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권혁승, 조효근 3人의 좌담]

“유대인 기독교신자 메시아닉주와 헤브라이즘 탐색”




“예수 신앙과 유대교 전통 이어온 메시아닉주에 주목하라”


아브라함을 신앙 원류, 예수를 완성으로 인식하며 헤브라이즘에 근접
“메시아닉주와의 조우, 초대교회 예수 제자들 만나는 것과 다름없어





        민영진 박사              권혁승 박사               조효근 목사


예수를 믿는 유대인을 지칭하는 ‘메시아닉주(Messianic Jew)’가 기독교와 정통 유대교의 원류인 헤브라이즘 탐구를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계간 〈들소리문학〉 2013년 봄호 대담에서는 권혁승 교수(서울신학대학 구약학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Ph.D.), 민영진 박사(대한성서공회 직전 총무), 조효근 목사(본지 발행인)가 헤브라이즘과 메시아닉주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메시아닉주가 헤브라이즘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통로임과 동시에, 정통 유대인과 기독교의 연합을 위한 주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서 성서학, 종교학을 연구한 권 교수는 초기 기독교가 이방인들보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이들이 2천 년 동안 유대·기독교 정체성 모두를 유지해왔던 역사적 사실에 주목하며 메시아닉주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 헬레니즘에서 헤브라이즘으로


대담 서두에 조 목사는 헤브라이즘 원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헬레니즘이 지배하는 사유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마태복음의 ‘팔복’의 예를 들면서 신약 본문 속에 내재되어 있는 헤브라이즘 사고를 성도들이 놓쳐버리고 헬레니즘 색채가 강한 바울 신학에 집착하는 한국교회의 신학 풍토를 지적했다.

권 교수는 한국교회가 성경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바울이 ‘헬라의 옷’을 입고 헤브라이즘적 사고의 복음을 전략적으로 전파하고자 했는데 한국교회가 이를 곡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권 교수는 최근 신학 내에서 연구 관심의 비중이 헬레니즘에서 헤브라이즘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2천 년 동안 헬레니즘 사고가 학계를 지배했다면, 최근에는 그 한계를 인식하고 ‘포스트-헬레니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정경(Canon) 자체가 지니는 계시와 말씀에 주목하는 현상이 학계에서도 재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목사는 현 학문 조류에 긍정하면서, 한국교회가 바울이 지배하고 있는 신약에만 집중하여 헤브라이즘 원형을 놓쳤던 과오를 하루빨리 극복해야 함을 강조했다. 덧붙여서 “‘믿음론’, ‘이신칭의론’ 등 바울의 사상에 한국교회가 큰 비중을 두면서 행함을 배제하고 믿음만을 강조하는 것은 성경 전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구약이 동사 중심의 히브리어로 써진 측면을 강조하며 “하나님 말씀이 주어지면 먼저 행하고 그다음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헤브라이즘 사상은 행함이 우선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민 박사는 한국교회에서도 최근 이러한 문제의식과 함께 성경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문법이나 문명사적 접근으로 성경의 헤브라이즘을 연구하려는 시도와 더불어서, 유대 기독교인, 즉 메시아닉주를 통해 헤브라이즘을 발견하고 성경을 해석하는 시도가 대두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 초대교회의 원형 메시아닉주

권 교수는 본격적인 메시아닉주 논의를 펼쳐냈다. 권 교수는 메시아닉주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아브라함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부터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겠다’, ‘너로 말미암아 땅의 모든 족속이 복을 얻는다’라는 두 개의 약속을 통해 이스라엘을 ‘구심’, 이방인을 ‘원심’으로 하는 구조적 틀이 형성되었음을 제시하며, 성서와 기독교에 대한 모든 방법론적 접근은 이스라엘이라는 구심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바로 이 구심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이 메시아닉주가 된다는 것이 권 교수의 주장이다.

또한 권 교수는 최근 이스라엘의 정치적 독립으로 인해 물리적인 ‘땅’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유대인 역사를 통해 교회사를 바라볼 수 있게 된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기독교 진영에서 유대인에 대해 영적인 해석에 머물렀던 반면 독립 후에는 유대인을 교회사의 주된 요소로 포함시켜야 하는, 보다 실질적인 해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메시아닉주의 초기 형태를 디아스포라 유대인, 핍박을 피해 지하에서 숨어서 생활하는 유대 기독교인들이라고 언급하면서, 이같은 특성은 최근에 이르러 주요한 세 가지 사건을 통해 전면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가 제시한 세 가지 사건은 △18세기 영국이 제국주의의 정책적 일환으로 받아들인 상당수의 메시아닉주 △우크라이나의 조셉 라비노비치가 결성한 예수를 믿는 유대인들만의 모임 △뉴욕으로 이민 간 메시아닉주들이 결성한 ‘미국 유대 기독교인 연합(Hebrew Christian Alliance of America)’으로서, 마지막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메시아닉주들의 활동이 가시화되었고, 그 결과물이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스라엘 유대인 기독교 협회(Messianic Jewish Alliance of America)’라고 보았다. 권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만 25만 명, 이스라엘에서는 2만 명의 메시아닉주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박사는 이스라엘 유학 당시 정황을 소개하며, 최근 40년 사이에 메시아닉주의 외부적 활동이 매우 급격히 증가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 당시에는 숨어서 지내던 그들이 현재에는 ‘Artists for Israel International Messianic Bible Society(이스라엘 국제 메시아닉 성서공회 예술인 단체)’라는 기관을 설립하고, 히브리 음역과 갖가지 이미지들을 차용한 〈Orthodox Jewish Bible〉(정통파 유대인 성경)을 편찬하는 등 활발한 신학 활동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메시아닉주의 급격한 성장을 반영한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TJCⅡ(Toward Jerusalem Council Ⅱ, 제2차 예루살렘 공의회를 위하여)’이다. 본 회의는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를 1차 회의로 상정하고 스스로를 두 번째 회의를 지향하고 결성한 모임이라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그리고 이 회의를 “1차 회의가 이방인에게 유대인의 율법을 강요하지 않기로 하고 이방인 기독교를 인정한 것이라면, 2차 회의는 이방인이 유대인들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기독교와 메시아닉주의 연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메시아닉주, 정통 유대교, 기독교가 하나로


조 목사는 메시아닉주의 영향력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헤브라이즘의 원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정통 유대교, 기독교인들이 ‘삼자삼색’의 양태를 이루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들 “세 그룹이 예수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브라함을 신앙의 조상으로 상정하는 헤브라이즘 전통을 공유하고 있기에 결과적으로는 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권 교수는 서두에 제시한 ‘원심과 구심’의 틀을 재언급하며 “기독교는 사실 이방인의 종교로서 발전해왔다.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의 구조대로라면 유대인들을 기독교 신학의 중심축으로 설정하여 본래 주류 기독교(이방 기독교)와 같이 균형 있게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며 조 목사가 제시한 연합의 큰 그림을 풀이했다.

더불어서 이 세 그룹 중에 예수를 믿으면서 유대인 전통을 공유하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것이 메시아닉주이며, 이 그룹이 아브라함을 기독교 신앙의 원류로 바라보고 예수를 그 완성으로 인식하는 헤브라이즘적 사고의 핵심에 가장 근접해 있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JCⅡ’처럼 최근 한국교회와 유대 기독교인들 사이의 교류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조 목사는 상호간 어떤 현실적인 신학^사회적 소득이 있을지 문제를 제기했다. 조 목사는 “한국인들이 유대인들의 인적 인프라를 따라야 할 모범으로 간주하고 국내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처럼, 신학 분야에서도 유대교와 한국교회 사이에 긴밀한 상호작용이 요청되고 있다”며 향후 과제에 주목했다.

권 교수는 메시아닉주를 중심으로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로 메시아닉주와 조우한다는 것은 초대교회 당시 예수의 제자들을 만나는 것에 다름없다며 “그들을 되돌아보자는 것은 잃어버린 유산을 찾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둘째로 예수께서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고 했을 때 ‘땅 끝’을 이스라엘로 풀이하고 유대인들로부터 종말론 사건을 해석하는 것이 바로 재림신앙을 회복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창12:3)라는 말씀에 근거하여 “유대 민족을 섬기는 자세로 접근했을 때 한국 민족도 통일 등의 중요한 문제 해결의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대담은 기독교의 본류인 헤브라이즘의 원형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계간 〈들소리문학〉의 10번째로, 지금까지 민영진 박사와 조효근 발행인은 장영일 박사(한국장로회 신학대학교), 정효제 박사(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김진섭 박사(백석대학교 부총장) 등과 대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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