 없애지 않는 이상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뿐이다. 지금 체계는 예전에 병고참의 막강한 권한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간부의 통제가 맘대로 안되는걸 보고 참담함을 느낀다”고 얘기했다.
반면 토토라는 이름을 가진 네티즌은 “한국 군대는 징병제여서, 그러니깐 가기싫은 사람 어떤 사람 다 꾸역꾸역 모이니깐 `인권' 얘기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으며, 스모그란 네티즌은 “간부들이 병들을 마치 수족처럼 부리기 위해 만들어낸 기형적인 시스템일 뿐이다. 말이 인권 운운하면서 신병 보호하자는 것이지 사실은 병들끼리 서로 체계가 잡혀서 뭉치지 못하게 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몇 달 전 GP 근무를 마치고 제대한 L 군(24)은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사고를 낸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욕설과 폭력 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그토록 무참히 살해한 그 사람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GP는 군대에서도 최전방이기 때문에 외출은 물론 외박도 허락이 안되고, 심지어 우편물도 받아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는 L 군은 “일부 언론에서 게임이 작용을 했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요즘 대다수 젊은이들이 즐기는 게임 때문에 그랬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면서 “그것 보다는 진짜 총^수류탄을 늘 휴대하는 GP 근무자들에게는 무기에 대한 긴장감이 없어지고, 그것이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충동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일병도 이 정도로 사태가 커질 거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설마 사람이 죽을까’ 라는 생각도 했을 것입니다.”
간혹 상관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는 L 군은 그때마다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고 고하면서도 “보통 정상의 사람이라면 그런 때 탈영을 생각하는데, 김 일병은 살인을 생각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제대했다는 C 군(27)은 “개인주의 성향의 신세대들이 입대하면서 군대 문화도 다소 개인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세대들의 병영 생활을 돕기 위해 도입한 욕설 금지와 소원수리 활성화 등이 오히려 개인화를 부추기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처럼 정으로 뭉친 군대였다면 이번 사고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어차피 군대 조직이 유지되기 위해선 고참이 후임병을 윽박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욕설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GP 근무라는 특수 환경을 경험한 내 경우도 혹독하게 나무라는 고참이 있었기에 별 사고 없이 전역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보름 전에 제대했다는 K 군은 “군대는 특수한 사회다. 꼭 유지해야 할 기존의 틀이 있다. 전쟁 때 명령에 살고 죽는 곳이다. 그래서 때로는 사회에서 말하는 인권이 침해되기도 한다. 신세대 장병들이 이러한 군대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신세대 장병 스스로가 군대 조직을 따르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사태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군대의 인권과 여러 가지 낙후된 시설이 문제 되기도 하지만, 군대는 이등병을 떠받들고 살아야 할 정도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구타는 거의 사사졌고, 훈련병 때부터 `병영생활 행동강령'이란 걸 외우게 한다. 이 강령은 선임병이라 하더라도 분대장이 아니면 명령이나 지시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구타와 언어폭력도 강하게 규제한다. 우발적인 폭력은 있을 수 있지만 과거처럼 군기를 잡겠다고 구타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설이 열악한 것은 하루 빨리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컴퓨터 문화 속에서 살던 이들이 군대에서도 업무 외의 시간에는 컴퓨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대대 부대원이 500명이 넘는데 PC는 10대도 안 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특정인들이 누릴 수 있을 뿐이며, 싸이(미니홈피 운영)나 e-메일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일부 부대에서 제한된 인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L 군의 경험을 통해서 보면 “군대에서 실시하는 상담을 형식적이 아닌,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마 김 일병도 상담하는 시간에 선임병과 긴밀한 대화나 의사소통이 원활했다면 이런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생명의 전화 하상훈 원장은 “신체 건강에는 신경 쓰면서 내적인 정신 건강에는 소홀한 것이 이런 큰 사태를 부른 것 같다”며 “지휘관과 병사들 사이에서 서로를 보살피는 인관관계의 개선이 절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력과 관계된 것에는 집중하게 하고, 엄격한 규율도 필요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인간적 이해와 수용을 갖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방송에서 김일병의 사고를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는 것을 보고 저는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컴퓨터 게임이 현실화 되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상의 것들이 오프라인인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하 원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의 “생명 존중”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 사회를 표현하는 적절한 말이 ‘단절’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 누구에겐가 자신의 부족함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 공동체가 `병이 들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람 관계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 거기에다 따돌림을 당하거나 개인의 환경이 안좋게 작용되고 그것이 쌓여 내적으로 폭발하면 자살이 되고, 외적으로 이뤄지면 폭력과 살인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김 일병처럼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내적인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특별한 관심을 갖고 보살폈어야 하는데, 무방비 상태로 이 문제가 노출된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분에 한명씩 자살을 시도하며 45분에 한명씩 자살로 생명을 잃고 있고, 자살 사망자만 해마다 1만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 국민 124명 중 1명이 가족 중에 자살자가 있는 자살 피해 가족이라는 얘기다. 하늘이 부여해 준 생명을 자기 목숨이라고 끊어버리는 인식. 그것은 더 나아가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도 업신여기는 풍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생명에 대한 무한한 존엄과 존중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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