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대담] 권태진 목사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아침이 오면 어김없이 밤이 오듯이, 혹한 속에서도 견디어냈던 새순들이 추위를 뚫고 움트는 봄의 계절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자연의 이치와 맞물려 올해도 부활의 절기를 맞는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는 자연의 순리처럼 죽어도 죽지 않는 ‘영원’을 맛보는 것은 그렇게 저절로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다. 2013년 부활절기를 맞아 권태진 목사에게 오늘을 사는 나, 너, 우리의 부활에 대해 들었다.


△한국교회 연합의 대표격을 띠는 올해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가 3월 31일 새문안교회에서 드려집니다. 올해 부활절연합예배는 교파들이 연합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목사님이 장로교 대표로 공동대회장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어떤 마음으로 수락하셨고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장로교단이 한국교회에서는 숫자적으로 월등히 많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성결교, 루터교 등 모든 교파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연합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로교단 대표로 선정된 것 같습니다. 모든 교단들이 교세를 떠나 하나되라 하신 주님의 마음을 따라 준비하고 있으니 잘 안될 수가 없습니다. 설교자이신 방지일 목사님은 장로교단(통합측) 목사님이시지만, 한 세기를 살고 계신다는 점에서 명실공히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사님을 모시고 한국에 최초로 세워진 새문안교회에서 연합으로 예배를 드린다는 점이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조직과 장소, 설교자 등이 모두 결정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별도로 드린다며 발표를 했더군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예배를 드리겠다고 하니 잘 드려지면 좋겠습니다. 각 지역마다 교단들이 연합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처럼 한기총의 예배도 그런 차원에서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너그럽게 수용하는 한편 함께 하는 노력을 더 많이 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는 한장총 대표회장으로서 하나되지 못한 데 대해 아픔이 있습니다. 우리의 부족한 현실이지요.

△이번 연합예배 주제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입니다. 이는 신앙인의 핵심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 대한 명쾌한 메시지를 말씀해주십시오.

-부활의 전제 조건에는 죽음이 깔려 있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의 본문(요한복음 11장)은 ‘나사로’의 죽음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죽음은 좌절과 실망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계시니까 죽은 자를 산 자로 불러내시는 것입니다. 부활절은 죽은 자를 산 자처럼 불러내시는 소망의 역사입니다. 이는 어떤 종교도 흉내낼 수 없는 일입니다. 예수님이 친히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살아나셨습니다. 모든 교회의 뿌리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부활의 생명이 은총으로 주어진 모임이 기독교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공동체인 교회와 교단, 연합기관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 그런 은총받은 이들과는 많이 상충된 모습을 보게 됩니다.

-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형제간의 불화가 없으려면 어머니를 중심으로, 어머니만을 바라보면 싸우지 않습니다. 그런 것처럼 부활의 현장을 생각하면 싸울 수 없습니다. 부활은 생명의 역사입니다. 그러므로 부활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되는 정신, 그리고 생명과 소망의 정신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부활의 정신을 통해 사람 속에, 사회나 교회 속에서도 죽은 나사로 무덤 같은 비참함이 있는 것 같아도 예수님만 확실히 모시면 그 어려운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비신앙적인 모습이 발견되는 것은 에덴의 아담과 하와가 다른 지시를 받아서 타락했듯이 오늘날도 은혜 받았지만 그것을 망각하고 있음을 반증해 주는 것입니다. 사실 인간은 죄성과 부패성을 안고 삽니다. 인간의 한계입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는 주님이 계십니다. 예수님의 보혈, 사망을 이기신 권세로 인하여 우리는 주님을 찬양하고 소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기도하지 않고, 말씀을 보지 않으면 세속에 붙잡혀 살게 됩니다. 사도 바울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를 주님 앞에 쳐서 복종시키는’ 자아 포기가 날마다 일어나야 합니다. 말씀으로 우리에게 속삭이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성숙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기독교의 참 의미인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는 신앙이 신자들 내면에 제대로 자리하지 못해서 오늘의 기독교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건 악령의 세계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악령이 있습니다. 악령이 정보와 지식을 오염시키고, 모든 이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겟세마네에서 고민했던 것이 이 때문입니다. 시험에 들지 않기 위하여 깨어 기도하라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지만 그 말씀을 듣고도 따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도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을 정도로 약한 육성을 지닌 자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를 위해 예수님이 기도했기 때문에 돌이켜 회개하고 수제자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기도가 식었습니다. 말씀에 순종하고,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며, 기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많이 약화됐습니다. 여러 가지 편리한 환경적인 요인이 오히려 우리를 더 느슨하게 하고 현실주의로 안주하게 됩니다. 저 자신도 초창기 때와 비교하면 많이 약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말세에는 주님의 사랑이 점점 식어가고, 불신의 장막이 높아져 하나님과 점점 멀어집니다. 그런데 주님의 날은 가까워 옵니다. 말세 현상을 주목합시다. 그리고 심기일전하여 다시 한번 주님의 첫 사랑을 회복합시다.


△동족인 북한을 위해 한국교회가 기도하며 돕는 일을 부단히 하고 있지만 최근 북한의 모습을 보면 화해의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어떤 기도를 하며 노력해야 할까요.

-전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하나님이 주관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이 허락해야 일어납니다. 물질이 풍요로운 오늘날이지만 기독교인들을 위시한 모든 이들이 ‘니느웨운동’을 해야 합니다. 기도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저희 교회 성도들은 나라를 위한 24시간 릴레이기도를 1년 내내 드리고 있습니다. 북한 동포, 특히 북한 아이들을 돕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굶어죽는 주민들이 아직도 많다는데 김정은 체제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이번 부활절 표어가 ‘교회, 작은 자의 이웃’입니다. 교회가 작은 이들의 진정한 이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들을 감당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작은 자’는 사마리아 사람, 강도 만난 자의 이웃 등 어려움 당한 자, 약한 자로 접근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동안 우리 교회는 법인 복지관(성민원)을 15년째 하고 있습니다. 저는 복지를 하면서 선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작은 자, 어려운 자 돕는 것은 선이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내 에너지는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입니다.

‘교회는 가족이다’라는 우리 교회의 표어대로 힘 있는 자는 섬기고, 있는 자는 나누고, 약한 자는 자연스럽게 보호 받습니다. 그것을 통해 넘치는 에너지는 안 믿는 자에게 흐르고 있습니다.

15년 동안의 임상 경험을 한국교회와 나누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복지연구소’를 조만간 발족해 사회행정부와 연계해서 교회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지역 주민들과 더욱 결속력 있는 교회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최근 교황이 자진해서 사임하고, 새 교황이 탄생되는 과정이 상세하게 매스컴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한국 기독교와 많이 대별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장이 되는 길이 혼탁한 현실이니까요. 목사님이 소속한 합신 교단에서는 기독교 내에서도 선거 양상이 매우 은혜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목사님도 그런 절차에 따라 지난해 총회장을 역임하셨고요. 교계 혼탁한 선거 양상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교단 선거에는 부총회장 추천이 없습니다. 그러니 선거운동도 효용성이 없습니다. 총회 때 총대들이 무기명 투표를 통해 부총회장을 선출합니다. 이것처럼 이번 가톨릭의 교황 선출도 하나의 제도입니다.

한국교회 제도가 세속적 제도를 따라가기 때문에 여러 가지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제도가 잘못되면 행동이 잘못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니까 명예욕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는 일도 벌어집니다. 잘못한 것은 5%인데 30%로 과장되어 비쳐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정치적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기독교는 한국 사회의 주축 세력이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씨를 기독교가 뿌린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가 바뀌어가면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 기독교의 선한 것이 다 묻혔습니다. 근대사 속에서 기독교인들이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역사 교과서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부분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내면에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을 좇아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자신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신앙 위에 견고해질 것이고, 사회인들도 그 빛을 누리며 따뜻한 시선으로 변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부활절을 맞는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이 우리 대한민국에 복을 주셨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인들의 어려움은 절대 빈곤이 아닌 상대 빈곤을 느끼는 것입니다. 행복의 조건은 물질이 아닌 것을 유념하면서 자족하는 마음을 키워가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 소망이 있다고 합니다. 의식주에 대한 것, 바른 가치관으로 사람답게 사는 교육을 받는 것, 사람으로서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고 싶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영원을 바라는 천국에 대한 소망이 있으면 이 세 가지에 의해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자들, 목사들이 어려움 당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때는 내세가 희미해지고 있을 때입니다. 부활절을 통해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는 말씀에 의지하여 자족하며 사시기를 바랍니다.

이 땅의 어려운 부분은 길면 내 인생 100년 안에 끝납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영원’이 있습니다. 이런 부활의 소망이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그런 확신과 은총이 이 부활절에 온 성도와 교회,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권태진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증경총회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사단법인 성민원 이사장
•한국교회희망봉사단 공동대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법인이사
•기독교문화예술원 이사장
•군포제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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