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의 예배는 사막의 오아시스”


  군종 장교로 15년간 헌신한 감리교 군선교회 총무  박종규 목사



세례 통해 개인 신앙 버팀목, 군인의식 배양
섬김의 리더십이어야 영적인 감화 줄 수 있어


나라 안팎으로 국정이 어수선하고 이북에서는 호전적인 발언을 날이면 날마다 쏟아내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도 군 장병들의 사기 진작과 정신 무장, 철저한 교육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시기에 국가 지킴이로서의 의무로 오늘도 어느 병영과 초소, 훈련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장병들을 위해 기도하고 상담하며 격려해주는 사명을 감당하는 이들이 있다. 각 부대 군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군목들이다. 나라를 지키는 사명을 지닌 병사들 한 명 한 명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는 군목들은 장병들의 영적인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다.


# 군인 영혼의 안식처는 군 교회


박종규 목사(68, 감리교 군선교회 총무)는 군 장병들의 생활에 군종 목사의 역할이 단순한 정서적 위로를 넘어서 군 전투력 상승에도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한다. 박 목사 본인 스스로가 1973년부터 1987년까지 약 15년간 군종 목사로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다.

“사회에서만 교회가 신앙의 요람인 것이 아닙니다.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도 교회의 존재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도인이 되겠다는 신앙적 결단과 굳건한 정신력으로 무장하는 곳이라는 사실이죠.”

많은 병사들이 군 교회에 와서 강렬한 해방감을 느끼고 돌아간다. 박 목사 자신도 훈련을 받던 후보생 시절에 체험한 사실이다. 고된 훈련과 빡빡한 내무생활 끝에 찾아온 주일예배는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 같았다고 박 목사는 회상한다. 많은 병사들이 바로 그러한 해방감을 느끼며 교회를 찾아온다. 군대에서 교회는 지친 병사들에게 육체적 안식처를 제공함과 동시에 ‘영혼의 길’ 가운데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말할 수 없이 크다.

세상의 교회와 마찬가지로 군 교회도 영혼 구원과 성도의 교제라는 본질적인 목적에 있어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그러하기에 박 목사는 군 교회의 가장 큰 사역이 ‘세례의식’이라고 말한다. 박 목사는 개인적인 생활이 제한되는 특수한 환경 가운데 놓인 청년들이 진지한 결단과 함께 세례를 받으러 오는 현상에 주목했다.

“세례는 누가 받으라고 해서 억지로 받는 이벤트가 아닙니다. 청년들은 자신이 세례를 받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지적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와 영적인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자발적으로 세례를 받고자 교회로 나오는 것입니다.”

박 목사는 군대에서의 세례의식이 민족 복음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역임과 동시에, 당장의 그들의 고달픈 삶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신앙적 버팀목이 되어준다고 강조했다.

“세례를 통해서 건전한 병사로 거듭나 남도 도울 수 있는 튼튼한 군인의식이 배양되는 것입니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중에 내리는 신앙적 결단의 의미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생존과 영혼’을 위한 결단이기 때문입니다.”

박 목사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삼청교육대 출신들에게 세례를 주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는 삼청교육대 입소자들이 일반 병사들과 혼합 편성되어 군사훈련을 받는 일이 왕왕 있었는데, 박 목사는 그들의 천막을 찾을 때마다 그들이 억울한 사정을 토로하며 쏟아내는 반성, 회개의 눈물 속에서 뜨거운 감정을 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삼청교육대 입소자들이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번민 끝에 신앙적 결단을 내리고 하나님께 나아오고 박 목사를 통해 세례를 받았다.

박 목사는 가장 비참한 상황 중에 놓인 영혼들이 하나님을 영접하는 이러한 ‘위대한 순간’에 자신이 쓰임을 받은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금 고찰해봤다. 영혼을 구하는 일의 대리인으로서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목회자의 본질적인 역할 가운데서 세상에서의 교회와 목회자의 존재 가치를 깨달았던 것이다.


# 강한 군대는 굳건한 신앙으로부터


박 목사는 장병들이 그리스도인이 되겠다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인도하는 데 있어서 군목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법은 훈련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고 어렵고 힘든 일도 먼저 자청하는 ‘예수의 리더십’을 선보이는 것이다.

박 목사는 군목 시절 있었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했다. 3공수 특전여단에서 군목으로 임무수행 중에 ‘팀스피릿’이라는 큰 기동훈련이 있었다. 규모가 있는 훈련인 만큼 많은 병력들이 여러 지역에 전개되어 침투, 기동, 방어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 중에, 박 목사는 해당 부대의 모든 인원들을 방문하고자 계획했다.

박 목사는 해당 지역의 지도를 복사해서 따로 챙긴 후 이곳저곳 병력들이 배치되어 있는 곳을 마치 작전활동 하듯이 빠뜨리지 않고 찾아가서 그들을 격려하며 간식을 나눠줬다. 지휘소에서 작전을 구상하는 간부들을 위해서는 일일이 차를 끓여 주기도 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눈여겨봤다.

훈련 종료 후 부대 참모장이 박 목사를 찾아와 ‘어떻게 모든 진지들을 다 찾아갈 수 있었느냐’며 물었을 때 박 목사는 조용히 귀퉁이가 다 헤진 지도를 보여줬다. 박 목사는 그 지도를 보고 감탄하며 파안대소한 참모장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며 웃는다.

“군종 장교가 먼저 나서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낙하 훈련을 해도 제가 가장 먼저 나섰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낙하를 앞둔 사람들은 소위이든 소령이든 간에 다들 어느 정도 무서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군목이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고 먼저 뛰어내림으로써 ‘솔선수범하는 군종 장교’로서의 인상을 안겨다 줬던 것 같습니다.”

박 목사는 맹호 부대에 있었던 시절 독실한 원불교 집안에서 성장한 사단장 내외에게 세례 준 사례도 언급했다. ‘난 장병들 사기 진작 차원에서 교회는 나와도 세례는 절대 못 받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지휘관이었다. 그런데 그 지휘관의 생각이 점점 달라져갔다.

박 목사는 훈련 때 이리저리 병사들을 찾아가 다독여주고 부대 안에 100일이 넘게 큰 사고가 나지 않아 영창이 텅텅 비어 군단에서 상을 받는 등, 병사들의 부대관리에 큰 기여를 했다는 인정을 받게 되었다. 연말 전투력측정 때는 사격을 포함한 각종 병사들의 측정 결과가 매우 좋았다. 급기야 이런 성과들이 대통령 표창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오자 갑자기 사단장이 세례를 받겠다고 자청했다.

원불교 집안 출신에서 정식으로 그리스도인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박 목사는 종교와 계급을 초월하여 예수님의 사랑의 진정성이 마음과 마음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느껴서 너무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박 목사는 신앙이 곧 전투력으로 환원되는 경험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고 말한다. 단순히 기록을 위해 전투력 측정하는 일뿐만 아니라, 부대 단결력과 정신력 강화에 있어서 신앙의 힘은 가장 중요한 핵심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이를 ‘신앙의 전력화’라고 표현했다.

“신앙심이 깊은 군인은 호국 정신도 덩달아 강화됩니다. 신앙을 통해서 병사들이 한 마음이 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전우애도 깊어지고… 결국 이 모든 것이 나라를 지켜내는 튼튼한 부대를 구성하는 큰 전력이 되는 것입니다.”


# 예수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군목


“군목은 목회자의 덕목과 장교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 모두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부대와 함께 하는 군목이 되어야, 예수의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할 수 있어야 그들이 영적인 감화를 느낄 수 있는 법입니다.”

박 목사는 현재 전국에 파견되어 있는 감리교 군목 58명과 약 30명의 군목 후보생들의 인적사항이 걸려있는 게시판을 가리키며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목사는 병사들의 고통의 현장에 같이 하고, 그들을 직접 지도하는 지휘관들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군목들이 근무하는 부대에서는 많은 영혼들이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는 역사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신앙심 깊은 군인들이 국방의 의무를 감당하고 있는 국가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 목사는 앞으로 군선교회 총무로 재직하고 있는 동안 산 속에서, 바다 위에서, 진지 안에서 예수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국가 수호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군목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수한 환경인 군대에서 세례를 받는 청년들은 개인 신앙과 군인의식이
고양된다고 한다. 사진은 작년 논산 연무대에서 집전한 합동 세례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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