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들소리목회·신학상 수상자 -‘나무(我無)’ 모임


       
수년간 묵상 모임을 하다가 2010년 제주도에서 합숙하며 비로소 ‘형제애’로 끈끈해졌다.


“가면 벗고 십자가 안에서 서로를 세워가는 행복한 모임”


기독교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가 생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위해 십자가 상에서 대신 죽어주신 그것을 믿는 것에서 출발한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바로 오늘의 ‘나’ 역시도 그때 죽었던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부활 또한 나의 부활이 된다. 그런 십자가의 ‘말’은 무성하나 ‘자기 이해, 자기 체화’가 되지 않고 ‘삶’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는 것을 절감했던 목회자들이 자신들부터 십자가, 복음 앞에서 정직하게 서가고자 하는 모임이 있다. 그 이름이 ‘나무(我無)’다. ‘나(我)’가 없어지고(無) 온전히 주님이 내 안에 사시도록 하는 그 경지를 열망하는 모임이다.

제1회 들소리 목회·신학상은 이 모임, 13명의 형제 목회자들에게 선정됐다. 교회(성도)는 주님을 중심으로 ‘한 몸’이라는 지체의식이 약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무모임은 한국교회에 한 줄기 빛을 선사하고 있다고 보았다.

나무모임에는 이성범(장유남산교회) 임병선(통합, 하늘문교회) 이병태(예성, 나비교회) 조용행(예성, 진주참아름다운교회) 차종환(통합, 장유산성교회) 윤성균(예성, 함양 서하제일교회) 문상식(고신, 부산 물만골교회) 전영준(순복음) 권오천(예성, 기쁨의교회)  조주오(참빛교회) 박세공(예성, 나무교회)  최명규 목사(예성, 전주 예수비전교회) 이행연(합동, 부교역자) 목사 등 13명이 함께 하고 있다.

〈편집자 주〉



경남 김해시 장유남산교회(이성범 목사)에서 2주에 한 번씩 갖는 ‘나무’모임은 초교파적으로 3년째 이어오고 있다.

개척한 지 10, 20년 됐지만 현장 목회가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인지한 이들, 현실적으로 안정된 교회도 있지만 목회하는 주변의 ‘동료’들과 함께 세워져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함께 한다. 나 혼자가 아닌 ‘주님의 몸’이 되어 십자가를 부여잡고 그 생명 안에서 주님의 지체들로 살아내고자 하는 모임이다.

나무모임은 어떤 조직이나 자연스럽지 못한 것을 지양한다. 위계질서나 교단성도 없다. 교세도 개의치 않는다. 단지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된 형제라는 지체의식, 그것을 향해 자신을 세워가려 노력하는 모임이다.

지난 8일 나무모임이 열리는 경남 김해시 장유남산교회를 찾았다. 12명의 목회자 중 개개인 사정 상 7명의 목회자들과 6명의 사모들이 각각 말씀을 나누고 있었다. 목회자들 모임이 열린 10시 30분에는 못 본 2주간 동안 지나온 이야기, 묵상한 말씀 등을 자유롭게 나눈다. 그런 속에서 내놓기 꺼려지는 삶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했다.

이들은 “여러 모임들이 있지만 여기 오면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왜 일까. 가면을 벗고 마음 속에 있는 갈등이나 부딪힘을 그대로 나눌 수는 편안한 모임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나누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1. 괴리감 있는 ‘나’를 드러내다


“지식이나 신학적인 부분이 아니고 목회 현장에서 목사들만이 경험하는 공허함이 있다. 그런데도 성도들 앞에서 쇼를 할 때가 많다. 그러니 허탈감이 찾아온다. 자신을 돌아보면 하나님과 나와의 괴리감이 많다. 실제적인 나의 모습을 누구에게 말할 데가 없다. 처음에 나왔다가 저도 나오지 않게 되었는데, 나를 오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마음이 열려졌다”(조용행 목사).

개척 10년차인 조주오 목사는 더 진솔한 자기 속 얘기를 한다.

“개척하면 금방 교회가 자리를 잡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개척 1~2년 지나니 생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더라. 아이는 커가고 학교 들어가니 조바심은 더 커졌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교회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상가교회에서 연탄난로로 2년 살았는데, 현실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고 영혼 구원의 열정이 점점 사라지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윤성균 목사도 이에 공감한다. “그렇게 먹고 살기 급급하게 되니 노예근성이 자꾸 쌓이게 된다. 여기저기 교회에서 오는 선교비에 기대려 하는 것이다”(윤 목사는 한 곳 외에는 선교비 지원을 일절 금하고 양봉업으로 생활하며 자비량 사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천 목사도 목회 사역에서 본질보다는 현상을 좇아가려는 자신을 보게 됐다고 한다. “목회 본질에 대해 부여잡고 씨름하기 보다는 전도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더라. 그래서 전도세미나, 전도훈련 등에 많이 쫓아다녔다. 처음에는 잘 되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잘 되지 않았다.”


2. 십자가 중심으로 본질을 부여잡다


나무 형제들은 이 모임을 일컬어 ‘말씀이 말씀 되게 하는 모임’, ‘진리 안에서 서로가 세워져가는 모임’, ‘나를 앞세우지 않고 나가 없는 공동체대로 살아보려는 모임’, 곧 본질을 부여잡고 그것대로 살아내도록 하는 모임이라고 ‘합창’한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핵심은 십자가를 통하여 내가 없어지는 것에 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이나 갈등들이 있음에도 잘 드러내지 못하는데, 이 모임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그 이후 가슴이 뜨거워지고 깊어지면서 나무라는 명제까지 이뤄지게 됐다. 큐티 식의 모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신앙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나눈다. 십자가의 도, 자기를 부인하면서 살아보자는 모임이다. 목회 현장에서 주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가 하는 화두를 던지며 나아간다. 그리고 우리 삶 현장에서부터 실현해보고자 하는 것이다”(이성범 목사).

조용행 목사는 내면적인 가면을 벗어버리고 ‘형제’로서의 유대감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하나님 관점에서의 목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성취하고픈 인간적인 욕망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었는데, 이 모임에 와서 정리가 되고 있다. 완성된 게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도적인 것에서 내려놓아야 섬김의 도(종의 도, 십자가)가 됨을 강하게 인지하게 된다. 그런 조짐 속에서도 여전히 자아와의 싸움이 계속되지만 이 모임을 통해 부딪히면서 하나님 앞에 서도록 하는 놀라운 시간이 되고 있다.”

조 목사는 목사라는 괴리감이 자기 내면에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목사끼리의 관계에서도, 신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위선적인 모습이 있는 것에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는데, 이 모임에 와서 아닌 척, 도도한 척 하는 가면을 벗어내고 진짜로 저를 고백하기 시작하니 저도 편안해졌고, 현장 사역에서도 가면적인 행동에서 자연스러운 삶으로 이어지더라”

“내가 얼마나 못된 존재인지 알게 된다. 목회 사역에서도 메신저 역할 외에는 모든 목사 직분을 다 내려놓았다. 주님의 한 지체로 충실히 살아가려 하고 있다. 그러자 아내가 먼저 알아차리고는 ‘이제 당신에게 조금 신뢰가 간다’는 농담을 하더라.”

윤성균 목사는 “진리를 사모하는 이들이 많구나, 그런 분들이 진짜 있구나 하는 동질감이 있어서 이 모임이 좋다”고 말한다. “저 혼자 고민하고 최선의 길을 간다고 하지만 그것이 착각일 때가 있는데, 이 공동체 속에서 자기 발견을 통해 그런 부분이 걸러진다. 자기 의를 내세우고, 남보다 높은 자리에 앉고, 성공하고 싶어지는 부분을 내려놓고 본질적인 십자가로 다시 나 자신을 궤도수정하게 한다.”

윤 목사는 “어느 것이 더 복음적이고 성경적인가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 길을 나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동행자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혼자 가면 외로운데, 함께 가면 고민을 털어놓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조주오 목사는 이 모임에 오면 ‘짐’을 더 얹어주어 처음에는 힘이 들었다고 한다(이 부분에서는 모두들 공감이 가는지 모두들 호탕하게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신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반적인 목회 방법이 아닌 성경에서 말하는, 진정한 복음을 이 모임에서는 강조한다. ‘예루살렘과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은 보통 세계 곳곳에 나가는 선교를 말하는데, 이 모임에서는 ‘복음이 네 온 몸과 행동을 지배할 수 있도록 네 자신에게 전도하라’고 하더라. 개척교회를 하는 저로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저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더라. 저를 끊임없이 살리고, 구원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함을 알았다. 빨리 빨리 이루려는 성장은 접었다. 대신 본질적인 진리를 향해 나부터 올곧이 나아가는 노력을 한다. 그렇게 하니 더디지만 한 사람 두 사람 그런 목마름이 있는 이들이 서서히 오는 것 같다.”

조 목사는 개척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예배 시간에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이에게 한 달 동안 다른 교회 가라고 말을 할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최명규 목사 역시도 ‘본질적인 삶에 대한 추구’를 강조했다.

“신앙생활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목회자도 마찬가지다. 목회 현장에서 양적 추구의 열망과 유혹이 찾아오곤 한다. 그것은 부수적인데도 자꾸 그쪽으로 마음이 쏠린다. 바울이 살아냈던 복음의 삶이 오늘 우리에게도 가능하냐는 것, 주님이 원하시는 그리스도인(목사가 아닌)의 삶대로 살고 있느냐는 자기 반성과 물음이 있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패한 것 때문에 자책하기도 하는데 이 모임에 와서 함께 나누다 보면 자기보다 더 크게 실패한 사람, 그리고 그 위기를 잘 넘긴 사람의 얘기를 나누다 보면 힘이 생기고 위로가 되고, 도전이 된다고 최 목사는 말한다.  

권오천 목사는 “이 모임에 오면서 전도를 해야 된다, 교회 성장시켜야 된다는 짐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주어주신 대로 본질적인 사역에 힘쓰게 된다. 목사라는 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한 형제로서 많은 부분을 내놓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고 부여잡게 해주어서 좋다.”

박세공 목사는 말씀을 나누면서 자신이 채 느끼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성경을 통해서 인간의 실체, 나의 실체를 더 정확하게 직시하게 됐다. 신앙인(나)에게도 욕심이 여전히 살아있음의 나를 발견한다. 바울의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라는 고백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깨닫게 된다.”

그 외에도 “십자가에서 죽고 사는 것에 대해서도 솔직히 얘기해 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 자신이 죄 사함이란 죽음의 실체를 딛고 오늘날 얼마만큼 살아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서 죄 사함의 실체와 실재적으로 더 깊이 만나는 체험을 했다. 그 깨달음 이후 내 속에서 여전히 끊어지지 않는 중독이 사라지게 되었다.”
박세공 목사는 교회 이름도 ‘나무교회’라고 명명할 정도로 나무모임에 매료돼 있는 듯했다. 


3. 진정한 ‘형제애’ 이뤄져가다

나이가 많고 적은 선·후배 지간의 조직성이 이 모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선배를 보면서 ‘형님’ 하고 포옹하면서 진정한 주님 안에서의 우애를 느낀다. 주님을 중심으로 한 유기체적인 관계가 이뤄지고 있다.

목사라는 타이틀, 진리 안에서는 이미 모든 것을 이룬 자가 ‘목사’여야 한다는 인식이 어쩌면 목사들을 더 위선스럽게 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여전히 자신들도 주님을 향해 다듬어져가야 하는 존재들임을 자각한다.

그렇게 자신들 내면의 이야기를 창피해하지 않고 덤덤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서로의 마음을 오픈하게 된 것은 베드로가 예수를 주라고 고백한 후 장래 일을 말씀하셨듯이 연장자 되신 분들이 먼저 자신을 오픈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오픈되는 것 같다. 그리고 오픈한 내용들이 나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서로가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니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다”(윤 목사).

나무모임이라 일컬은 모임은 2010년 제주도에서 2박 3일간 합숙하며 가졌던 모임에서 비로소 명명됐다. 그 이전에 2005경부터 ‘묵상 모임’이라고 해서 꾸준히 모임을 갖긴 했지만 주님의 진정한 형제애를 서로 깊이 체험하게 됐다고 나무형제들은 말한다.

또한 ‘하늘같은 선배’가 먼저 자신을 내려놓고 마음의 치부를 드러내고 고백하면서 십자가의 도(길)를 향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는 함께 하는 이들의 마음에 충격적인 격려가 되고, 서로 그런 고백이 스스럼없이 이뤄지니 십자가의 도를 이뤄가려는 열망이 풍성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향기, 매력을 발산하게 되기를 열망합니다. 말씀이 혼잡하지 않게 내 자신 속에 거하실 수 있도록 소망합니다”(윤 목사).

“하나님 나라의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이 땅위에서도 가능할 수 있게 되었음을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내려놓고자 하는 거룩한 용기가 이 모임에는 있습니다”(박 목사).

“오픈하는 것이 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재를 내놓는 것이기에 소중한 것 같습니다”(조 목사).

“완전히 오픈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점차 오픈해가는 것을 바라보게 됩니다”(권 목사).

최 목사는 나무모임이 얼마나 행복한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옛날 어렸을적 목욕탕이 집집마다 없을 때 1년에 몇 번 명절에는 목욕탕을 갔었지요.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올 때의 행복감을 아실 겁니다. 여기에 오면 그런 행복함이 있습니다. 목욕도 하고, 배부르게 먹고 난 후 느끼는 그 행복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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